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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싱 국가대표 이시영' 띄우기에 비쳐진 불편한 현실
    카테고리 없음 2013. 4. 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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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이시영(인천시청)이 마침내 태극마크가 달린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게 됐다.

     

    현역 연예인이 복싱 국가대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야말로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시영은 24일 충북 충주시 충주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제24회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회장배 전국여자복싱대회 겸 국가대표 선발전 48kg급 결승에서 김다솜(수원태풍체)을 상대로 22-20으로 역전 판정승을 거뒀다.

     

    생애 첫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게 된 이시영은 오는 10월 열리는 전국체전에서는 51kg급으로 체급을 올려 출전,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이시영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은 여러 어려움들에 대해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직접 올렸고, 그 글이 이번 대회 우승과 맞물려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시영의 국가대표 자격 획득 소식은 지상파 방송 3(KBS, MBC, SBS)는 물론 거의 모든 국내 언론 매체를 통해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KBS의 경우 중계진을 파견했을 정도다.

     

    이시영에게 이 같이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그가 연예인으로서 스포츠 분야에서 국내 정상에 올랐다는 그 사실 자체로도 연예매체와 스포츠 매체들에게 모두 핫이슈로 다뤄질 만한 부분이 있고, 연예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복싱을 대하는 자세나 훈련태도 모두 그야말로 진지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미디어의 주목을 이끌어내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이시영은 다시 한 번 복싱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이시영의 복싱 국가대표 자격 획득 소식이 결국 복싱에 대한 관심과 인기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언급하고 싶은 국내 복서 두 명이 있다. 바로 김지훈과 김민욱이다.

     

    김지훈은 프로복싱의 본고장 미국 무대에서 활약하며 현재 활동중인 한국인 복서 가운데 메이저 세계타이틀에 가장 근접해 있는 복서로 평가 받고 있는 선수이고, 김민욱은 한국 유일의 동양챔피언으로 최근 일본 원정경기로 치른 3차 방어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김지훈의 경우 한국인 복서로는 최초로 한국인 복서의 무덤으로 인식되던 라스베가스 무대에서 세계적인 강자를 KO로 이긴 선수로 미국 ESPN의 주말 인기 복싱프로그램의 메인 이벤터로 여러 차례 출전해 좋은 경기를 보여줘 미국 내에서도 볼케이노로 통하는 선수다.




     

    비록 메이저 세계타이틀 도전 기회에서 번번이 좌절했지만 다음 달 3(한국시간, 현지시간 2일 저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남부 코로나에 있는 오메가 프로덕츠 인터내셔널 야외 특설링에서 마우리시오 헤레라(미국)와 주니어웰터급(63.5㎏ 이하) 10라운드 경기를 재기전으로 치른다.

     

    이 경기는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의 인기 프로복싱 프로그램프라이데이나잇 파이츠의 메인이벤트로 중계될 예정이지만 정작 김지훈의 조국인 한국에서는 현재까지 김지훈의 경기를 중계할 방송채널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계를 하겠다고 나서는 방송사가 없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심지어 이 경기에 대해 소개한 국내 언론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적다.

     

    김민욱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민욱은 21일 일본 도쿄 고라쿠엔홀에서 열린 동양태평양복싱연맹(OPBF) 슈퍼라이트급(63.503kg) 타이틀매치(12라운드)에서 도전자 이와부치 신야(27·소카아리사와체)를 심판전원일치 판정승(116-114, 117-115, 116-113)으로 제압했다.

     

    김민욱은 이번 승리로 WBC 세계랭킹이 8위에서 5위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타이틀 도전 기회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셈이다.




     

    과거의 사례를 비추어 볼 때 국내 복서가 일본 원정경기에서 판정으로 승리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김민욱이 이번 경기에서 일본 선수에게 부심별 채점 점수에서 2-3점 차의 리드를 나타냈다는 것은 실제로는 5-6점차 정도의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고도 볼 수 있다.

     

    김민욱의 이 같은 승전보 역시 국내에서 제대로 전한 매체는 2-3개 매체에 불과하다. 그나마 스포츠 매체를 표방하는 매체에서 김민욱의 소식을 제대로 다룬 매체는 전무했다.

     

    이 같은 최근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시영을 취재하기 위해 충주까지 불원천리달려간 매체들의 관심은 복서 이시영이 아닌 그저 연예인 이시영내지 스포츠에 도전하는 이시영에게 맞춰져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어느 순간 스포츠 전문 매체이기를 사실상 포기한 무늬만스포츠매체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낸다. 그들은 이시영을 훌륭한 아마추어 선수로 멋지게 포장해주고 있지만 정작 이시영이 어떤 종목의 선수인지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만약 이시영이 복싱이 아닌 컬링이나 스노보드 같은 종목에 도전했다면 아마도 컬링 경기장이나 스노보드 경기장이 평소와 다르게 엄청난 수의 취재진으로 북적거렸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가대표 이시영은 주목 받았는지 몰라도 복싱은 이시영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도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결코 이시영의 잘못이 아니다.

     

    대중들의 말초신경을 쫓는데 급급한 정체불명의 스포테인먼트 매체들이 주도하는 기형적인 미디어환경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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