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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아 열애 보도, '스토킹 취재'의 위대한 승리?
    카테고리 없음 2014. 3. 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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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아가 연애를 한다. 24살 꽃다운 여성에게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고 축복해 줄 만한 일이다.

     

    실제로 현역에서 은퇴해 자연인으로 돌아온 김연아에게 그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은 이제야 김연아가 그 나이에 어울리는 소소한 행복을 느릴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하고 있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스케이트 밖에 몰랐고, 냉혹하고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부상과 싸워가며 엄청난 업적을 이룬 국민적 스타였던 김연아는 연애라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이 그저 그 연령의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일이 아니었다.

     

    김연아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대로 뉴스가 되고, 말 한 마디 표정 하나도 마음대로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따라서 김연아의 연애, 김연아의 사랑이라는 이슈는 당연히 엄청난 이슈거리임에 틀림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 동안 도대체 김연아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과 연애를 할까?’라는 의문은 우리나라 국민 거의 모두가 가져왔던 의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 언론의 보도로 만천하에 김연아의 사랑과 그의 연인이 공개가 됐다.




     

    김연아의 열애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통해 축하메시지를 보내고 잘됐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지만 한 편으로 생각해 보면 결코 웃을 수 만은 없는 사안임에 틀림이 없다.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상당히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자행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연아 열애 보도를 받아들이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서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니, 애써 눈감는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특히, 보도를 함에 있어 취재윤리 내지 보도윤리라는 것을 생각해야 하는 언론에서 조차 일상화가 되어 버린 스토킹에 가까운 파파라치 취재보도 행태에 대해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자들이 쓰는 은어 가운데 뻗치기라는 말이 있다.

     

    취재하고자 하는 취재원의 집 앞이나 취재원이 나타날 만한 장소에서 원하는 취재원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취재방법을 일컫는 말이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흔히 사용되는 취재 형태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연아의 경우는 다르다. 태릉선수촌, 태릉 일대 식당 등 김연아가 잘 다니는 곳이면 그 어디든 근처에 자리를 잡은 채 김연아와 그의 연인의 사진을 몰래 찍어댔다. 모든 취재 과정이 흥신소 직원들이 불륜남녀의 현장을 잡으러 다니는 형태 그대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개된 사진은 몇 컷 되지 않지만 문제의 매체 사진기자의 메모리카드 속에 어떤 사진이 얼마나 들어 있을지 가늠할 수 조차 없다.

     

    김연아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자신이 누군가에게 몰카 촬영을 당하고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데이트 도중 기자가 나타나 연인의 존재에 대해 물어보는 등 정식 취재를 했을 가능성은 없다.

     

    김연아의 연인은 또 어떤가? 그는 이제 어디에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는 몸이 됐다. 이번 보도에서 얼굴이 그대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연예인의 결혼이나 열애를 보도하는 대다수의 매체는 최소한 상대 이성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해주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김연아의 연인이라는 이유로 이 남성은 무방비 상태로 얼굴이 노출되고 말았다.  

     


    대략 상황을 그려봐도 이 정도다. 이건 파파라치 저널리즘도 아니고 그냥 스토킹이다.

     

    내가 김연아나 김원중이라면 무슨 OO인지 하는 매체를 반드시 고소할 것이다. 당사자 동의 없는 프라이버시 침해가 심각한 사안이다. 한 두 달씩 미친 척하고 한 명만 죽어라 쫓아다니면 누구는 사진 못 찍을까? 더구나 김연아 연애한다는 것과 상대가 누구인지 빙상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는데 무슨 특종이니 떠들어대면서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에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 심각한 관음증으로 물들어가는...한심스럽다.”

     

    기자가 존경하는 선배 기자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글이다.


    글의 내용 그대로다. 이건 분명한 김연아와 그의 연인에 대한 심각한 사생활 침해고 인권 침해다.

     

    실제로 김연아의 열애 사실을 보도한 매체는 과거 한 재벌가의 결혼과 관련된 가족 모임을 몰래 찍어 보도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손해배상 판결을 받기도 했다.

     

    김연아와 그의 연인의 사생활이, 그리고 그들의 인권이 그 재벌가 사람들의 그것보다 못한 것인가?

     

    이 같은 언론의 싸구려 스토킹의 기저에는 유명인의 사생활은 사생활이 아니라는 그릇된 사고방식이 깔려 있다. 그리고 그런 사고방식을 대중들에게 주입시키면서 대중들을 공범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몇몇 언론이 이 같은 취재 행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그야말로 예의상보도하는 수준이다. 문제의 스토킹 보도에 기대서 이런저런 기사들을 생산하면서 돈벌이에 열을 올려야 하는 것이 현재 대다수 온라인 언론들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글을 쓴다고 하여 지금과 같은 현실이 바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앞으로 이 같은 보도를 접하게 된다면 최소한 몇 몇 사람들이라도 이 같은 문제의식 정도는 함께 공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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