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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아직은 부담스러운 ‘포스트 김연아’ 타이틀카테고리 없음 2015. 1. 10. 10:06반응형
박소연(신목고)이 종합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박소연은 9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2015(제69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서 TES 61.54점 PCS 52.45점 합계 113.99점으로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60.40점)와의 합산 점수에서 174.39점을 기록,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박소연이 우승자로 결정되고 시상대에 올라 있는 박소연에게 시상을 하기 위해 나선 주인공이 다름 아닌 박소연의 우상이자 롤로델인 '피겨여왕' 김연아(25)이었다는 점은 보는 이들에게 상징적인 장면으로 비쳐진 것이 사실이다.
이날 시상식 장면은 ‘포스트 김연아’ 내지 ‘김연아의 후계자’로서 박소연이 가장 선두에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종합선수권 우승자에 대한 시상이라기 보다는 김연아가 자신의 후계자로 박소연을 공인하는 장면으로 비쳐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박소연에게 ‘포스트 김연아’라는 타이틀은 영광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큰 부담이다.
김연아 은퇴 이후 국내 여자 피겨 스케이팅 일인자 자리에 오른 선수라는 단순한 의미로서는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타이틀이지만 김연아의 뒤를 이어 세계 무대에서 대한민국 여자 피겨 스케이팅의 건재를 알릴 주인공이라는 의미로 ‘포스트 김연아’라는 타이틀을 갖기에는 분명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소연은 김연아와 함께 출전한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2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9위를 차지, ‘톱10’에 드는 성과를 이뤘다. 그는 또 그랑프리 시리즈 1, 4차 대회에서 각각 5위에 올라 한국 피겨의 존재를 알리는 역할을 해냈다.
최근 국내외 대회 성적을 놓고 보면 박소연이 국내 일인자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박소연은 분명 장점이 많은 선수다. 부상 관리와 훈련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당분간 한국 피겨의 자존심을 세계 무대에 세워줄 수 있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무대에서 박소연의 현재 위치, 그리고 궁극의 목표가 될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박소연이 한국 여자 피겨를 대표한 선수로서 나설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을 때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까지는 회의적인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팬들이 기대하고 있는 진정한 의미의 ‘포스트 김연아’를 기대하기에는 박소연의 현재가 불안해 보인다는 점이다.
이번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박소연의 쇼트 프로그램 연기는 상당히 훌륭한 수준이었다. 시즌 처음으로 펼친 클린 연기였고, 그 결과 60.40점을 받았다. 박소연의 쇼트 프로그램 ‘퍼스널 베스트’ 점수다.
하지만 프리 스케이팅 연기는 쇼트 프로그램의 연기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첫 번째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럿츠를 뛰지 못하고 놓치면서 불안한 출발은 했지만 이후 다른 점프 과제를 비롯한 기술적 요소들을 실수 없이 소화해 낸 것은 칭찬해 줄 만하다. 기술적인 면에서 김연아의 현역 시절과 비교해도 결코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김연아가 항상 외국 선수들을 압도했던 PCS 점수에서 박소연은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스케이팅 스피드나 안무에 대한 표현능력 등 여러 면에서 현재 세계 정상권에 포진한 외국 선수들에 비해 뒤져 있고, 그 차이를 좁히기 쉽지 않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외 대회를 막론하고 박소연의 순위를 사실상 결정해 온 프리 스케이팅 PCS에서 박소연이 이번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얻은 점수는 52.45점. 박소연 자신이 1차적 목표로 삼고 있는 세계 10위권의 성적을 거두기 위해 필요한 프리 스케이팅 PCS 점수가 60점 안팎이라고 보면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문제는 박소연이 팬들이 기대하는 ‘포스트 김연아’ 타이틀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박소연 본인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박소연에게 세계 무대에서 대등하게 경쟁할 힘을 만들어 줄 적절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PCS 점수에 대한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는 안무가와 코치의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겉으로 보기에 세계 최정상을 주름잡고 있는 러시아나 북미, 그리고 일본의 선수들에 비해 한국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PCS 점수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여겨질 수 있는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안에는 분명 어떤 차이가 존재할 것이다.
그 차이를 잡아내고, 보완해 줄 수 있는 지원이 박소연에게 이루어졌을 때 박소연에게서 ‘포스트 김연아’ 타이틀은 더 이상 부담스럽거나 어색한 타이틀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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