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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다득점 우선 원칙’ 채택, 번지수가 틀렸다카테고리 없음 2016. 1. 20. 22:11반응형
프로축구 K리그가 올 시즌부터 팀 순위를 결정하는 규정을 개정했다.
종전에는 승점이 동점일 경우 골득실을 따지고, 골득실도 동점일 경우 다득점 우선의 원칙을 적용하던 것에서 변화를 줘 골득실에 우선해 다득점 우선의 원칙을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
국내 프로축구를 관장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8일 열린 2016년도 제1차 이사회와 총회를 통해 이와 같이 결정했다.
이와 같은 다득점 우선 원칙은 2016시즌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R리그(2군리그)에 적용된다.
K리그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결국 공격축구를 유도해 더 많은 득점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지난 2014시즌 K리그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2.22득점(228경기에서 507골)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경기당 평균 2.5골 밑으로 떨어졌다. 작년엔 2.39골(228경기에서 546골)로 전년에 비해 다소 오르기는 했으나 여전히 2.5골에 미치지 못했다.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프로축구연맹과 구단들은 그 동안 공격축구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모색하던 중 작년 10월 실무위원회를 통해 다득점 우선 원칙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 이사회에서 구단 대표들의 전반적인 찬성 의견 속에 최종적으로 채택되기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승점 같을 경우 골득실에 앞서 많은 득점을 한 팀을 높은 순위로 인정하는 원칙이 적용되는 리그는 K리그가 세계에서 최초이자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참고로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우 승점-골득실차-다득점-승자승-페어플레이(퇴장, 경고 수)로 순위를 산정하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아시안컵,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이탈리아 세리에A 등에서는 동일한 승점 상황에서 승자승을 우선 순위에 놓고 있다.
그렇다면 K리그가 채택한 다득점 우선 원칙은 과연 각 구단들로부터 공격축구를 유도할 수 있을까? 그리고 실제로 다른 시즌에 비해 많은 득점이 나올 수 있을까?
아직은 속단하기 이르지만 그 효용성에 대한 전망을 차치하고라도 이번 K리그의 다득점 우선 원칙의 채택은 한 마디로 축구라는 스포츠의 기본적 내용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육상이나 수영과 같이 기록을 다투는 경기가 아닌 상대와의 일대일 대결을 통해 승부를 가리는 경기에서는 당연히 공격과 수비가 있다. 공격을 잘하는 것도 전력이요 수비를 잘하는 것도 전력이다.
전세계에 존재하는 상당수의 리그에서 승점 다음으로 골득실을 따지는 것은 득점이 많은 반면 실점이 적은 팀을 같은 승점이라도 더 강한 팀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K리그에서 골이 많이 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K리그의 수비수들의 능력에 비해 공격수들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K리그의 팀들이 상대 수비진을 깰 수 있는 효과적인 공격전술을 구사하지 못하고 결정적인 기회에서 결정을 지어줄 수 있는 공격수들이 부족하다 보니 득점이 줄어드는 것이다.
무조건 골이 많은 팀이 순위에서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는 다득점 우선 원칙이 적용된다면 한 팀의 수비력은 전력을 평가함에 있어 평가 대상이 되지 않는 셈이 된다. 이는 결국 축구에서 수비가 가진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K리그를 제외한 세계 어떤 리그에서도 다득점 우선의 원칙을 채택하지 않고 있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물론 K리그가 골득실 우선 원칙에 앞서 다득점 우선 원칙을 채택해서 당장 2016 시즌에 희비가 엇갈릴 팀이 나올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대다수 팀들의 순위가 대부분 골득실이나 다득점을 따지기 전에 승점에서 결정 날 가능성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K리그의 다득점 우선 원칙 채택이 심각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이와 같은 원칙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K리그의 흥행 부진의 원인을 단순히 골이 많이 나지 않는 데서 찾은 프로축구연맹과 구단들의 일차원적인 발상 때문이다.
무작정 골이 많이 나면 K리그가 재미있어 지고 관중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마케팅도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은 대단히 단순하고 순진한 발상이다.
K리그가 축구팬들에게 외면 받는 이유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 이유를 분석함에 있어 매우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실 K리그의 흥행 부진에 대해서는 특별히 대단한 분석을 할 필요도 없다.
현재 K리그가 미디어 활용이나 마케팅과 같은 기본적이 부분 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K리그 경기를 미디어를 통해 쉽게 접하기 어렵고, 설령 중계방송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외국의 유명 리그에서 볼 수 있는 다채로운 화면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미디어를 통해 K리그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으니 마케팅 역시 잘 될 리가 없다.
K리그가 지금 고민해야 할 일은 세계 어느 리그에서도 도입하고 있지 않는 이상한 제도를 도입하면서 대단히 획기적인 발상을 한 것처럼 자랑하기 이전에 K리그가 현재 프로 스포츠가 성장할 수 있는 기본적인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지금 K리그가 가장 우선적으로 할 일은 더 많은 K리그 중계방송이 더 많은 채널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고 개별 중계방송 화면이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K리그와 선수들에 대한 멋진 스토리를 경기 중계방송을 통해, 그리고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채널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경기장을 찾아 멋진 스토리의 주인공들을 직접 보려 할 것이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려 할 것이다.
KBS ‘청춘FC’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출연한 선수들이 웬만한 K리그 선수보다 큰 인기를 얻었던 사례는 미디어의 위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한국 축구는 세계 정상급의 수준은 아니지만 세계 어느 팀도 무시할 수 있는 만만한 수준도 아니다. K리그 역시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을 자주 배출하는 우수한 리그다. 흥행 부진을 이야기 할 때 단순히 득점부족이나 선수들의 수준 미달을 원인으로 진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K리그가 흥행 내지 인기 회복을 목표로 찾은 대안이 ‘다득점 우선 원칙’이라면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은 틀렸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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