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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영 연기 무산’ 배상문, 급할수록 돌아가라카테고리 없음 2015. 7. 23. 10:34반응형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부장판사 김연우)는 지난 22일 프로골퍼 배상문이 제기한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 신청 불허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주장이 이유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입영을 앞둔 젊은이들의 꿈은 누구나 소중한데 배상문의 경우만 입영을 미뤄서 내년 브라질 올림픽에 출전시킨다면 형평성의 원칙이 더 훼손될 것”이라며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 신청을 불허한 병무청의 판단이 비례와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배상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배상문은 이날 "오늘 병무청을 상대로 제기한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 신청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이 병무청의 승소로 결론 났다"며 "법원의 판결을 전적으로 존중하며 법의 판단을 겸허히 수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조속한 시일 내에 귀국해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것만이 장차 골프 선수로 더 클 수 있다는 생각을 다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골프닷컴’과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23일(한국시간) AP통신을 인용, ‘배상문이 올 시즌 잔여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마친 뒤 귀국해 병역의무에 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2014-2015 PGA 투어 시즌은 오는 10월 초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을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이 대회 출전을 희망하고 있는 배상문은 현재 프레지던츠컵 랭킹이 23위에 올라 있다. 10위안에 들어야 자력으로 출전할 수 있다.
이로써 지루하게 이어지던 배상문의 입영 연기 문제는 일단락이 지어지게 됐다.
배상문의 병역 문제와 관련된 공방은 사실 배상문에게 아무것도 가져다 줄 것이 없는 싸움이었다.법을 어긴 것도 배상문이고, 순리를 거스른 쪽도 배상문 쪽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명분도 가질 수 없었다.
차기 시즌인 2015-2016 시즌 PGA투어 출전 자격을 갖고 있는 배상문의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클럽을 내려놓고 입대를 하게 되면 기량 저하는 물론 여러 가지로 프로골퍼로서 성장하는 데 브레이크가 걸리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수 있다.
하지만 엄연히 관련 법률이 존재하고 이에 대해서는 어떤 예외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못 목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식으로 시작한 일이었겠지만 대부분 ‘혹시나’ 해서 시작하는 일은 또 대부분 ‘역시나’로 끝나는 일이 많다.
이번 판결은 그와 같은 사실을 그저 눈으로 확인한 결과일 뿐이다.
특히 배상문은 군에 입대한다 하더라도 군국체육부대(상무)에서 골프를 계속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PGA는 아니더라도 국내 국내 투어에서 경기감각을 유지할 수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상무 골프단 합격자는 모두 8명. 허인회, 맹동섭, 박현빈, 박은신, 방두환, 양지호 등 프로 6명과 김남훈, 함정우 아마추어 2명으로 구성됐다.
배상문이 일단 병역의무 이행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일을 추진했다면 상무에 지원해 상무팀의 일원이 될 수도 있었다. 배상문이 몰랐을 리 없지만 이 기회를 잡지 않았다.
지난 연말 상무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 상무 소속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협조 공문을 보내 ‘1부 코리안투어 대회당 2명, 2부 투어 대회당 프로 6명 모두 출전’을 요청했다. 단 ‘상금 수령 없이 단순히 대회 참가만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 결과 상무는 KPGA투어가 주관하는 6개 정규투어와 2부투어에만 한시적으로 출전이 허용됐다. 그런데 투어에서 허인회, 맹동섭 등 상무 소속 선수들이 연이어 우승을 차지하고 대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자 대회 스폰서들이 상무 선수들을 대회에 초청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배상문이 상무에 소속된 선수였다면 상무의 인기와 위상은 물론 배상문의 존재도 크게 부각됐을 것이다. 프로골퍼로서 기량을 유지하면서 깔끔하게 병역의무를 마칠 수 있었던 기회를 배상문 스스로 걷어찬 것이다.
골프선수들은 다른 종목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보다 선수생명이 긴 편이다. 투어 프로로서 활동하지 않아도 티칭 프로 등 여러 생계수단이 있는 점도 여타 종목의 스포츠 선수들보다 장점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배상문 스스로 시야를 좀 더 멀리 가질 필요가 있었다.
이제 입대를 앞둔 배상문은 일반 전투병으로 입대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골프 클럽을 내려놓고 골프와 떨어져 지내보는 것도 앞으로 오랜 기간 선수생활을 이어가게 될 배상문에게 리프레쉬의 기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골프 상비군 출신으로 2006년 일반병으로 입대, 2008년 중반 KPGA에 복귀한 박상현은 2009년 SK텔레콤 오픈에서 최경주 등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생애 첫 K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그때까지 박상현이 획득한 상금은 약 4천만 정도가 전부였다.
일반병으로 군복무를 모두 마치고 투어에 복귀해 최고의 대회에서 우승, 1억2천만 원이라는 상금을 거머쥔 박상현은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2005년 풀 시드를 확보한 상태에서 군대를 선택했다. 그 때까지 골프를 12년 동안 해오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입대영장이 나온 김에 미련 없이 군대를 택했다. 군대에서는 골프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군 생활에 충실했다. 골프와 완전히 떨어져 있었다. 평생 할 골프 2년 쉰다고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입대를 앞두고 있는 배상문은 박상현의 이야기를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여유와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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