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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제퍼슨 퇴출…골치 아픈 ’용병’은 쫓아내면 그 뿐?카테고리 없음 2015. 3. 21. 12:33반응형
프로농구 창원 LG가 지난 20일 “외국선수 데이본 제퍼슨을 퇴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G는 “제퍼슨이 최근 보여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프로 선수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품의를 심각하게 손상시킨 것’으로 규정했다”며 “팬과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구단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덧붙였다.
제퍼슨은 지난 1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모비스와의 2014-201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국민의례 때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태연하게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한국농구연맹(KBL)이 주관하는 한국 프로농구와 대한민국을 모욕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성난 팬들이 제퍼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비난의 글을 남기자 제퍼슨은 ‘난 원래 그렇다’(I Woke Up Like This)는 말과 함께 손가락 욕을 뜻하는 사진을 올려 또 한 번 논란을 일으켰다.
국가 연주는 제퍼슨의 조국 미국의 프로농구(NBA) 무대나 미국 대학농구(NCAA) 등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의례로 이때 몸을 푸는 선수는 없다. KBL 역시 ‘애국가가 나올 때 선수들은 도열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결국 제퍼슨이 이와 같은 행동을 한 것은 KBL과 한국을 모욕하기 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행동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리고 SNS에서 벌어진 일로 제퍼슨의 행동에 대한 심증은 확신으로 굳어져 갔다.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상황이 심각해지자 제퍼슨의 소속팀인 LG는 19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변명의 여지 없이 잘못된 행동에 대해 팬 여러분께 깊이 사과 드린다”며 “자체 징계조치 검토는 물론이고 KBL에서 내려질 어떤 조치도 겸허히 수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퍼슨 역시 같은 날 김진 감독과 함께 울산 롯데호텔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제퍼슨은 “경기 시작 전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통증을 느껴서 스트레칭을 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어떠한 문화도 무시하지 않는 사람이다. 팬들이 제 행동을 무례하고 상식 밖의 행동이라고 생각했다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에 임하는 제퍼슨의 태도는 무성의하게 보였다는 것이 현장에 있던 기자들의 전언이었다. 실제로 제퍼슨이 사과 기자회견 직전인 12시58분에는 양 손가락 욕설을 하는 자신의 사진을 SNS에 올린 것은 사과의 진정성에 심각한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이에 KBL은 재정위원회를 소집했다. 제퍼슨에 대해 구체적인 징계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속팀인 LG가 칼을 먼저 빼 들고 ‘퇴출’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KBL은 "다음 주 중 재정위원회를 재소집해 제퍼슨의 향후 자격을 제한하는 건에 대해 심의할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KBL에 따르면 KBL은 제퍼슨의 행위에 대해 벌금과 출전 정지 등 역대 최고 수준의 징계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LG가 먼저 퇴출이라는 결정으로 상황을 종료시킴으로써 KBL 차원의 징계가 의미가 없어졌다. 제퍼슨이 이미 KBL 소속이 아닌 선수가 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KBL 관계자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제퍼슨의 행동이 결정적이었지만 이전에도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이 많았다"면서 "예컨대 심판에 대한 조롱과 껌을 씹은 뒤 골대 쪽 코트 바닥에 붙이는 행동 등"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에 재정위원들 사이에서 'KBL을 무시하는 이런 선수를 앞으로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때문에 KBL은 다시 재정위원회를 열어 제퍼슨에 대한 추후 조치를 강구한다는 것이다. 추후 조치는 사실상 영구제명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제퍼슨과 KBL의 인연은 종지부가 찍혔다.
지난 시즌 LG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제퍼슨은 지난해 스포츠토토 한국농구대상 외국인선수상, KB국민카드 프로농구 베스트5에 선정된 특급 외국인 선수다.
이와 같은 차원 높은 기량에 일각에서는 ‘제퍼슨 같은 선수가 NBA 경력이 없다는 사실이 미스터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지난 시즌 프로농구 무대에서 제퍼슨이 보여준 기량은 가히 ‘탑클래스’라 평가할 만했다.
올 시즌에도 제퍼슨은 평균 22점 8.9리바운드를 걷어내며 팀을 4강에 올려 놓았다. 이런 선수를 플레이오프 기간 중 퇴출시키기로 결정한 구단의 결단은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KBL의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망친 제퍼슨 때문에 구단과 모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플레이오프의 축제 분위기가 반감되는 데 따른 책임론에 대한 부담에 ‘자진납세’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점이 있다.
제퍼슨의 퇴출 과정에서 LG 구단이나 KBL은 과연 얼마나 제퍼슨과 대화를 시도했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냐는 것이다.
처녀가 애를 낳아도 이유가 있다는 데 지난 시즌 KBL에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외국인 선수가 이처럼 자신을 사랑해 준 팬들을 배신하는 행동을 하는 데는 분명 꺼내 놓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설령 제퍼슨이라는 선수 자체가 인간성 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지닌 선수라고 하더라도 리그를 대표하는 기량을 보여준 선수를 하루 이틀 만에 팀에서 쫓아내고 리그에서 영구 제명시키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선수의 소명 절차가 무시된 것이라면 이는 분명 원칙과 절차가 무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기업을 모기업인 프로스포츠 구단들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팀과 모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선수가 나타났을 때 가장 손쉽게 택하는 방법이 즉시 팀에서 선수를 쫓아내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선수의 퇴출은 참으로 신속하고 편리해 보인다.
외국인 선수의 경우 이들을 지칭할 때 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는 물론 언론까지 ‘외국인 선수’라는 용어 대신 ‘용병’이라는 용어를 무감각하게 사용한다.
‘용병’은 그야말로 ‘돈으로 사온 병사’다. 이들은 그저 ‘돈 받은 만큼 싸워주는 병사’라는 말이다.
경기 중이나 훈련 과정에서도 국내 코칭스태프가 외국인 선수를 다루는 모습을 보자면 그들을 길들이려 하거나 그들의 능력 만을 써 먹으려 할 뿐 그들을 우승을 향한 파트너 내지 팀메이트로 취급하지 않는 모습이다.
대화와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국내 무대에서 문화적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다.
외국인 선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국내 구단 입장에서는 그들은 어디까지나 ‘용병’일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 프로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은 그들의 활약을 명예로 보상 받을 수 있는 시상식 자리에서는 언제나 ‘아웃사이더’가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퍼슨은 이미 국내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구제불능의 쓰레기 선수로 전락했다. 다른 외국의 리그에서 멀쩡히 활약했던 선수가 왜 한국 무대에서 유독 이런 불명예를 떠안을 수 밖에 없었을까?
결국 모든 책임은 언행의 주체인 제퍼슨에게 있겠지만 그 중요한 원인을 KBL과 대한민국이 제공한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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