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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정오의 판정패는 정당? 예정된 결과였을 뿐이다
    카테고리 없음 2013. 11. 2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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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제주그랜드호텔 특설링에서 열린 프로복싱 세계권투협회(WBA) 밴텀급 타이틀 매치에서 도전자로 나선 손정오가 챔피언 가메다 고키(일본)에게 1-2 판정패한 결과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언론이 WBA가 공개한 채점표를 근거로 손정오의 판정패가 정당했다는 보도를 냈다. 


    해당 언론은 보도에서 "'챔피언'에 도전했던 손정오의 판정패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며 "선수생활 15년의 진수를 쏟아붓는 경기로 보는 이에게 감동을 안기며 승리를 기대케 했지만 챔피언 벨트까진 단 0.5점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이어 "WBA 규정에 따르면 심판은 '정타와 유효타, 효과적인 공격, 링주도권, 방어' 등 4가지 항목을 통해 라운드별로 경기를 평가한다."며 "손정오는 경기 중반 이후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공격으로 위기를 벗어나고자 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유효타를 적중하기보다 제자리에서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 날린 펀치가 더 많아 큰 점수를 따내지 못했다. 확실한 우위를 점한 라운드가 적었다."고 분석했다. 


    나름대로 경기 내용을 냉정하게 분석한 것으로 보여지지만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경기를 제대로 보지 않고 기사를 작성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한 가지 전제하자면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겠지만 복싱에 있어 논란이 일었던 판정이 내려진 경기에서 채점표는 판정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증거보다는 판정의 불공정성을 입증하는 증거로서 활용될 가능성이 더 높다.


    손정오와 가메다의 경기 채점표는 두 명의 부심이 가메다 우세(115-112, 114.5-114), 한 명의 부심이 손정오의 우세(113.5-110.5)를 판정했다. 


    실제 12라운드 전 경기내용을 모두 지켜본 기자의 입장에서 우선 가장 납득이 가지 않는 채점은 경기 중반인 7라운드의 채점결과다. 7라운드는 손정오가 가메다를 상대로 확실한 주도권을 찾아오며 10라운드에서 다운울 빼앗기까지 계속적인 우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단초를 마련해줬던 라운드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손정오에게 3점차 우세를 안긴 부심은 7라운드에서 손정오가 9-10으로 졌다고 채점했다. 오히려 가메다의 3점차 승리를 채점한 부심은 손정오가 10-9로 이긴 라운드로 채점했다. 그렇다면 손정오에게 0.5점차 패배를 안긴 부심은 7라운드 채점을 어떻게 했을까? 예상대로 가메다의 10-9 우세를 채점했다. 


    나머지 라운드에서도 세 부심들의 판정은 전반적으로 일관성이 보이지만 소숫점까지 계산해서 채점하는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군데군데 채점 내용이 엇갈리고 점수 배정도 '안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아마추어 복싱처럼 기계적인 유효타의 수로만 판정이 이루어지는 '주먹 펜싱'의 채점이었다면 이날 경기의 채점이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지만 일단 경기가 끝났을 때 흠집 하나 없이 깨끗했던 손정오의 얼굴과 양 눈두덩이가 찢어져 부어오른 가메다의 얼굴을 비교해 본다면 누가 더 정타와 유효타를 많이 성공시켰는지, 누가 더 효과적인 방어를 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었다. 


    이날 경기는 관중들 중 상당수가 일본인들이었지만 판정결과가 발표됐을 때 야유가 터져나온 이유, 그리고 이후 일본 언론들의 반응 등을 종합했을 때 분명 문제가 있는 판정이었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번 타이틀전은 최근 가메다가 펼친 일본에서의 방어전에 대한 불공정 판정시비와 '안방 챔피언'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동급 14위 손정오를 선택해 치러진 원정 방어전이었다. 


    경기 자체가 일본에서 열리는 경기나 다름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확실하게 가메다를 압도한 상황이 아니었던 손정오의 입장에서는 판정으로 가면 불리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판정으로 간다면 패배할 가능성이 높음을 어느 정도는 감수하고 있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날 경기는 챔피언인 가메다의 집안에서 운영하는 카메다프로모션이 주최한 경기였다. 


    복싱 비즈니스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경기에서 도전자가 이기는 방법은 KO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날 채점표 만을 근거로 손정오의 판정패가 정당했다는 식의 평가는 경기를 제대로 분석하고 평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날 경기는 가메다가 KO로 패하지 않는한 예정된 승리였을 뿐 결코 정당한 판정승은 아니었다.   


    손정오 측은 현제 WBA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충분히 그럴 만한 경기였다. 가메다도 이런 경기로 정당한 방어에 성공했다고 하기에는 창피한 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일본이 됐든 그 어디서든 재경기가 성사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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