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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안현수까지…선의의 경쟁은 없다?
    카테고리 없음 2014. 2. 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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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소치동계올림픽 개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이자 어느덧 자타가 공인하는 동계스포츠 강국의 반열에 올라 있는 대한민국의 언론들은 앞다퉈 소치 현지에 도착, 갖가지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쏟아내는 수준이 가히 가공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 범위는 참으로 심플하다.

     

    7개 종목 98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쟁을 펼치는 동계올림픽을 취재하기 위해 그 수 많은 언론사들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소치 현지까지 날아가서는 내놓는 기사 대부분이 금메달 획득이 유력시 되는 일부 종목의 메달 유망주들과 그 동안 이런저런 논란으로 인해 언론에 자극적으로 다뤄져 왔던 몇몇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한 내용들이다.




     

    특히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그리고 러시아 쇼트트랙 스케이팅 대표팀의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에 대한 보도들은 그 양도 양이지만 내용은 참으로 자극적인데다 집요하기가 거의 스토킹에 가까운 수준이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경우 주니어시절부터 이어오던 10여년간의 치열한 경쟁이 막을 내리는 자리가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인 만큼 이들에게 관심이 보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들의 경쟁 구도에 한일간 국민감정을 교묘히 녹여 아사다 마오를 경멸 내지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어 내는 국내 언론들의 행태는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4 SBS가 김연아의 전 코치 브라이언 오서와의 인터뷰 내용을 기사로 소개하면서 내놓은 제목은 일장기 단 오서 코치…’였다. 일본 남자 피겨 선수의 코치 자격으로 소치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게 된 오서 코치의 입장에 대해 일장기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한 셈이다.

     

    일장기라는 단 하나의 단어지만 오서 코치의 현재 입장에 대해 독자들이 단편적으로 재단하기에 이만큼 좋은 단어 선택이 있을까?

     

    이미 이 보도는 제목에서부터 오서 코치의 진짜 입장은 궁금하지 않게 만든다. 오서 코치가 김연아에 대한 애정을 지니고 있다는 내용은 아예 읽어보고 싶지도 않게 만든다.




     

    같은 날 KBS는 김연아의 연습조 배정을 보도하면서 지난 2009 LA세계선수권대회 당시 김연아를 중심으로 불거졌던 연습방해 논란을 거론했다. 개최국 러시아 유망주들과 같은 연습조에 배치돼 김연아가 부담을 받을 수 있고, 자칫 연습방해를 받을 위험도 있다는 뉘앙스의 보도였다.

     

    문제의 연습방해 논란은 SBS LA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김연아를 취재하면서 일부 일본 선수가 김연아의 연습을 교묘히 방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고, 김연아의 관련 인터뷰 내용까지 보도했다가 일본 측의 공식 항의를 받은 사건이다.

     

    당시 논란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조사에 착수, 김연아가 자신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특정 국가 선수를 지칭한 것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표명하고 일본 선수의 연습 방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도 못한 채 단순 헤프닝으로 결론 났던 사안이다.

     

    KBS의 보도내용대로라면 IOC나 소치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김연아에게 전용 링크라도 내 줘야 한다는 말인가.

     

    이 외에도 국내 언론 대부분은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경쟁 구도를 부각시키며 아사다가 왜 김연아에게 경쟁상대가 될 수 없는지를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김연아를 소치 동계올림픽 최고의 섹시퀸으로 만드는 작업도 잊지 않고 있다.

     

    이런 보도들 속에서 선의의 경쟁을 내세우는 올림픽 정신이나 스포츠맨십은 실종된 지 오래다.




     

    국내 빙상계의 고질적 파벌싸움의 희생양으로 러시아로 귀화까지 해 가며 올림픽을 향한 꿈을 키우고 있는 안현수에 대한 국내 언론의 보도는 보기에 따라 섬뜩하기까지 하다.

     

    일부 언론은 아예 안현수에게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은 한국 빙상에 대한 복수전이라고 규정짓기도 했다. 여기에다 안현수 만큼 유명한 그의 아버지의 인터뷰 내용까지 더해 안현수는 한국 빙상계는 이라는 선악구도를 자연스럽게 형성하는 것이 요즘의 국내 언론 보도 상황이다.

     

    과연 이런 식의 판짜기를 정상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특히 큰 문제점으로 보이는 부분은 안현수와 관련된 이슈 안에서 안현수의 후배들이자 한국 쇼트트랙을 대표해 올림픽 무대에 나선 한국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배려나 고려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비록 개인적인 사정으로 후배들과 메달을 놓고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기는 하나 이들의 경쟁은 충분히 선의의 경쟁이 될 수 있는 경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수’, ‘역풍같은 자극적인 단어들을 동원해 이들의 경쟁을 비극적 경쟁으로 몰고 가는 현재 보도 행태는 분명 반성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과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국가간 메달경쟁이 펼쳐졌던 대형 스포츠이벤트들을 돌이켜 보면 이번 소치동계올림픽도 대회가 개막하면 여러 경기에서 편파판정 내지 불공정판정 논란도 불거질 수 있고, 이런저런 상황 속에서 소위 내셔널리즘이 강조된 보도들이 쏟아질 것이다.

     

    언론들이 취재 경쟁을 펼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안을 지나치게 왜곡해서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과거와 같은 과오를 반복해서는 곤란하다.

     

    소치에서 개인의 명예는 물론 국가의 명예를 위해 몸을 던지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언론이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선수들의 영혼을 갉아 먹는 악플의 소재가 될 수 있는 떡밥을 악플러들에게 던져주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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