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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호, 스페인으로 가는 마지막 티켓은 남아있다카테고리 없음 2013. 8. 11. 09:00반응형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이 필리핀과의 아시아선수권 준결승전에서 패하며 내년 스페인 세계선수권 출전티켓 조기 획득에 실패, 대만과의 3-4위전에서 세계선수권으로 가는 마지막 티켓을 노리게 됐다.
한국은 10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몰 오브 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제27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개최국 필리핀에 79-86으로 졌다.
너무나 아쉽고 아까운 패배였다.
한국은 이날 전반전에 필리핀과의 승부를 승리로 끝낼 수 있었다. 경기양상을 지난 카타르와의 8강전과 같은 흐름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기회를 수 차례 잡았지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일찌감치 차지할 수 있었던 승기를 놓친 결과 후반전 필리핀의 신들린 듯한 골밑 돌파와 3점포를 감당하지 못하고 패했다.
특히 전반전 필리핀의 야투가 불안정한 시기에 수비 리바운드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필리핀 선수들에게 번번이 공격 리바운드를 허용하면서 실점까지 이어진 부분은 한국이 필리핀에게 전반전에 10점 이상 앞설 수 있는 기회를 날리버린 주된 원인이었다.
만약 한국인 전반전에 수비 리바운드 4-5개 정도만 더 잡아냈더라면 이날 경기 양상은 분명 달랐을 것이다.
우리 대표팀은 또 상대 가드진의 수비에도 실패했다. 앞선 경기들이 상대 장신 선수들과의 싸움이었다면 이날 필리핀전은 빼어난 개인기를 앞세운 필리핀 가드들과의 싸움이었다.
특히 배번 7번의 윌리엄은 과감한 골밑 돌파와 정확도 높은 슈팅으로 3쿼터 초반 시작하자마자 9점을 득점하며 한국 수비진의 정신을 쏙 빼놨다. 윌리엄이 살아나자 덩달아 필리핀의 슈터들의 감각도 돌아왔고, 그 이후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저명한 농구기자는 “맨날 고만고만한 선수들끼리 붙는 자국리그(KBL)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문제.”라며 “우리나라에 그렇게 돌파하는 1번(가드)이 전태풍 뿐이니... 그런 앞선(가드)에 대한 부분은 경험해본 적도 별로 없고. 생각도 안 해봤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4쿼터 한 때 김민구의 3점포 2방과 속공으로 74-73으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이미 필리핀 슈터들의 감각은 절정에 달해 있었고, 우리 수비진의 조직력은 와해된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잠깐의 역전 상황은 그저 패전의 과정일 뿐이었다.
이렇게 ‘만수’ 유재학 감독과 그의 전사들은 이번 대회 두 번째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아직 목표달성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
당초 목표였던 세계선수권 티켓 획득에 대한 기회는 남겨져 있다.
대만과의 3-4위전에서 승리하면 한국은 19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 이후 16년 만에 세계선수권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필리핀 선수들은 물론 2만여 필리핀 관중들과도 싸워야 했다면 대만과의 경기는 경기장 분위기 때문에 위축될 일은 없다.
하지만 대만은 우승후보 중국에게 8강 탈락이라는 재앙적 결과를 안기며 4강에 오른 팀으로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어쩌면 필리핀과 비교했을 때 더 강한 상대일 수 있다. 아시아선수권 전초전 성격으로 지난달 우리 대표팀이 출전했던 윌리엄존스컵에서 대만은 한국을 73-60, 13점차로 이겼다.
대만에게 홈 그라운드의 유리함이 있기는 했으나 분명 위협적인 면모였고, 그 면모가 이번 대회에서 중국과의 8강전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유재학 감독은 그러나 필리핀과의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대만과는 이미 해봤다. 준비가 돼 있다"며 "선수들이 체력 문제에 영향을 받을지 안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극복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선수들이 스페인으로 가겠다는 열망이 있기 때문에 잘할 것이다. 오늘 경기를 잊고 내일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대만에는 퀸시 데이비스라는 걸출한 귀화 선수의 활약도가 뛰어나고 슈터들의 3점포 능력도 뛰어나다. 중국과의 8강전에서 대만 슈터들이 보여준 야투능력은 가공할 만한 수준이었다.
한국은 공격도 공격이지만 일단 수비에서 대만을 압도할 필요가 있으며, 실점을 70점 안쪽으로 맞춰야 승산이 있다.
필리핀전 패배가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뇌리에 그와 같은 교훈을 확실히 심어줌으로써 대만전을 앞둔 대표팀에게 유익한 예방접종이 됐기를 기대해 본다.필리핀전 패배의 아픔은 쓰라리다. 하지만 아직 유재학호의 앞 길엔 스페인으로 가는 마지막 티켓 한 장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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