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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에서 나온 ‘살인 태클’ 문제는 인성 아닌 교육카테고리 없음 2014. 5. 18. 12:24반응형
지난 16일 한 언론에서 보도한 고교야구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날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68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회전에 나선 유신고와 제주고의 경기 도중 나온 ‘살인태클’ 장면에 대한 기사였다.
축구도 아닌 야구에서 ‘살인태클’이 나왔다는 것이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내용은 이렇다.
6회초 1-3으로 뒤지고 있던 제주고의 공격에서 선두타자 이현무는 안타를 치고 출루했고, 보내기 번트로 3루까지 진루, 제주고는 1사 3루의 득점기회를 잡았다. 이때 후속 타자인 김태훈이 좌익수 깊은 플라이 타구를 날리자 3루에 있던 이현무는 홈으로 쇄도했다.
이현무가 홈으로 파고드는 사이 유신고의 포수 유승오는 외야로부터 전달된 공을 포구해 홈 플레이트 앞에 자리를 잡았다. 이때 홈으로 달려들던 거구(신장 190cm / 체중 100kg)의 이현무는 자신의 체중이 고스란히 실린 스파이크를 앞세워 홈을 지키고 있던 유승오를 가격하듯 밀어 부쳤다.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포수 유승오는 그러나 공을 떨어뜨리지 않았고, 이현무는 아웃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끝까지 홈을 지켜낸 포수 유승오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유승오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고, 정밀 검사 결과 장기를 감싸는 갈비뼈가 부러져 위험한 상황이라 전해졌다.
문제는 이현무의 태도. 이현무는 자신의 스파이크에 나가 떨어진 유승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흥분해서 덕아웃에서 뛰쳐나온 유신고 선수와 코치들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벤치로 향했다.
유신고의 이성열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유신고가 제주고를 8회 콜드게임으로 제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현무의 비신사적인 플레이와 태도에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부터 국내 스포츠계의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학교 스포츠에 있어 공부하는 선수, 생각하는 선수를 키워내자는 것이었다.
그런 취지 하에 많은 스포츠 종목의 단체들이 학기 중 일정 기간 한 곳에 모여 며칠씩 경기를 치러 학생 선수들의 정상적인 학업에 지장을 주는 대회를 폐지하고 학과 일정이 없는 주말에 리그 형식으로 치르는 형태로 전환했다.
이는 학생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학교 수업을 받고, 일정 수준 이상의 학업적 성취를 이룸으로써 장차 직업 선수의 길로 들어서지 않더라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도 담겨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직업 선수가 됐을 때 좀 더 투철한 직업의식과 동업자 정신을 가지고 윤리적으로도 올바른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
하지만 이날 이현무가 보여준 프로야구 무대에서도 보기 어려운 수준의 비신사적이고 살인적인 플레이와 문제의 상황 이후에 보여준 태도는 도저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플레이와 태도였다.
승리만이 절대 가치로 여겨질 수 있는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도 나름대로의 질서와 도리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절대적인 가치를 지녀야 하는 정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동업자 정신이다.
문제의 장면을 보도한 ‘STN’은 기사의 제목을 ‘고교야구선수 인성(人性) 문제…이래도 되나’라고 잡았지만 문제의 장면은 선수의 인성의 문제가 아닌 교육의 문제다.
그라운드가 아닌 학교나 학교를 벗어난 거리에서 특정 학생이 행하는 행동이나 태도는 개인적 인성에 관한 문제이나 그라운드에서 경기에 임하는 선수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몸가짐은 선수의 인성보다는 교육을 통해 갖춰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업자 의식은 앞으로 프로선수로서 활약하고자 하는 선수라면 지도자의 교육을 통해 생각을 갖춰야 하고 그라운드에서 실천되어야 하는 정신이다.
제주고 성낙수 감독은 전국고교야구감독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누구보다 학생선수들의 기량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의 지도에 있어 모범을 보여야 하는 위치에 있는 지도자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 이미 이현무와 성낙수 감독이 부상을 당한 유신고의 포수 유승호와 이성열 감독에게 진심 어린 사과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믿고 싶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로선수들도 자신의 플레이와 상대 선수를 대하는 모습에 문제가 없는 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후배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플레이를 펼쳤다면 지금이라도 선배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한국 최고의 프로스포츠로서 프로야구가 앞으로도 계속 확고한 위치를 지킬 수 있는 탄탄한 기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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