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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숨은 MVP' 김보미,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봄날카테고리 없음 2015. 3. 16. 09:50반응형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가 15일 오후 5시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1차전(3전 2선승제)에서 인천 신한은행을 상대로 54-51, 3점차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적지에서 먼저 1승을 거뒀다.
이로써 KB스타즈는 남은 두 차례 경기에서 1승만 거두면 대망의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게 된다.
이날 KB스타즈 승리의 일등공신은 3점슛 4개를 포함해 14득점을 올리며 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팀의 에이스 변연하지만 변연하 못지 않게 이날 승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낸 '숨은 MVP'가 있다.
프로 10년차 식스맨 김보미(29.176cm)가 바로 그 주인공.
김보미는 이날 2쿼터에만 3점슛 한 개를 포함해 7득점을 올리고 공격 리바운드 2개를 포함해 3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2쿼터 종로 22초전 김보미가 성공시킨 3점슛으로 KB스타즈는 29-27로 전세를 뒤집은 채 하프타임을 맞을 수 있었다.
KB스타즈는 이날 1,2쿼터에 예상대로 리바운드의 열세를 드러내며 한때 7점차까지 뒤지는 상황이 있었지만 2쿼터 들어 김보미의 활약 덕분에 오히려 스코어에서 앞선 채 전반전을 마칠 수 있었고, 전반전의 대등한 마무리는 후반전 막판 뒷심으로 이어져 결국 적지에서의 1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KB스타즈의 서동철 감독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김보미를 별도로 언급하며 그의 활약이 팀 승리에 소중한 역할을 했음을 칭찬했다.
경기 직후 김보미는 “식스맨은 첫 공격 성공 여부에 따라 컨디션이 좌우된다. 첫 공격이 성공되면서 잘 풀린 것 같다”고 말한 뒤 “시즌 전부터 감독님이 리바운드에 대한 주문을 많이 하셨다. 최근 전자랜드 경기를 보며 전자랜드를 많이 응원했는데 나는 ‘(전자랜드 선수들 중에) 차바위 선수의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장신 선수들 사이에서 리바운드를 잡아내겠다 지켜보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김보미는 5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는데 그 중 3개가 공격 리바운드였다.
이날 승리는 물론 KB스타즈에게 있어 무척이나 소중한 승리지만 김보미 개인적으로도 많은 감정을 갖게 하는 승리다.
작년 1월 22일 당시 부천 하나외환 소속이던 김보미는 구리시체육관에서 열린 구리 KDB생명과의 경기에서 2쿼터 2분 11초를 남기고 한채진의 패스를 인터셉트 하는 과정에서 코트에 쓰러졌다. 왼쪽 무릎을 감싸 쥔 김보미는 그대로 벤치로 물러났고, 경기 후 십자인대 파열 판정을 받고 시즌을 접었다.
김보미는 2013년 7월에도 왼쪽 무릎 십자인대를 한 차례 다쳐 비시즌 기간 동안 줄곧 재활에 매달려 가까스로 새 시즌을 맞이할 수 있었지만 이날 다시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기 전부터도 줄곧 무릎 상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던 터였다.
시즌이 막바지로 가고 있었고, 소속팀인 하나외환은 최하위권에 쳐져 있었던 상황에서 뭐라도 해 보고 싶었던 심정에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으나 결국 김보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결과는 시즌 종료 전 시즌 아웃과 기나긴 재활이 되고 말았다.
이후 김보미는 또 한 차례 변화를 겪게 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결과적으로 김보미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줬다.
김보미는 작년 4월 하나외환 유니폼을 벗고 KB스타즈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하나외환이 KB스타즈 소속이던 FA 센터 정선화를 영입하자 KB스타즈가 그 보상 선수로 김보미를 지명했던 것.
새로운 소속팀이 생긴 김보미는 재활이라는 과제에다 새 소속팀 적응이라는 또 하나의 과제를 받게 됐고, 새 시즌에 들어서면서 식스맨으로서 제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과제를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그렇게 맞이한 2014-2015 시즌 김보미는 시즌 전반기 팀 주축 선수들이 줄부상을 당해 팀에서 이탈해 있는 사이 꾸준히 출전 기회를 부여 받으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팀에 버팀목이 되어 줬다.
이번 2014-2015 시즌 총 32경기에서 평균 14분 29초를 뛴 김보미는 평균 2.47득점 1.44 리바운드 0.6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기록면에서 화려하지 않지만 김보미는 수비와 같은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많은 기여를 했다.
그리고 이날 김보미는 자신의 ‘에버리지’를 크게 뛰어 넘는 활약으로 팀 승리에 발판을 놨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KB스타즈에 2연패를 안기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좌절시킨 신한은행을 상대로 설욕전을 펼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당연히 팀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부상을 이겨내고 중요한 승리에 일조한 선수로서 개인적인 소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김보미는 우선 “개인적으로도 3시즌 만의 플레이오프고 우리 팀도 신한은행을 만나서 작년에 졌지만 올해 또 다시 붙었는데 이긴 것 자체가 너무 감격”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김보미는 “아침부터 느낌이 좋았다. 기분도 몸도 좋았다. 경기에 들어갔을 때 그 느낌을 믿고 자신 있게 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랜 부상을 털어내고 다시 코트에 복귀해 중요한 순간 중요한 활약을 펼친 끝에 팀을 승리로 이끈 기분에 대해 김보미는 “사실 이번 시즌 정규리그를 치르면서 힘든 순간이 많았다. 잘 하고 싶은데 내 맘처럼 잘 되지 않았다. 그런 욕심 때문에 힘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스스로 ‘그 전에는 코트에서 뛰기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욕심을 내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그 이후 운동하면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하다 보니 지금은 몸이 올 시즌 들어 가장 좋다. 다른 멤버들이 지쳐있는 순간인데 내 몸이 많이 올라 온 듯한 느낌이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보미는 마지막에 “내가 자신감을 찾는 데 있어 다그치기 보다는 배려해 주고 기다려준 코칭 스태프에게 감사한다.”며 “지금은 코트에 들어가서 잘 하기 보다는 제 역할을 충실히 한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그것은 스포츠 경기 자체뿐만 아니라 선수한 명 한 명에 얽힌 이야기들이 나름대로 드라마틱한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날 김보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드라마에 있어 매우 의미 있는 한 장면을 펼쳐낸 셈이다.
오랜 기다림과 마음고생을 끝낸 김보미에게 눈부신 봄날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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