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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잉 코치' 신정자의 트레이드, 어떻게 볼 것인가카테고리 없음 2015. 1. 30. 13:46반응형
작년 12월 30일 여자프로농구 구리 KDB생명의 안세환 감독이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발표했다. 다소 갑작스러운 발표인 것으로 보였지만 어느 정도 예견된 행보였다. 실제로 하루 이틀 전부터 안 전 감독이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애당초 안 전 감독이 KDB생명을 맡게 되는 과정과 관련, 한국은행에서 현역 선수생활을 마감한 뒤 지도자의 길을 걷지 않고 산업은행의 일반 직원으로 생활해 오다 갑작스럽게 KDB생명의 감독으로 선임된 과정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져온 터였다.
특히 안 전 감독은 KDB생명의 감독을 그만두면 다시 산업은행 직원으로 복직이 보장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프로구단의 감독으로서 선수단 전체에 대한 장악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성적에 대한 절실함도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전 감독은 최선을 다했겠지만 이후 이어진 KDB생명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였다. 결국 상식 밖의 구단 운영이 빚은 예견된 재앙이었던 셈이다.
안 전 감독이 물러난 뒤 박수호 감독체제 하에서 치른 첫 경기에서 KDB생명은 홈팬들 앞에서 청주 KB스타즈를 잡아냈다. 뭔가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날 박 대행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팀의 고참인 신정자, 한채진, 이연화 등과 미팅을 통해 ‘난 이런 부분이 마음에 안 든다. 이런 것은 고쳐라’라고 확실히 이야기를 했고, 선수들로부터 ‘알겠다며 잘하겠다’는 다짐을 받은 사실을 전했다.
안 전 감독의 선수단 장악력이 떨어져 있었고, 팀의 상징이랄 수 있는 플레잉코치 신정자가 팀의 실질적인 감독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기는 하나 팀의 사령탑으로서 조기에 팀을 안정 시키고 선수단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행보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KDB생명은 신정자를 인천 신한은행으로 트레이드 했다.
팀의 플레잉 코치를 팀의 신인 선수와 묶어 2대 2 트레이드의 형식으로 다른 팀에 처분한 셈이다. 그 동안 KDB생명에서 신정자가 어떤 의미의 선수였고, 그 존재감이 어떤 수준이었는지를 떠올려 본다면 신정자에게는 그야말로 굴욕적인 트레이드다.
KDB생명이나 신한은행 양측은 ‘윈-윈’을 말한다. 우리은행을 꺾고 왕좌를 되찾아야 하는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신정자의 가세로 천군만마를 얻었다는 입장이고, KDB생명 역시 조은주와 허기쁨이라는 수준급 선수를 받아들임으로써 팀을 리빌딩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누가 틀리다고 이야기 할 수도 없는 내용이다.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분명 전력적으로 플러스 요소를 가져가는 트레이드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KDB생명은 결과적으로 또 한 번 상식 밖의 결정을 했다.
프로구단에서 팀의 간판 스타를 플레잉 코치로 임명하는 예는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플레잉코치인 선수들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어떤 선수를 구단이 플레잉코치로 임명했다는 사실은 원칙적으로 해당 선수가 현역 선수생활을 공식적으로 마감할 때까지 함께 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은퇴 이후 팀의 지도자로서 계속 활약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결정이기 때문이다.
과거 플레잉 코치로 임명된 선수의 경우 은퇴 이후 해당 구단에서 영구결번 지정과 함께 지도자로 새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팬들도 상식적으로 그런 수순을 기대한다.
그런 이유로 신정자 자신도 KDB생명 구단이 자신을 플레잉코치로 임명, 팀의 베테랑이자 레전드로서 배려해 준데 대해 감사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KDB생명은 스스로 임명한 플레잉코치를 미련 없이 다른 구단에 ‘처분’했다.
신정자가 KDB생명에게 이렇게 여느 선수들과 다를 바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위상과 의미의 선수였다면 에당초 플레잉 코치로 임명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박수호 감독대행은 최근 인터뷰에서 신정자의 출전시간이 현저히 줄어든 부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신정자의 평소 컨디션 관리 등 선수로서 자세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어조로 언급한 적이 있다.
당시의 상황을 떠올려 보면 이번 트레이드가 그리 뜬금 없는 결정이 아닐 수도 있다. 또한 이번 트레이드가 신정자의 요청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무엇이 진실이건 간에 KDB생명에서 8년을 활약하며 팀을 리그 정상의 위치에까지 올려놓은 간판 스타이자 플레잉 코치를 ‘리빌딩’의 미명하에 처분한 결정은 분명 정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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