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틸리케호, 이기고도 쑥스러운 요르단전 '클린 시트'카테고리 없음 2014. 11. 15. 10:39반응형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지난 14일 밤(한국시간) 요르단과의 원정 평가전에서 전반 차두리(서울)의 크로스를 한교원(전북)이 헤딩골로 연결한 선제골을 끝까지 유지, 1-0 승리를 거뒀다.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6위로 74위의 요르단에 앞서 있었고, 이전까지 역대 상대 전적에서 2승2무로 압도하고 있었던 상황, 그리고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현재 상당한 수준 앞서 있다는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중동 원정’이라는 환경 자체가 주는 부담으로 인해 쉽지 않았을 경기에서 승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경기였다.
특히 한국 수비진의 입장에서 보면 앞서 국내에서 있었던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당한 대량 실점 패배의 당황스러움을 떨쳐내고 다시 ‘클린 시트’ 받았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경기였다.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이날 ‘클린 시트’ 1-0 승리라는 결과는 대표팀에게 다소 쑥스러운 결과이기도 하다.
전반 초반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한 상황에서 요르단 공격수의 헤딩 슈팅이 한국 골문의 골대를 맞고 나오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당시 그 헤딩 슈팅은 한국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한국 수비수 등 뒤로 파고 들던 요르단 공격수가 사실상 무인지경의 골문을 향해 시도한 쉬운 헤딩 슈팅이었지만 한국에 는 행운 요르단에는 불운이 작용하면서 골대를 맞고 나오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노골이지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날 요르단전은 사실상 한 골을 주고 시작했을 경기였다. 그리고 한 골을 먼저 실점하고 경기를 펼쳤다면 경기결과는 지금 이렇다 저렇다 말 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됐을 만큼 예측 불허의 상황이 됐을 것이다.
한국은 이날 기존의 4-2-3-1 전형이 아닌 4-1-4-1 이라는 다소 생소한 전형을 들고 나섰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공수를 조율하고 포백 수비라인의 부담을 줄여주는 기존의 4-2-3-1 대신 4-1-4-1의 전형을 택한 것은 공격과 수비 상황에서 모두 요르단에게 수적인 우위를 확보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슈틸리케 감독의 또 하나의 실험이었다.
공격적인 측면에서 경기 초반 한국 대표팀은 높은 점유율로 슈틸리케 감독의 구상을 실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요르단의 단 한 번의 역습에 수비라인이 무너지며 골대를 맞히는 상황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수비적인 측면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의 의도가 맞아떨어지지 않은 셈이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남태희(레퀴야)가 다소 아래로 쳐지면서 공수를 조율하면서 안정을 되찾기 전까지는 이와 같은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졌다.
어쨌든 문제는 역시 수비였다. 그리고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다시 한 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를 원한다면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서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역시 슈틸리케 감독이다.
요르단전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진의 간격유지와 수비전술 가다듬기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비적인 측면에서 4-1-4-1 전술이 지닌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좌우 측면 미드필더, 그리고 좌우 측면 풀백들과의 호흡이 성공적인 수비 운용에 무척이나 중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대표팀을 요르단을 상대로 경기결과에서 이기기는 했으나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결코 성공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절반의 성공’ 정도로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앞으로 남은 이란(FIFA 랭킹 51위)과의 평가전이다.
오는 18일 악명 높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이란과의 평가전은 우리 대표팀이 제대로 된 수비운용에 실패할 경우 자칫 경기장의 분위기에 일순간 압도 당하며 대량실점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기 초반부터 한치의 오차 없는 수비전술 운용을 가져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란전에도 슈틸리케 감독이 다시 4-1-4-1 전형을 실험할 지 아니면 기존의 4-2-3-1 전술을 통해 일단 ‘이기는 축구’를 먼저 고려할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일단 다행스러운 점은 오른쪽 풀백 차두리가 상당히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요르단전을 끝으로 독일로 돌아갈 것으로 보였던 박주호(마인츠)도 이란전에 뛸 수 있게 돼 좌우 측면이 든든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또한 이란전에는 요르단전에 출전하지 않았던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출전해 공수를 조율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요르단전 보다는 한층 안정적인 수비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중동원정을 앞두고 팬들과 미디어의 주된 관심은 공격수 박주영(알샤밥)에게 모아졌다. 그리고 중동파 선수들이 중동 현지에서 벌어지는 평가전에서 어떤 역량을 펼쳐 보일지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 이번 슈틸리케호의 중동원정의 방점은 수비에 찍혀 있다고 보여진다.
과거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결승 토너먼트나 그 이전 조별예선부터 중동팀들에게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들을 되짚어 보면 다득점을 올리지 못한 탓보다는 수비에서 우리의 한 골을 지켜야 할 때 지켜주지 못하고 경기 막판 결정적인 동점 실점을 하거나 초반 어이없는 실책성 플레이로 선제골을 내준 뒤 중동팀들 특유의 밀집수비와 이른바 ‘침대축구’로 대변되는 지연 작전에 말린 경우들이 더 많았다.
요르단전에서 후자의 경우를 경험할 뻔했다.
중동팀들의 경우 측면 수비를 무너뜨리는 공격 전술도 위협적이지만 순간적으로 중앙을 파고드는 돌파 능력도 위협적이라는 점에서 중앙 수비 파트너간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또 최근 들어 특히 한국 대표팀의 수비는 세트피스 수비에서 두드러지게 약점을 노출한 만큼 세트피스 수비에 대한 집중적인 대비와 체크가 이루어져야 한다.
요르단전에서 경기 초반 아찔한 상황을 겪은 장면이나 여러 실점 위기를 넘긴 상황을 복기해 본다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오는 18일 이란과의 원정 평가전에서 대표팀은 이기는 경기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제대로 된 ‘클린 시트’ 경기를 펼치는 데 초점을 둬야 할 것이다.
호주 아시안컵이 열리는 내년 1월까지 더 이상 모의고사를 치르고 오답노트를 정리할 기회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