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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 악셀, 그 도전과 꿈의 의미
    카테고리 없음 2013. 12. 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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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덩크슛 한 번 할 수 있다면 내 평생 단 한 번만이라도 얼마나 멋질까 하늘을 나는 기분

     

    슬램덩크라는 만화와 드라마 마지막 승부’, 그리고 이상민, 서장훈, 우지원, 김훈, 현주엽, 김병철, 전희철, 양희승 등 대학농구 스타들이 구름 같은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던 1990년대 가수 이승환이 불러 큰 인기를 모았던 덩크슛이라는 노래 가사의 일부다.

     

    그랬다. 당시 농구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어딜 가나 젊은이들이 농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던 시절, 덩크슛은 선수들에게나 농구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꿈이었다.

     

    지금이야 덩크슛을 하는 프로선수가 국내에도 수도 없이 많고, 아마추어 동호회에서 농구를 하는선수도 덩크슛을 구사하지만 1990년대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덩크슛을 할 수 있는 선수는 그야말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심지어 농구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당시 덩크슛은 흑인 선수들이 전유물인 것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국내 농구 열기에 힘입어 덩크슛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개봉된 웨슬리 스나입스와 우디 헤럴슨의 길거리 농구 소재의 헐리웃 영화의 원제는 백인은 점프를 할 수 없어(White men can’t Jump)’였다.

     

    때문에 사람들에게 덩크슛은 그야말로 주문이라도 외워 신의 힘을 빌어서라도, 그리고 평생 단 한 번이라도 해 보고 싶은 꿈 같은 플레이였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같은 존재감의 플레이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코너킥이나 프리킥으로 날아오는 공을 오버헤드킥으로 슈팅, 골망을 흔드는 플레이라든지 지단의 마르세유턴으로 2-3명의 수비수를 멋지게 제치는 플레이 같은 것들 말이다.

     

    어느 스포츠이건 그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꿈처럼 꼰 한 번 이뤄보고 싶은 플레이는 한 두 가지쯤은 있다

     

    생애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동계올림픽인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는 아사다 마오(일본)에게는 트리플 악셀이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다.

     

    아사다와 김연아와의 경쟁이 절정으로 치달았던 시기는 아무래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무대였다.

     

    당시 김연아와 아사다의 대결 구도에서 언론의 관심은 김연아의 3-3 콤비네이션 점프와 탁월한 표현력, 아사다의 트리플 악셀과 유려한 스케이팅 기술이 온전히 발휘됐을 때 과연 어느 선수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해답은 밴쿠버 동계올림픽 무대 쇼트 프로그램에서 어느 정도 해답이 나왔다.

     

    김연아의 바로 앞선 순서인 5조에서 2번째로 연기를 펼친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 콤비네이션 점프 등 세 차례 점프를 모두 성공시키는 등 흠잡을 데 없는 연기로 당해 시즌 처음으로 쇼트 프로그램에서 70점 이상의 점수인 73.78이라는 고득점에 성공,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타라소바 코치와 감격해 했다.

     

    하지만 아사다와 타라소바 코치의 감격은 오래 가지 못했다.

     

    잠시 후 연기에 나선 김연아는 배경음악인 제임스 본드 메들리에 맞춰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가볍게 성공시킨 이후 트리플 플립과 더블 악셀 점프 마저 완벽하게 성공시켰고, 이어진 스텝, 스핀 연기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다. 그리고 권총을 쏘는듯한 마지막 엔딩 동작까지 완벽하게 마무리 한 뒤 쇼트 프로그램 1위를 확신하는 듯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와 같은 김연아의 자신감 있는 미소는 78.50점이라는 역대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최고점이라는 응답으로 돌아왔다.

     

    트리플 악셀을 앞세운 아사다와 김연아의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진검 승부였고, 그 대결의 승자는 김연아였다.

     

    이후 프리 스케이팅에서 아사다는 반전을 노렸지만 아사다에 앞서 연기를 펼친 김연아가 150.06점이라는 여자 피겨 사상 프리 스케이팅 최고 점수를 얻어 쇼트 프로그램 (78.50) 점수와의 합계 점수에서도 역시 세계 신기록인 228.50점을 기록, 일찌감치 금메달 획득을 사실상 확정 짓자 이어 연기를 펼친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을 포함한 상당 부분 연기에서 실수를 연발, 자멸하고 말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김연아는 2년 여간 휴식과 대회 출전을 병행했지만 경쟁 무대에서 두문불출 했고, 그러는 사이 아사다 역시 침체기를 걸었다. 그리고 이제 두 선수는 생애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다.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터로서 모든 것을 이룬 선수인 반면 아사다는 아직 동계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일생의 숙원을 남겨두고 있는 선수다. 그 숙원을 풀어내는데 있어 트리플 악셀은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일주일 후면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과 그의 새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심판진의 첫 평가가 나오겠지만 김연아의 스코어와 관계 없이 아사다에게는 트리플 악셀의 성공이 자신의 피겨 인생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올림픽 무대에서 펼칠 김연아와의 두 번째 진검승부에서 승리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유일의 요소다.

     

    현재와 같이 그의 트리플 악셀이 가산점은 커녕 회전수 부족두 발 착지등의 지적과 함께 감점을 받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김연아와의 두 번째 올림픽 맞대결에서도 아사다가 승자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사다의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점은 아사다의 심리상태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보다는 많이 안정됐고, 강해졌다는 점이다.

     

    트리플 악셀을 포함한 자신의 연기와 기량 향상 노력을 메달이라는 성과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보다 도전 자체에 의미를 둔 자기 극복의 과정으로 여기고 있음이 일본 현지 언론의 여러 인터뷰를 통해 엿보이고 있다.

     

    김연아와의 경쟁, 그리고 금메달 획득이라는 성과에 쫓기는 듯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과거와는 분명 달라진 모습이다.




     

    김연아에게 내년 소치 동계올림픽은 현역 은퇴 무대라는 의미를 갖고 있고, 아사다에게도, 그리고 아사다와 함께 일본 피겨의 한 시대를 대표해 온 안도 미키 같은 선수들에게도 소치 동계올림픽은 현역 선수 생활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기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들이 소치 동계올림픽 끝으로 현역 선수생활을 마무리 한다면 세계 피겨의 한 시대가 저무는 의미를 갖게 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소치 동계올림픽은 김연아의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와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 악셀이 펼치는 진검승부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무대로 볼 수 있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아사다가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을 감점 없이 소화해 냈을 때 김연아와의 맞대결에서 어떤 결과를 얻는지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아사다가 스케이터로서 트리플 악셀이라는 하나의 성취목표이자 꿈을 소치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어떤 모습으로 소화해 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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