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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이 제시한 한국 축구 새 패러다임카테고리 없음 2014. 12. 30. 03:14반응형
지난 22일 울리 슈틸리케(60) 축구대표팀 감독은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달 9일부터 호주에서 열리는 2015 AFC 아시안컵에 출전할 23명의 최종명단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대표팀 23명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주인공은 최전방 공격수 포지션에 뽑힌 이정협(상주상무)였다.
이동국(전북)과 김신욱(울산)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지난달 중동 원정에서 처음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은 박주영(알 샤밥)이 6경기 연속 골 침묵으로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가운데 이달 제주 전지훈련에서 발탁된 풋내기 이정협이 발탁된 것은 어찌 보면 슈틸리케 감독의 ‘마이 웨이’를 엿볼 수 있는 발탁이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선택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자신만의 선수 보는 눈을 가지고 선수를 선발했고, 그 선택의 결과와 평가가 아시안컵으로 갈린다는 점에서 모험으로도 볼 수 있지만 한 편으로 보면 2002 한일월드컵 이후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는 한국 축구의 리빌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선택이기도 했다.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은 최근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한국 축구에 대한 리빌딩 작업이 어떤 성격의 것인지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끈다.
슈틸리케 감독은 29일 호주 시드니의 매쿼리 대학 훈련장에서 가진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축구에 대한 생각, 접근법, 경기에 임하는 태도를 뜯어고치는 것이 급선무"라며 “이는 누구를 원톱 공격수로 쓰느냐, 득점을 어떻게 이루느냐 등의 전술적 문제를 논하기 전에 반드시 미리 해결해야 할 원리적인 문제"라고 발했다.
그는 이어 "주로 K리그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 축구는 볼을 점유하려고 하지 않고 수비하는 데 신경을 더 많이 쓴다"고 지적하면서 "최대한 볼을 많이 점유하고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의욕적 자세를 선수 개개인에게 주입하는 게 현 시점에서 내가 가장 집중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내가 원하는 것은 선수들이 주도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할 때 선수들뿐만 아니라 팀도 색깔을 낼 수 있다"고도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이와 같은 언급은 그 동안 K리그를 지켜 보며, 그리고 한국 축구를 지켜보며 많은 전문가들이 제대로 된 원인 제시를 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비로소 명쾌한 해답과 해법을 제시한 발언이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는 체력은 좋은데 기술이 부족하다’는 그 동안의 통념을 깨고 ‘한국 축구는 기술은 좋은데 체력이 약하다’고 언급함으로써 한국 축구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했던 것과 비견될 만한 발언이다.
그 동안 K리그가 꾸준히 ‘공격축구’를 부르짖어 왔음에도 제대로 된 공격축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공수전환에 있어 매끄럽지 못하고 신속하지 못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속도감을 느끼지 못하게 했는지 등등의 문제점의 원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 슈틸리케 감독의 언급 속에 녹아 있다.
결국 세계 축구의 최신 트렌드인 새로운 개념의 토털사커가 한국 축구에는 이식되지 못했다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진단인 셈이다.
그 동안 K리그 팀들이나 국가대표팀 모두 특정 선수에게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역할을 부여하고 빌드업부터 슈팅 기회를 만드는 일까지 경기를 풀어나가는 거의 모든 역할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모습은 ‘구닥다리’라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인 것으로 읽힌다.
그라운드에 선 그 누구도 플레이메이커로서 팀 플레이를 풀어내고 득점 기회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토털사커’는 단순히 ‘전원 공격 전원 수비’로 대변되는 과거의 토털사커 개념과는 분명한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한 마디로 슈틸리케 감독의 한국 축구 리빌딩 키워드는 팀 플레이의 ‘체질개선과 선수 개개인의 ‘마인드 전환’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철학과 그에 대한 언급이 반가운 이유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현재까지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미로에 갇힌 듯한 모습을 보여왔던 한국 축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새로운 지향점이 마련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사실상 참패를 당했음에도 홍명보 감독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한국 축구에게 진짜 문제는 무엇이었고, 앞으로 어떤 것부터 해야 하는 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우승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가 어떤 스타일인지 분명해졌고, 선수들 상당수가 대표팀 유니폼을 꿈꿔왔던 만큼 짧은 기간이나마 슈틸리케 감독이 제시하고 있는 ‘자기 주도형 축구’가 이뤄지기만 한다면 한국 축구가 그 동안 축적해 온 잠재력이 아시안컵 무대에서 폭발할 수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제시한 축구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한국 축구와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대표팀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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