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컨텐츠2017.05.28 03:06


[임재훈 스포츠칼럼니스트]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계 은퇴를 선언했다.


알파고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 27일 중국 우전(烏鎭) 인터넷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포럼' 폐막 기자회견에서 "바둑의 발상지에서 최고수 기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번주 바둑의 미래 포럼 행사는 알파고가 대국 시스템에서 최고 프로기사들과 대결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 행사가 알파고가 참가하는 마지막 바둑 대국"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알파고의 바둑 전적은 이번 중국에서의 대국 전적까지 포함해 68 1패로 남게 됐다.


여기서 알파고의 유일한 패배는 한국의 이세돌 9단에게 당한 패배로,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바둑계 은퇴로 알파고를 이긴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유일한 인간 기사로 남게 됐다.


알파고가 이번 중국에서 펼친 대국들은 이전에 이세돌 9단과 맞붙었던 대국들과는 확실한 차이가 느껴지는, 한층 더 진화한 바둑이었다.



우선 작년 3월에 있었던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되돌려 보자.


이세돌 9단과 맞대결을 펼칠 때까지만 하더라도 알파고는 세계 정상급 기량의 기사에게는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어딘지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줬던 것이 사실이다. 버그가 존재했고, 어떤 계산에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다소 황당한 수를 던져 상대에게 반격의 내주기도 했다.


이세돌 9단 역시 알파고와의 대국을 앞두고 알파고와 예정된 다섯 판의 대국 가운데 한 판이라도 지면 자신이 지는 것이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지만 막상 그 뚜껑을 여는 제1국부터 알파고에게 불계패를 당해 본인도 충격을 받았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알파고와의 두 번째 대국에서도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믿기지 않는 수싸움 능력과 끝내기 능력에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대국 중에 얼굴이 붉게 물들고 헛웃음까지 지어 보였던 이세돌 9단은 결국 211수 만에 알파고에게 돌을 던졌다.


천하의 이세돌 9단이 이렇게 알파고에게 속절 없이 2연패를 당한 과정을 지켜본 김성룡 9단은알파고가 인간을 상대로 이길 수 있나 했는데 오늘 바둑을 보니 반대인 것 같다인간이 알파고에게 한판을 이기는 게 대성공인 걸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편에서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애당초 불공정 게임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광케이블로 인터넷에 연결돼 컴퓨터 자원을 무한정 사용하는 알파고가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훈수꾼'들을 두고 바둑을 두고 있어 일대일 대국이라는 바둑의 대원칙을 무시했고, 구글이 알파고가 일종의 훈수꾼인 브루트 포스(Brute force) 알고리즘을 절대 쓰지 않는다고 천명했지만 브루트 포스를 쓰는 다른 프로그램이 알파고를 돕고 있다는 점에서명백한 반칙이라는 주장이었다.


이와 같이 알파고의 강렬한 존재감으로 인해 이런저런 논란이 이어지고 있던 가운데 이세돌 9단은 3연패를 당한 후에야 알파고에게 역사적인 첫 승을 따낼 수 있었다.


지난 세 차례의 패배를 당하는 동안 알파고가 을 들고 싸울 때보다 을 들고 싸울 때 더 힘들어 하는 것 같고, 상대방이 생각하지 못한 수를 뒀을 때 대처에 미흡하다는 나름대로 분석한 약점을 대국에 활용한 결과였다.


여기에 비한다면 커제 9단을 위시한 중국 바둑 프로들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알파고를 상대로 대국을 펼쳐야 했다.


전문가들이 지켜본 알파고는 앞선 이세돌 9단과의 대전 때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견고한 모습느로 변화했다고 입을 모았다. 작년에는 혹시 버그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엉뚱한 수가 나왔지만 이번 대국에서는 그런 수는 찾아볼 수 있었다.


커제 9단은 세 차례 대국 가운데 제1국과 제2국에서는 알파고에게 압도적인 패배를 당했지만 제3국에서는 대국 중반까지 알파고와 근접한 대국을 펼쳤다. 하지만 결과는 앞선 두 차례 대국과 달라지지 않았다.



대국 중에 커제 9단은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커제 9단은 마지막 대국에서 불계패한 뒤 기자회견에서알파고가 지나치게 냉정해 그와 바둑을 두는 것은 고통 그 자체였다고 털어놨다.


그는알파고와 바둑을 둘 때는 이길 수 있는 한 톨의 희망도 갖기 어려웠다며 완벽한 모습을 보여준 알파고에 대해 느낀 무력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프로 바둑 기사 두 명에게 당혹감을 안겨줬던 알파고는 앞으로 전 세계 프로기사들의 기풍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한 프로기사는 알파고의 영향으로 알파고의 포석은 확실히 따라 하는 기사들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알파고와 처음 겨뤘던 유럽의 프로 바둑기사 판후이 2단은 연단에 나와 "알파고팀은 앞으로 커제와 협력해 이번 대국을 분석하고 알파고 내부 데이터도 연구하는 한편 대국 과정을 복기해 영상을 제작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대국 이후 스스로 강화학습을 위해 벌였던 '셀프 대국'의 기보 50판을 공개할 예정이다.

알파고는 세계 바둑계에서 은퇴하지만 이세돌, 커제 등 세계 최정상의 대국들과 더불어 남긴 소중한 데이터는 그대로 남았다. 알파고가 제시한 바둑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세계 바둑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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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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