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컨텐츠2017.03.30 18:30


이화여자대학교의 체육 특기생이었던 전 승마 국가대표 정유라에 대한 학사 특혜 문제와 관련,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측이 이화여대만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최 전 총장 측 변호인은 지난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장판사 김수정) 심리로 열린 3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언론의 체육특기생 대거 적발 보도를 인용, “형평성 면에서 이화여대 총장과 교수만 탓하는 게 과연 옳은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전 총장 측은 이날 발표된 교육부의 체육특기생 관련 감사 자료를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최 전 총장 측은교육부가 17개 대학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한 결과, 출석·학점을 부당하게 인정하거나 대리·허위시험으로 적발된 학생이 780명이었다우리나라 체육특기생과 관련해 이대 교수와 총장만 구속 재판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이냐고 반문, 최 전 총장에 대한 구속 기소가 부당함을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9일 교육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체육특기자 재학생 100명 이상인 17개 학교를 대상으로 학사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학생 332교수 448명 등 모두 780명이 학칙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학점을 취득하거나 학생들에게 학점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시험에 대리 응시했거나 과제물을 대리 제출한 경우수업에 출석하지 않았거나 출석 일수가 모자라는데도 학점을 취득한 경우 등이 해당한다또 수 차례 학사경고를 받고도 학칙과 달리 졸업한 경우도 수백 건이 적발됐다.

 

이들 17개 학교의 체육특기생이 4180명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체육 특기생 약 12명 가운데 1명이 학칙 등을 어기고 학점을 받은 셈이다. 


여기서 좀 따지고 넘어가자면 정유라의 케이스는 여타 다른 체육 특기생의 문제와 분명 다른 점이 있다. 다른 체육 특기생들처럼 학교에서 관행적으로 베푼 편의가 아닌 정유라의 부모가 가진 권력이 개입되어 이화여대 구성원들에게 실제적인 피해를 입혀가며 이뤄진 특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화여대 최 전 총장 측이 왜 우리만 가지고 그래?’라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무리로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정유라 건이 외부에 드러나는 바람에 사태가 여기까지 발전했지만 드러나지 않았다면 정유라의 케이스는 그저 앞서 언급된 4180명의 사례 가운데 한 건에 불과한 사안으로 볼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 전 총장의 문제제기가 옳고 그름을 떠나 정유라 사태로 촉발된 체육특기생 학사관리 문제는 이제 공부하는 학생 선수양성이라는 국내 체육계의 과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대한체육회로부터 소위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되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피겨 여제김연아도 고려대학교 재학시절 교생실습 문제로 특혜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다.



김연아 역시 체육 특기생으로서 동계올림픽 등 국제대회 참가를 위해 상당 기간 외국에 체류하다 보니 정상적으로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교에서 치르는 정기적인 시험에도 참여하지 못하면서 리포트 등으로 시험을 대체하고 학점을 받았는데 김연아가 교직 이수를 위한 교생실습을 모교로 나가게 되고, 교생실습도 불성실하게 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

 

당시 연세대 황상민 교수가 한 방송에 출연해 발언한 것이 논란으로 번져 김연아의 소속사에서 황 교수를 고소하면서 문제가 일파만파로 번졌지만 결국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만약 소송전이 끝까지 갔다면 김연아에 대한 고려대의 학사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교생실습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낱낱이 밝혀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손해를 보는 쪽은 황상민 교수 쪽보다는 김연아 쪽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자연스럽게 마무리 됐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김연아의 케이스 역시 수 많은 체육 특기생 문제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

 

김연아 뿐만 아니라 체육 특기생으로 대학을 졸업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와 같은 학사관리의 예외자로서 대학생활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에서는 올해부터 직전 2개 학기 평균 학점이 C 미만인 체육특기생은 협의회가 운영하는 대학리그에 출전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초··고등부에서도 학교체육진흥법에 따라 올해부터 최저학력제도가 도입됐다.

 

이에 따르면 초등부는 학교 평균의 50%, 중등부 40%, 고등부 30% 이상 점수를 얻은 선수만 경기에 뛸 자격을 얻는다.

 

이를 두고도 종목별로, 또 학교별로 여러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특정 종목이 처해 있는 현실을 도외시 한 대책이라거나,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대책이라는 주장들이다. 하지만 공부하는 학생 선수를 키운다는 대의에 동의한다면 시행 초기 다소 불합리하거나 형평성에 어긋나는 부분이 보인다 하더라도 이에 따르면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여자 프로농구는 선수들의 임의탈퇴 문제로 시끄러웠다. 적게는 수 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에 가까운 연봉을 받으며 코트를 누비던 선수가 농구선수가 아닌 다른 인생을 살아보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리고 거리로 나섰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시급 6-7천원의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런 현실에 좌절한 상당수의 선수들은 다시 유니폼을 입고 코트로 돌아온다.

 

그들이 학생시절 제대로 된 학업을 통해 좀 더 다양한 세계를 알고 이해하고 있었다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있어 그렇게 무모한 시도를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학창시절 농구 외에 한 두 가지쯤 좋아하는 일을 만들어 놓고 취미로라도 그 일을 즐기는 생활을 이어갔다면 코트를 벗어난 이후에도 좀 더 만족스러운 직업 생활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공부하는 학생 선수를 키우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제부터는 정말 공부하는 선수를 키워내는 데 체육계와 교육계가 손을 잡고 머리를 맞대야 하는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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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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