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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웨더와 맥그리거, 요란했던 ‘세기의 대결’ 어쨌든 ‘윈-윈 게임’
    카테고리 없음 2017. 8. 2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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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훈 스포츠칼럼니스트] 참으로 요란했던 세기의 대결 49전 전승을 달리던 플로이드 메이웨더의 전적을 50전 전승으로 만들어 주는 것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코너 맥그리거는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메이웨더를 상대로 상당수의 펀치를 성공시켰으나 메이웨더를 쓰러뜨리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10라운드에 체력이 바닥난 맥그리거를 거세게 몰아 붙인 메이웨더가 레프리로부터 경기 중단 선언을 받아냄으로써 자신은 물론 자신의 승리를 예상했던 많은 전문가들의 체면을 살려줬다.


    이번 대전은 전반적으로 봤을 때 메이웨더나 맥그리거 모두에게 -윈 게임이 됐다.


    일단 두 선수 각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승자와 패자가 나뉘기는 했으나 두 선수 모두 어디가 부어 오르거나 찢어지거나 터지지 않은 비교적 말끔한 얼굴 상태를 유지한 채 경기를 마쳤고, 메이웨더와 맥그리거 모두 30분을 뛰고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이번 대전의 흥행을 이끈 사람들에게도 이번 세기의 대결은 면이 서는대결이었다.


    맥그리거의 입장은 차치하고 일단 메이웨더의 입장에서 KO가 필요했던 경기였다. 금세기 최고의 복서로 일컬어지는 선수 입장에서 아무리 종합격투기 최강자라고는 하나 복싱 선수로서 데뷔전을 치르는 맥그리거를 상대로 예전과 같은 아웃복싱을 펼친 끝에 판정으로 이겼다면 지난 매니 파퀴아오와의 경기 이후 받아야 했던 비난 이상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메이웨더 입장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맥그리거를 상대로 확실한 승리를 거둬야 은퇴를 선언하고 돌아서는 뒤통수가 따갑지 않을 수 있었다. 메이웨더가 경기를 적극적인 공세로 이끌어야 했던 이유다.


    결국 경기 초반 메이웨더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입히지 못할 경우 승리의 가능성이 희박했던 맥그리거가 경기 초반부터 적극성을 보였고, 경기 초반 신중했던 메이웨더가 경기 중반 맥그리거의 체력 저하 시점에 맞춰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면서 경기가 전반적으로 긴장감과 박진감이 넘칠 수 있었다.


    그 결과 경기 전 메이웨더에게 쏟아졌던 야유(물론 맥그리거를 응원하는 아일랜드 팬들의 야유 소리가 대부분이었겠지만)는 경기 직후 환호로 바뀌어 있었다. 관중들은 그저 파퀴아오전 같은 경기만 아니면 괜찮다는 듯한 태도였다.


    더군다나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메이웨더는 맥그리거에게 존경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메이웨더에게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다.


    맥그리거 역시 메이웨더를 상대로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경기 초반까지는 메이웨더와 대등한 경기를 넘어 우세해 보이는 경기를 펼쳤다.


    만능 파이터라는 명성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기량으로 보여줬다.


    또한 경기 막판 메이웨더에게 여러 차례 정타를 허용하고도 결코 바닥에 쓰러지지 않는 투지와 자존심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UFC 팬들뿐만 아니라 종합 격투기 팬들의 자존심을 살려줬다.


    일각에서는 맥그리거가 경기를 10회까지 끌고 간 것 만으로 맥그리거가 이긴 경기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런 평가가 두 선수의 재대결을 성사시킨다거나 경기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맥그리거의 격투가로서의 가치를 증명해 주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두 선수가 벌인 이 경기는 승자와 패자는 갈렸으나 선수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윈 게임이 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복싱과 종합격투기라는 스포츠 종목의 입장에서는 득실을 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복싱이 한참 손해를 본 경기라고 할 수 있다.


    복싱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가 펼친 경기 치고는 이날 메이웨더가 보여준 기량은 그리 소름이 돋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비해 현저히 느려진 메이웨더의 반사신경은 여러 차례 스스로를 위험스러운 상황에 빠뜨렸다.


    특히 예정된 10온스 글러브를 버리고 8온스 글러브를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이렇다 할 충격을 주지 못한 점은 앞으로 복싱이라는 스포츠가 박진감이라는 측면에서 종합 격투기에 밀릴 수 밖에 없고, 인기와 흥행에 있어서도 점점 더 불리해 질 것이라는 전망을 낳았다.


    반면 맥그리거가 복서로서 데뷔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실력을 보여줌으로써 UFC는 날개를 달게 됐다.

    이제 맥그리거가 출전하는 UFC 대회는 최고의 흥행과 시청률을 보장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 세기의 대결 덕분에 UFC뿐만 아니라 종합 격투기 전반에 대한 호감도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맥그리거가 기자회견이나 계체량 행사에서 돌출 행동들을 했던 것과는 달리 경기 당일 대단히 엄숙해 보일 만큼 진지한 태도로 경기를 임한 부분은 맥그리거의 이미지는 물론 UFC의 이미지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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