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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의 브라질월드컵 항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카테고리 없음 2014. 6. 24. 06:26반응형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2차전에서 알제리에게 완패하며 16강 자력 진출이 무산됐다.
아직 16강 진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와 알제리가 예선 3차전에서 맞붙고 한국은 H조의 최강팀인 벨기에와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을 놓고 보면 누가 봐도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에 절망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 대표팀이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형편없는 경기력을 떠올려 본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 이유로 국내외 언론은 현재 대표팀 선수들과 홍명보 감독에게 엄청난 비난과 조롱 섞인 야유를 퍼부어대고 있다. 러시아전 직후만 하더라도 대표팀의 경기력에 찬사를 아끼지 않던 태도와는 180도 달라진 태도들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가장 큰 비판을 받는 사람은 역시 홍명보 감독이다.
지난 러시아전에서 부진했던 박주영을 이날도 선발 기용했던 부분, 러시아와 스타일이 분명하게 다른 알제리를 상대하면서 러시아전과 같은 선발 라인업을 구성한 점이 특히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홍명보 감독과 박주영 외에도 알제리에게 두 번째 골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렀고, 골키퍼로서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이른바 ‘슈퍼 세이브’가 전혀 없었던 골키퍼 정성룡에 대한 비판도 그 누구에 대한 비판보다 강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 같은 언론의 무차별적 공격은 어찌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알제리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숱한 전력분석이 대표팀 자체적으로도 이뤄졌겠지만 언론에 의해서도 이루어졌고, 그에 대한 해법도 여러 가지가 제시됐다. 그 결과 알제리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러시아와는 달리 스피드와 개인기를 두루 갖췄고, 지난 벨기에전과는 달리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 나올 것이 어느 정도 예상됐다.
그리고 실제 상황에서 알제리의 플레이는 앞서 언급된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명보호는 무려 4골이나 허용하며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한 마디로 상대의 장단점과 실전에서 들고 나올 전술을 속속들이 알고도 당했다는 말이다.
이는 분명 변명의 여지가 없는 과오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홍명보호에게 쏟아지고 있는 이 같은 엄청난 공격은 건설적이거나 발전적이거나 미래지향적이라기 보다는 그저 결과론에 그치고 있고, 희생양을 찾는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모양새여서 보기에 심히 불편하다.
복싱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한국 복싱사에 있어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홍수환의 ‘4전5기’ 경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홍수환 당시 선수가 적지인 파나마에서 카라스키야라는 엄청난 하드 펀처와 세계타이틀전을 벌여 4번을 먼저 다운되고도 다시 일어나 역전 KO승을 이뤄낸 엄청난 경기였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홍수환이 카라스키야를 다운 시킨 장면이 아닌 네 차례 다운 당하는 과정이다.
세계 챔피언에 도전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홍수환이 스스로 기절할 정도의 주먹이 아닌 펀치를 맞고 네 차례나 다운을 당했다는 것은 실력 자체가 모자랐던 것이 원인이었다기 보다는 첫 번째 다운을 당한 것을 빨리 되갚아 주겠다고 조급하게 덤비다 역으로 카운터 펀치를 허용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알제리에게 4골을 허용한 홍명보호도 전술적인 판단 착오가 있었을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한 편으로는 첫 골을 실점한 이후 더 이상의 실점을 막기 위해 수비 조직력에 좀더 신경을 쓰고 신중한 경기를 펼치는 대신 실점을 만회하기 위해 조급하게 공격에 나서다 상대의 역습을 허용하면서 많은 실점을 허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심리적인 조급함이 화를 부른 셈이다.
결국 알제리전 완패는 대표팀의 실력이 알제리에 비해 현격히 떨어져서 당한 참패라기 보다는 순간적인 심리적 공황상태가 불러온 사고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를 상대로 선전을 펼치며 1-1 무승부를 기록한 것도 우리 대표팀이고, 알제리에게 전반에만 세 골을 내주며 결국 2-4로 완패한 대표팀도 우리가 사랑하고 보듬어야 할 우리의 대표팀이다.
홍명보 감독이 뽑은 23명의 선수 가운데 제대로 뽑은 선수도 있을 것이고, 잘못된 평가에 근거해 뽑은 선수도 있을 것이고, 뽑아야 할 선수를 뽑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런 평가 조차도 지금 시점에는 그저 결과론적인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본다면 아직 벨기에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대표팀을 한국 축구 퇴보의 상징으로 낙인 찍으면서 사기를 꺾는 일에 조국의 언론들이 앞장을 서는 것은 곤란하다.
축구 선수로서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에서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펼친 선수들이 지금 스스로 절감하고 있을 참담한 심경과 생애 첫 월드컵 골을 성공시키고도 제대로 된 골 세리머니도 없이 골문 안의 공을 들고 하프라인으로 뛰어가던 선수들의 절박했던 심정을 한 번쯤은 헤아려 봤으면 한다.
지금은 대표팀이 알제리전 완패로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수습하고 벨기에전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켜봐 줘야 하는 시기다.
전쟁 중에 아군과 아군의 지휘관을 흔드는 일은 분명 이적행위다. 대표팀에 대한 모든 비판과 평가는 대회가 끝난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홍명보호의 브라질월드컵 항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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