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한국 프로스포츠 무대는 인종차별의 사각지대?
    카테고리 없음 2013. 6. 10. 18:24
    반응형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4번타자 김태균의 인종차별성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김태균이 했다는 문제의 발언은 10일 오후 방송된 인터넷 야구방송네이버 라디오볼을 통해 소개된 내용으로 각 구단 4번 타자들이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와 구종이란 주제의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하던 중 소개됐다.

     

    방송 내용에 따르면 김태균은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로 롯데의 쉐인 유먼을 지목하면서 유먼의 얼굴이 너무 까매서 마운드에서 웃을 때 하얀 이와 공이 겹쳐 보인다그래서 당한 경우가 정말 많다. 특별히 까다로운 투수는 없었지만 유먼 선수가 나오는 날은 하얀 치아에 많이 말리게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이 나간 후 해당 프로그램에는김태균의 발언은 인종차별이라는 내용의 항의가 이어졌고, 트위터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논란이 빠르게 확산됐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인종차별 관련 논란은 이번 김태균의 사례 외에 최근 프로축구에서도 벌어졌다.

     

    그 주인공은 포항 스틸러스의 노병준으로 그는 지난 4월 베이징 궈얀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앞두고 자신의 SNS "경기 뛰다가 카누테 한번 물어버릴까? 시껌해서 별맛 없을 듯"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노병준은 당시 논란이 일자 "웃자고 던진 말에 죽자고 덤비면..아무튼 뭐 오해의 소지가 있다니 삭제는 해야겠네요"라는 글을 올린 뒤 해당 글을 삭제했다.

     


    하지만 문제의 글을 삭제한 이후에도 노병준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결국 노병준은 별도의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무대에도 코리언 드림을 꿈꾸며 한국 무대에 등장하는 세계 각국의 외국인 선수들이 많다. 그들의 국적이 다양한 만큼 피부색이나 얼굴형도 각양각색인데 이들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는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뚜렷한 공론화의 기회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최근 문제가 된 노병준이나 김태균의 경우 그들이 정말로 피부색이 다른 선수들을 비하하려는 고의를 가지고 그런 말을 했다고는 보여지지는 않는다.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 선수에 대한 신중한 고민 없이 던진 농담에 가까운 말이 뜻 밖의 논란을 빚고 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이들의 발언은 외국, 특히 인종차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지니고 있는 미국과 나라였다면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맞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최고 유망주였던 존 로커의 사례는 참고해 볼 만하다.

     

    로커는 시속 100마일(160km)에 이르는 불 같은 강속구를 자랑하며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브레이브스의 마무리 투수로 3년간 85세이브를 올릴 정도로 정상급의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1999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뉴욕은 인종 잡탕 도시'라며 한국인을 포함한 유색인종 차별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팬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고, 결국 몇 번의 트레이드와 부상을 경험한 뒤 쓸쓸히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사라졌다.

     

    물론 노병준이나 김태균의 경우와 로커의 경우는 분명 다르다.

     

    노병준이나 김태균의 경우 이들의 발언동기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의도를 찾기가 어려운 반면, 로커의 경우 이후의 행태에서도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킬 만한 행동이 있었다는 점에서 인종차별 발언의 고의성을 찾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노병준이나 김태균의 발언은 앞으로 국내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데 있어 좋은 참고사례가 될 수 있다.

     

    야구나 축구, 농구, 배구 등 외국인 선수들이 활약중인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이나 경기단체들은 이제부터라도 좀 더 체계적이고 세밀한 인종차별 관련 소양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인종차별적 언행은 행위의 주체가 장난 내지 농담이라는 의사를 가졌다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선수 입장에서 차별로 받아들이고 모욕감을 느꼈다면 어쩔 수 없는 인종차별적 언행으로 규정될 수 밖에 없다.

     

    성희롱의 기준이 피해자가 느끼는 모욕감이 기준이 되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스포츠선수가 외국의 프로팀에 진출해 특별한 이유 없이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동료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 국내 스포츠팬들은 인종차별을 의심하며 격분하곤 한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자면 국내 프로스포츠 무대에 진출해 있는 외국인 선수들이 부당한 차별을 당했을 때 그들을 지켜보는 그들의 조국의 그 누군가도 같은 분노를 느낄 것이다.

     

    노병준과 김태균의 사례를 계기로 삼아 앞으로는 피부색이나 생김새를 가지고 외국인 선수들을 농담의 대상으로 삼는 어리석은 선수가 다시는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