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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스타즈-삼성생명, 그들은 어떻게 ’단두대 매치’ 파트너가 됐나카테고리 없음 2016. 2. 29. 06:35반응형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가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현재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는 청주 KB스타즈와 용인 삼성생명이 29일 오후 청주에서 사실상의 플레이오프 진출 결정전을 펼친다.
두 팀은 28일 현재 시즌 전적 17승16패로 공동 3위에 올라 있고, 이번 시즌 상대 전적에서 3승3패로 호각지세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은 시즌 상대전적에서 앞서게 돼 사실상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손에 넣게 된다.
(사진: 이하 WKBL)
물론 이날 경기 이후 KB스타즈는 다음 달 6일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따놓은 정규리그 2위 부천 KEB하나은행과 시즌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게 되고 삼성생명은 다음달 4일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된 인천 신한은행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게 된다.
만약 29일 KB스타즈가 삼성생명에 이기면 정규리그 3위를 확정 짓게 되며 삼성생명이 이기면 3월 6일 KB스타즈와 KEB하나은행의 경기 결과에 따라 리그 2위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어쨌든 29일 경기결과가 마지막 한 장 남은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의 주인을 가리는 경기인 셈이다.
지난 14일 경기를 제외하곤 두 팀은 매 경기 1-5점차의 접전을 펼쳤다.
변연하와 이미선이 맞붙는 ‘맏언니 대결’, 강아정과 박하나가 맞붙는 ‘3점포 대결’, 햄비와 스톡스가 맞붙는 ‘외국인 센터 맞대결’ 등 매치업 별 승부도 흥미진진하고, KB스타즈의 ‘양궁농구’ 내지 ‘벼락농구’에 맞선 삼성생명의 촘촘하고 악착 같은 ‘짠물수비’ 등 승패를 떠나 매치업에 따른 맞대결도 큰 볼거리를 제공한다.
챔피언결정전이나 플레이오프 같은 포스트 시즌 경기가 아닌 정규리그 경기로서 이런 큰 비중의 경기가 열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이나 코칭 스태프가 안게 되는 심적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무겁다.
그렇다면 이들은 이번 시즌 어떤 과정을 거쳐 플레이오프 막차 티켓을 놓고 ‘단두대 매치’를 펼치게 된 파트너가 됐을까.
시즌 초반 서동철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벤치를 비운 사이 KB스타즈는 최하위에 가까운 5위까지 순위가 떨어지기도 했고, 최근까지도 좀처럼 페이스를 찾지 못한 채 플레이오프 ‘컷오프’ 순위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6라운드부터 특유의 ‘양궁농구’가 제 페이스를 찾으며 7라운드 현재까지 무려 6연승을 내달리며 순위를 5위에서 공동 3위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 14일 청주에서 열린 삼성생명과의 6라운드 맞대결에서 73-52, 21점차 대승을 거두며 시즌 상대전적에서 균형을 이루는 한편, 이번 외나무 다리 승부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승리였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KB스타즈의 상승세는 역시 ‘변코비’ 변연하를 중심으로 한 KB스타즈 특유의 팀 컬러가 시즌 막판에 와서 제 모습을 찾은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지난 17일 신한은행과의 경기를 통해 종전 여자프로농구 역대 개인 최다 3점슛 기록(1천 개)을 깨고 현재 기록을 1천11 개까지 늘려 놓은 변연하는 3점슛을 필살기로 삼고 있는 KB스타즈 ‘양궁농구’의 핵심이다.
또한 이번 시즌 어시스트 부문에서 경기당 평균 5.39개를 기록하면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는 변연하는 빠른 속공 상황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 전개로 비교적 손쉬운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서동철 감독의 ‘벼락 농구’의 중심이다.
특히 매 경기 승부처마다 발동되는 승부사 기질에서 비롯된 엄청난 클러치 능력은 ‘변코비’라는 별명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요소다.
