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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째 굴러온 대박' 샤데, 삼성생명 PO 희망의 불꽃카테고리 없음 2013. 12. 30. 13:47반응형
지난 29일 오후 용인실내체육관.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의 외국인 센터 니키가 커크 코치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먼저 코트에 나와 포스트 플레이에 관한 연습을 하고 있었다.
니키가 그렇게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사이 이날 삼성생명과 경기를 치를 청주 KB스타즈의 두 외국인 선수 커리와 콜맨은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니키의 연습 장면을 지켜보며 유유히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벌어질 당황스러운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이날 삼성생명은 계약기간이 끝난 단기 계약 외국인 선수 앰버 홀트를 구리 KDB생명에 보낸 이후 그 동안 기다려 온 새 외국인 선수 샤데 휴스턴(Charde Houston)을 팬들 앞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었다.
183cm의 포워드로 2009년 WNBA 올스타를 지냈고, 2011년 미네소타의 WNBA 우승 멤버로서 공격력이 뛰어나고 강한 승부근성을 가진 선수라는 것, 그리고 한국에 오기 전까지 스페인리그에서 경기당 19.1득점 7.1리바운드 1.5어시스트를 기록했다는 것이 그에 대해 알려진 전부였다.
경력과 기록상으로만 본다면 분명 기대를 가질 만한 선수였지만 팀에 합류한 이후 기존 선수들과 이틀 밖에 손발을 맞출 시간이 없었던 샤데가 이날 어떤 활약을 펼칠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와 같은 궁금증은 1쿼터 경기가 끝났을 때 흥분으로 바뀌어 있었고, 전반전이 삼성생명의 7점차 리드로 마감되고 하프타임이 됐을 때 현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생명이 복권에라도 당첨된 것 같다는 말들이 돌았다.
결국 ‘샤데 효과’는 리그 최하위권인 삼성생명이 플레이오프 진출 순위인 3위에 올라 있는 강호 KB스타를 잡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날 삼성생명은 25득점 8리바운드를 잡아낸 샤데의 맹활약과 7차례의 3점슛 시도에서 6개를 성공시킨 홍보람(23득점)의 고감도 외곽포, 그리고 주장 이미선(10득점 9리바운드), 슈터 최희진(10득점 8리바운드)의 득점 지원에 힘입어 88-81, 7점차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득점이 61.21점에 불과하고 특히 직전 경기였던 부천 하나외환과의 경기에서는 이기기는 했으나 50득점이라는 빈약하디 빈약한 득점력을 보였던 삼성생명이 펼친 경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가공할 공격력을 보여준 경기였다.
삼성생명의 이 같은 폭발력 있는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데는 3점슛 8개를 퍼부은 홍보람과 최희진의 공헌이 컸지만 누구보다 이날 삼성생명의 승리를 이끈 주역은 역시 샤데였다.
샤데는 1쿼터 시작과 함께 자신이 슈팅한 공을 다시 리바운드해 팀의 첫 득점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1쿼터에만 9득점을 몰아치며 삼성생명이 1쿼터를 7점차 리드로 마칠 수 있게 했고, 2쿼터에는 KB스타즈 수비진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어시스트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1,2쿼터 전반에만 15득점을 몰아친 샤데는 그러나 3쿼터 초반 4반칙으로 파울 트러블에 걸렸으나 그런 와중에서도 3,4쿼터에 정확도 높은 미들슛을 연거푸 성공시키며 알토란 같은 10득점을 추가, KB스타즈가 커리, 강아정, 정미란 등의 고감도 3점포를 앞세워 맹렬히 추격해 오는 상황에서 상대의 추격의지를 꺾으며 팀의 리드와 승리를 끝까지 지켜냈다.
샤데가 이날 호평을 받은 부분은 단순히 농구실력뿐만이 아니었다.
팀에 합류해 함께 훈련한 지 사흘 밖에 안된 상황이었지만 이날 경기 중 동료들에게 보여준 샤데의 행동은 칭찬 받기에 충분했다.
경기 중 수시로 박수를 쳐가며 동료들의 힘을 북돋우는가 하면 벤치에서 쉬고 있다가 작전시간이 되어 코트에 있던 선수들이 벤치로 들어오는 상황이 되면 코트까지 동료들을 마중나가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박수를 쳐주며 벤치의 분위기를 띄워줬다.
사실 샤데가 삼성생명으로 합류하기로 결정된 이후 일각에서는 샤데의 개성 강한 성격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득점력이나 농구 기량적인 부분은 분명 뛰어난 선수지만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다소 이기적이고 성격도 다혈질이라 자칫 팀워크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실제로 샤데는 이날 1쿼터에 팀 공격을 주도하고 골도 많이 넣었지만 턴오버도 4개나 범하며 전체적으 볼 때 호평만을 할 수 없는 모습이었으나 잠시 벤치에서 쉬다 나온 뒤 샤데는 자신에게 몰린 수비를 농락하듯 동료들에게 날카로운 어시스트를 연결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탄성을 자아냈다.
경기를 마친 후 시즌 최다 득점으로 승리를 차지한 삼성생명의 이호근 감독은 애써 표정관리를 했지만 고무된 얼굴 표정을 끝내 숨기지는 못했다.
샤데에 대한 평가를 요구받은 이 감독은 “연습 때보다 잘했다”며 “확실히 농구를 즐길 줄 아는 선수인 것 같다”고 에둘러 칭찬했다.
이어 이 감독은 “(니키와 샤데) 합쳐서 30점만 해주기만 한다면 득점력 부분은 놀라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감독은 샤데의 가세로 공격력이 플레이오프행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면서도 “오늘 경기가 분위기 반전의 요소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회견에 임한 샤데는 한국에서의 첫 경기 소감에 대해 “열심히 경기에 임한 동료들과 함께 경기를 뛰게 되어서 기뻤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 “딱히 뭐라 설명하기 어렵다”라면서도 “어려서부터 어떤 역할이라도 소화할 수 있도록 배웠고, 연습했다. 경기 흐름을 읽고 거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판단해 경기에 임한다”고 밝혔다.
이어 스스로 파워 포워드 포지션을 더 선호하고 미들포스트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며, ‘빅맨’들과의 매치업에서 상대와 어떻게 승부하는 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설명하는 등 시종 농구에 대한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를 보여줘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 사이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삼성생명의 박정은 코치는 경기 직후 샤데에 대해 “성격 때문에 걱정한 것이 사실이었는데 막상 만나고 보니 국내 선수들과도 잘 어울리고 여러 면에서 기대 이상이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삼성생명은 지난 4일 트레이드를 통해 신한은행으로부터 슈터 최희진을 영입했다. 현재까지 나타나고 있는 트레이드 효과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희진 스스로의 활약은 물론 홍보람, 김한별 등 팀내 다른 슈터들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최희진의 영입에 이어 애슐리 로빈슨의 부상 이탈을 계기로 이뤄진 샤데의 영입은 이날 한국 무대 데뷔전 단 한 경기 만으로 삼성생명을 일약 ‘빅3’후보의 자리에 올려놓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생명은 이날 승리로 시즌 5승10패를 기록, 리그 5위로 3라운드를 마쳤다. 꼴찌에서 두 번째 순위지만 4위 구리 KDB생명을 1.5경기차로 추격했고, 3위 KB스타즈에게도 3경기차로 다가섰다.
아직 삼성생명에게는 20차례의 정규리그 경기가 남아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고 4라운드 첫 경기를 맞이했을 때 삼성생명이 또 어떤 모습으로 변모했을지 무척이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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