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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오롱 한국오픈, 역사로 남을 반전 드라마의 재구성
    카테고리 없음 2013. 10.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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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천안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코오롱 제56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총 상금 10억 원.이하 코오롱 한국오픈)는 강성훈(신한금융)을 그린재킷의 주인공으로 탄생시켰다.

     

    지난주 열린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에서 3 6개월 만에 감격의 우승컵을 들어올린 강성훈은 이로써 2주 연속 우승에 성공하며 우승상금 3억 원을 획득, 올 시즌 총 상금 47552만원으로 KPGA 상금 랭킹 1위로 올라섰다. 


    201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출, 작년까지 활약했으나 부진을 거듭한 끝에 투어 출전권을 지키지 못했고, 올해에는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에서 활동했지만 웹닷컴 투어에서도 21개 대회에서 톱10에는 단 한 차례만 오르는 등 부진 속에 상금랭킹도 86(56000달러)에 머물러 다음 시즌에는 웹닷컴 투어에서도 출전 자격이 일부 제한되는 상황에 놓인 강성훈이 최근 보여준 선전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특히 강성훈의 이번 코오롱 한국오픈 우승은 강성훈 개인적으로도 잊지 못할 우승이 되겠지만 국내 남자프로골프 대회 가운데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내셔널 타이틀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추구하는 코오롱 한국오픈 역사에도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극적인 반전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회 최종 라운드가 열린 이날 우정힐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사실 이날 최종 라운드는 막판까지 2위 그룹과 3타 차의 간격을 유지한 김형태의 우승이 유력시됐다.

     

    앞선 3라운드까지 9언더파로 2위 홍순상(SK텔레콤) 4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형태는 이날 3번홀(4)에서 2위 홍순상과 나란히 보기를 기록하며 한 타를 잃은 이후 5번홀(5) 7번홀(3)에서 버디와 보기를 한 개씩 기록, 전반 9라운드를 1오버파로 마쳤다.

     

    홍순상은 3번홀 보기 이후 6번홀(4) 8번홀(5)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전반 9홀에서 한 타를 줄여 선두 김형태와의 격차를 2타차로 줄이는 데 성공, 대역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12번홀(4)에서 불의의 더블보기가 나오면서 기세가 꺾였고, 이어진 13번홀(3)에서도 티샷 미스로 보기를 범해 한 타를 더 잃으며 급기야 순위가 공동 6위권으로 밀려나면서 우승 경쟁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김형태는 13번홀에서 홍순상과 마찬가지로 한 타를 잃었으나 2위 그룹과 3타차를 유지, 우승을 향한 대세를 이어갔고, 14번홀(4) 이후부터는 안정적으로 타수를 관리, 2위 그룹의 추격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으면서 우승이 유력시됐다.

     

    만약 김형태가 우승한다면 지난 1971년 한장상( KPGA 고문)이 기록한 한 시즌 2개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재현하는 것이어서 김형태의 우승에 큰 기대감이 모아지는 상황이었다.

     

    김형태의 우승 쪽으로 상황이 기울자 프레스센터에서 경기 상황을 지켜보던 기자들 사이에서는 김형태의 우승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김형태

     

    다만 몇몇 기자들이 강성훈을 비롯한 4-5명의 2위 그룹 선수들이 꾸준히 자신의 타수를 지켜가고 있는 부분을 들어 김형태가 1-2차례 실수를 범할 경우 연장전을 치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언을 우스개 소리 정도로 나누기도 했다.

     

    특히 강성훈이 마지막 18번홀에서 다소 어려워보였던 2m짜리 내리막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자 연장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한 두 번 들려왔지만 그 때까지도 그런 전망은 그저 전망에 불과해 보였다.

     

    그러나 우스개 소리 같았던 그 전망이 현실이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후 4시경 김형태와 홍순상의 챔피언조가 16번홀을 통과할 즈음 기자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김형태가 13번 홀에서 헤저드에 위치한 공을 그린으로 탈출시키는 과정에서 규칙위반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김형태의 규정위반 내용은 경기를 TV로 지켜보던 원아시아 투어관계자가 제보한 것으로 골프규칙 제134항 위반이 지적됐다. 골프 규칙 13 4항은 볼이 해저드 구역 내에 있을 경우 클럽이 지면이나 물에 닿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위반할 경우 2벌타가 부과된다.

     

    이 같은 사실은 18번홀에 도착한 김형태에게 통보됐다. 그리고 김형태는 18번홀을 보기로 마무리, 벌타를 제외한 타수가 5언더파가 됐다. 만약 앞선 13번홀에서 지적된 김형태의 플레이가 규정 위반으로 인정될 경우 3언더파가 돼 우승은 강성훈의 몫으로 돌아갈 상황으로 급변했다.

     

    김형태는 마지막 18번홀 버디 퍼팅에 실패한 뒤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기 전 대회 경기위원과 13번홀 헤저드 부근으로 이동, 문제의 상황을 다시 확인했고, 이어 경기를 중계한 방송사의 중계차로 이동해 방송화면으로 비디오 판독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김형태는 자신의 플레이가 규칙위반이 아님을 경기위원에게 적극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는 김형태의 규칙위반에 따른 2벌타 부과로 결론이 내려졌다.  

     

    강성훈의 역전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경기 직후 대한골프협회(KGA) 이성재 경기위원장은 프레스센터에 들러 상황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현장 검증과 비디오판독 후 경기위원회가 소집되어 경기위원 의견 5-3으로 김형태의 규칙위반이 결정됐고, 김형태는 이에 승복, 최종합계 3언더파로 수정된 스코어카드를 제출, 상황은 종료됐다.

     

    김형태의 규정위반 지적이 있을 후로부터 이 같은 최종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약 2시간이 흘렀다.

     

    생애 그 어떤 순간보다 길었을 2시간을 보내고 그린재킷을 입은 강성훈은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좀처럼 미소 짓지 못했다.



    강성훈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한국오픈 우승은 매우 영광이나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실감이 안나고 선뜻 기뻐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평소 절친한 사이인 김형태와 그야말로 얄궂은 상황의 두 주인공으로 어색한 시간을 보내야 했고, 김형태가 다 잡아놓았던 우승 타이틀을 자신이 거머쥐게 된 데 대한 만감이 교차하는 듯해 보였다.

     

    강성훈은 18번홀을 버디로 마무리하고 우승 퍼팅을 하러 오는 김형태를 축하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순간 김형태의 규칙위반 논란 사실을 접했고, 검증작업이 이뤄지는 사이 좀처럼 김형태의 곁에 다가가지 못했지만 이내 먼저 김형태에게 다가가 경기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기다림을 이어갔다고 했다.

     

    코오롱 한국오픈이 올해로 56회를 맞는 동안 이 같은 경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강성훈이 최종라운드를 시작할 때 김형태에게 7타가 뒤져 있었다. 규칙위반에 따른 2벌타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하기는 했으나 결과적으로 강성훈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7타의 열세를 극복하고 우승을 차지한 셈이 됐다.

     

    얼핏 보면 강성훈이 김형태의 불의의 사고 덕분에 그야말로 어부지리로 우승을 차지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승에 이르는 과정에서 강성훈이 최종 라운드에서 타수를 꾸준히 줄여가며 마지막까지 순위를 높이려 했던 노력, 그리고 마지막 18번홀에서 마지막 한 타를 소중하게 여기고 타수를 줄인 유종의 미가 없었다면 이 같은 기적과 같은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요기 베라의 야구 격언은 결코 야구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었다.

     

    코오롱 한국오픈 대회 역사에 길이 남을 강성훈의 반전 드라마가 남긴 새삼스러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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