변연하의 활약 속에 강아정 역시 최근 들어 3점포의 정확도가 한층 높아졌고, 데리카 햄비는 팀의 2순위 외국인 선수에서 일약 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센터의 위치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여기에다 고참인 정미란, 김보미부터 홍아란, 심성영, 김진영 등 후배선수들까지 끈끈한 동료애로 뭉쳐진 팀 분위기는 팀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순위 경쟁에서 이탈하지 않고 팀을 지탱할 수 있었던, ‘객관적인 전력’ 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KB스타즈 만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삼성생명이 플레이오프 결정전을 치르게 된 현 상황은 사실 이변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이다.
이번 시즌 개막 직전까지 전문가들은 물론 삼성생명 구단 관계자까지 인정했던 삼성생명의 전력은 사실상 최하위에 가까웠다. 그리고 삼성생명이 개막 2연패를 당하자 일각에서는 시즌 첫 승을 거두는 시점이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는 시즌 10승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비시즌 이렇다 할 특별한 전력 보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임근배 감독이 팀의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성적보다는 리빌딩에 주력했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강력한 수비농구를 앞세워 ‘적게 넣고 이기는 농구’로 시즌 내내 중상위권 순위를 유지했고, 결국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플레이오프 진출 결정전을 앞두게 됐다.
삼성생명이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61.8점으로 팀 득점 최하위라는 공격력으로 플레이오프 진출 결정전을 치를 수 있게 된 이유는 역시 치밀하고 악착 같은 수비를 앞세운 ‘적게 넣고 이기는 농구’를 잘 펼쳐왔기 때문이다.
팀내 최고참 이미선의 출전시간이 지난 시즌에 비해 경기당 평균 10분 이상, 최근 몇 시즌에 비해 절반 가량이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득점, 어시스트 등 각종 기록(4.03득점, 2.28어시스트)도 예년에 비해 그 수치가 줄어들었지만 그 만큼 체력적인 부담이 줄어든 만큼 코트에 들어선 이후 플레이의 순도는 매우 높았다.
코트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그 만큼 벤치에서 후배들을 격려하고 다독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오히려 팀 분위기는 한층 안정된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그렇게 ‘맏언니’ 이미선의 출전 시간이 줄어든 가운데 슈터 박하나(9.94득점, 2.48어시스트)는 안정된 공격력으로 팀의 득점을 책임졌고, ‘만년 유망주’라는 기준 좋지 않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던 고아라(8.21득점, 5.06리바운드, 2.24어시스트)는 이번 시즌을 통해 팀내 최장 출장시간(35분28초)을 자랑하며 공수에 걸쳐 팀의 핵심 선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했다.
또한 배혜윤(8.82득점, 3.79리바운드)의 안정된 포스트 플레이는 공격보다는 기록 상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 수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냈고, 공격적인 면에서도 간간이 팀을 승리로 이끄는 위닝샷을 성공시키는 등 삼성생명의 승수 관리와 순위 경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여기에다 외국인 선수 키아 스톡스는 수비와 리바운드에 강점이 있는 선수로서 영입됐지만 지금은 공수 모든 면에서 팀의 핵심 선수로 성장했다. 특히 그는 탁월한 블록슛 능력을 앞세워 매우 이례적인 블록슛 포함 트리플 더블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유승희, 박소영, 강계리 등 그 동안 팀의 백업 멤버 내지는 후보 선수로서 주로 퓨처스리그 무대가 주무대였던 신인급 선수들과 허윤자, 김한별 등 고참급 선수들이 공수에 걸쳐 팀을 든든히 지탱해준 점도 삼성생명이 리빌딩과 순위경쟁을 병행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삼성생명과 KB스타즈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한 경기를 앞두고 있다. 두 팀 모두 나름대로 파란만장하고 만만치 않은 역경을 딛고 플레이오프 문턱에 다다른 만큼 승패를 떠나 박수 받을 만한 시즌을 치렀다고 할 수 있다.
두 팀 모두 엄청난 중압감 속에 치러야 하는 경기지만 그 만큼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에게는 그 어떤 경기보다 흥분되고 즐거운 경기가 될 것이다.
2016년 2월 29일 청주에서 한국 여자프로농구 역사에 기록될 만한 명승부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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