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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 위협할 유망주 등장? 온라인뉴스팀의 '황당한 특종'카테고리 없음 2014. 8. 15. 18:08반응형
광복절인 15일 오전 <스포츠서울> 홈페이지를 들어갔다가 눈에 띄는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를 위협할 만한 유망주의 등장에 누리꾼들이 흥분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손연재는 최근 불가리아에서 끝난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 대회에서 개인종합과 종목별 결선에서 총 3개의 동메달을 획득, 다음달 개막하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할 것이 유력한 우승후보다.
따라서 손연재를 위협할 만한 또 한 명의 유망주가 등장했다는 소식은 신수지-손연재에 뒤를 이어 한국 리듬체조를 이끌어갈 또 한 명의 후보가 생겼다는 점에서 한국 리듬체조계에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기 때문에 기사 내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기사를 클릭해 열어봤다. 예상대로 ‘낚시성 기사’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 기사가 스포츠서울 전체 기사 가운데 가장 많이 본 기사 가운데 하나로 표시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신기한 일이었지만 그와 같은 현상이 어떻게 벌어지게 됐는지는 추측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15일 오전 8시 50분경 게재된 ["손연재 위협"…리듬체조 여신 등장에 네티즌 흥분]이라는 제하의 기사 내용은 아래와 같다. 솔직히 텍스트가 몇 줄 되지도 않는다.
“리듬체조 유망주 OOO에 대한 네티즌의 관심이 뜨겁다.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손연재를 위협하는 유망주'라는 제목으로 OOO의 사진이 담긴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진은 지난 6월 9일 방송된 KBS2 '출발 드림팀 시즌2' 엠블랙 특집 방송을 캡처한 것으로서, OOO은 푸른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여고생다운 매력을 발산해 눈길을 끈다.
네티즌은 ‘손연재 긴장해야겠다’ ‘우리나라 리듬체조가 기대되네’ ‘오늘부터 OOO선수 팬 할래’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OOO은 OO고등학교 재학 중이며 귀여운 외모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기사를 클릭하기 전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대했던 기사의 내용은 대략 이런 것이지 않았을까?
문제의 기사에 거론된 선수가 어떤 능력을 지닌 선수고 지금까지 어떤 성과를 거뒀으며, 어떤 점이 손연재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는 뭐 이쯤 아니었을까?
적어도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 전문매체인 <스포츠서울>에서 관심을 가지고 메인 페이지에 노출시킬 만큼 비중이 있는 기사였다면 최소한 이 정도 내용은 되었어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하지만 기사 어디에도 기대했던 내용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비록 정체 불명의 커뮤니티에서 거론된 내용을 인용했다고는 하나 최소한 이런 제목의 기사를 쓰려 했다면 커뮤니티에서 거론된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 <스포츠서울>이라는 매체의 품위에 어울릴 만한 소스인지를 고민해야 했지만 그런 노력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손연재를 위협할 만한 부분이 리듬체조 실력이 아닌 미모였다면 어떤 점이 손연재보다 뛰어난 지라도 적어놓았다면 차라리 면피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그런 내용 조차도 기사 내용엔 들어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같은 문제 있는 기사를 쓴 기자는 누구일까가 궁금했다. 솔직히 예상은 좀 했다.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온라인 뉴스팀’이었다. 결국 이 기사는 손연재를 위협할 유망주 따위에는 애초에 관심도 없고 그저 ‘손연재’나 ‘엠블랙’이라는 잘 팔리는 키워드의 검색 유입을 노린 ‘낚시 기사’였던 셈이다.
‘손연재’와 ‘엠블랙’ 키워드 유입을 빼앗긴 것이 억울했을까? <스포츠서울>의 보도 이후 몇 시간 있다가 복수의 매체에서 <스포츠서울>의 보도를 거의 베끼다시피 한 기사를 발행했다.
그 결과 국내 한 대형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손연재를 위협할 유망주로 지목된 그 학생 선수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코미디가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이니 별로 큰 일로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대표 스포테인먼트 매체를 표방하는 매체에서 자신들의 전문 영역에 대한 보도를 이런 식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손연재’라는 키워드로 기사를 써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보는 기사를 만들려 했다면 실제 손연재와 리듬체조에 대한 취재를 해서 기사를 내는 것이 맞다. 그게 원칙이다.
‘엠블랙’이라는 키워드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보는 기사를 만들려 했다면 실제 엠블랙과 그들의 공연이나 음악을 가지고 취재를 해서 기사를 내는 것이 맞다. 그게 원칙이다.
그리고 기사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기사로 내거나 광고주의 의뢰를 받아 내보내는 광고성 기사가 아니라면 ‘온라인뉴스팀’이 아닌 기자의 실명으로 나가는 것이 원칙이고 상식이다.
<스포츠서울>은 최초 게재한 기사에서 해당 선수에 대해 지난해 9월 7일 강원도 양구 문화체육회관에서 열린 제38회 KBS배 전국리듬체조대회 볼 종목에 출전해 아름다운 자태와 유연한 몸놀림으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고 소개하면서 유튜브 동영상까지 소개했지만 몇 시간 후 뭔가 찔렸는지 이 내용은 들어 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문제의 기사를 베끼다시피 한 다른 매체에 고스란히 옮겨져 있었고, 한 매체는 한 술 더 떠 “리듬 체조 팬들 사이에선 '제2의 손연재'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를 향한 리듬 체조계의 시선이 뜨거워지고 있다.”고 호기롭게 말을 보태기까지 했다.
기사를 베낀 그 매체도 딱하지만 이런 코미디의 빌미를 제공한 <스포츠서울>의 잘못이 가장 크다.
최근 <스포츠서울>은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변화를 거치면서 독자들에게 잘 하겠노라는 다짐 비슷한 것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런 식의 기사를 내보내는 것이 과연 독자들과 약속한 ‘잘하는 일’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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