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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지한파' 외국인 감독은 필요없다카테고리 없음 2014. 7. 29. 09:23반응형
새로이 선임을 준비 중인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를 놓고 무수한 말들이 오고 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2002 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과 호흡을 맞춰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끌어 냈던 이용수 기술위원장 체제를 부활시키고 새로운 기술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우선 “내 생각에는 외국인, 내국인 감독을 포함해 기술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이다. ‘어떤 감독이 리스트에 있다’고 보도가 나오는데 아직 어떤 감독이 포함돼 있는지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혀 국내외를 망라한 후보자 검증 작업을 벌일 뜻을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인 감독의 경우 대표팀 감독으로 준비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대표팀 분위기를 쉽게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외국인 감독의 경우 세계축구 흐름 변화와 우리 선수들의 장점을 세계 무대에서 표출하는 방법을 잘 알 것”이라고 한국인 지도자 선임과 외국인 지도자 선임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대표팀 감독 선임 기준에 대해 “월드컵 등에서의 경기 경험과 리더십, 인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그 저변에 유소년 축구에까지 영향을 주는 비전을 만들 수 있는 분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임 기술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위원회가 꾸려졌고, 기술위원장이 새 감독 선임에 대한 기준도 내놓았다. 이제 그 기준에 따른 인선작업 만이 남은 셈이다.
만약 기술위원회가 한국인 감독을 선임하게 된다면 K리그 클래식 구단의 감독 가운데 한 명을 선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게 될 때 축구협회가 조심해야 할 점이 한 가지가 있다는 점이다.
바로 ‘지한파’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한국 축구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외국인 감독 후보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닐 것이라는 말이다.
그 동안 미디어에 이름이 오르내린 외국인 지도자들의 면면을 보면 한국 축구에 대해 잘 모르는 지도자도 많지만 한국 선수들을 소속팀 선수로 데리고 있어 봤던 지도자들이 눈에 띈다. 또한 다년간 한국 축구 대표팀의 활약상을 지켜봐 왔고, 한국 축구계 내부의 분위기나 팬들의 심리상태까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지도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전지식이 오히려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축구협회의 기대를 충족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단적인 예가 핌 베어백 전 대표팀 감독이었다. 그는 2002 한일월드컵과 2006 독일월드컵에서 각각 히딩크 감독과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해 대표팀 코치로서 활약한 뒤 대표팀 감독의 자리에 올랐다.
그가 대표팀 사령탑에 앉게 되자 국내 축구팬들은 베어백 감독이 한국 축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인 만큼 빠른 시간 안에 대표팀 선수단을 장악하고 제대로 된 선수를 발탁할 것이라고 기대를 했다.
특히 과거의 대표팀과는 달리 대표팀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실험을 시도하는 가운데서도 크고 작은 국제대회와 평가전에서는 이기는 축구를 보여주겠노라는 베어백 감독의 취임 일성은 ‘지한파’다운 한 마디였고, 많은 축구팬들의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다짐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그의 선수선발은 참신하지 못했고, 오히려 선수 차출 문제에 따른 K리그 감독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오래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국제대회나 평가전에서 보여준 경기력도 시원치 않았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가장 큰 원인은 오랜 기간 한국 축구와 함께 하면서 어느새 외국인 지도자가 아닌 절반은 한국인 지도자가 되어 버린 베어백 감독이 파악하고 있는 한국 축구와 한국 선수들에 대한 인식이 여타 한국 지도자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한파’ 외국인 감독 선임의 함정이 여기에 있다.
결국 외국인 지도자를 선임한다고 한다면 아예 한국 축구에 대한 지식이 없이 자신 만의 축구철학으로 한국 축구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뚜렷한 색깔을 지닌 외국인 지도자가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 축구에게 가져다 줄 것이 더 많은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과거 FC서울의 감독이었던 세뇰 귀네슈 감독. 그가 서울에서 이청용이나 기성용 같은 선수를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발탁해 1군 무대에 데뷔시키지 않았다면 지금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연령이나 경력을 중시하는 한국 축구 문화를 깨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선수를 보고 발탁하는 외국인 감독 특유의 소신이 결국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만약 새로이 선임되는 축구대표팀 감독이 외국인 감독이라면 이런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외국인 감독의 선임에 있어 후보자가 지닌 ‘지한파’라는 요소가 결코 플러스 요소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신임 감독 선임 일정에 대해 “욕심은 9월에 열리는 A매치 이전에 감독으로 경기장에서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보면 한다. 한국인 감독일 경우 문제없지만, 외국인 감독일 경우에는 계약을 마친 후 경기장에서 우리 대표팀의 경기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어쨌든 앞으로 한 달이면 새로운 대표팀 감독을 만날 수 있다. 어떤 지도자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게 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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