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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부조작 '깃털'엔 시끄럽고 '몸통'엔 조용한 스포츠 언론
    카테고리 없음 2013. 4. 1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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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간 거의 매년 국내 프로스포츠를 둘러싼 승부조작 파문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프로축구 선수 수십 명이 축구판에서 퇴출되고, 자살을 하고 여러 명의 프로야구와 프로배구 선수가 영구 제명되는 사태를 겪으며 거의 모든 국민들이 이제 승부조작 문제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식견을 가질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승부조작 사건이 불거지고, 파문을 일으킬 때마다 전문가들은 깃털 몇 개 뽑는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선수 몇 명, 지도자 몇 명 잡아 감옥에 보낸다고 해서 승부조작이 근절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인 셈이다.

     

    결국 승부조작의 숙주인 불법 사설 스포츠도박 사이트의 운영과 이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지 않고서는 승부조작의 뿌리를 잘라내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 15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받은 '2차 불법도박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불법도박 규모는 75 1474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국가 세출예산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불법 스포츠도박의 규모는 7 6103억 원으로 추산됐다. 전체 불법 도박 규모의 약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승부조작의 진원지인 불법 스포츠도박을 4월부터 특별 단속한다고 밝혔다


    문체부 체육정책과 이영식 사무관은특별 단속 기간에는 다른 사건보다도 불법스포츠도박 사건을 우선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라며지난해 진행된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 단속에서는 좋은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올해도 많이 적발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불법도박 특별단속 결과, 909건을 적발해 총 2,071명을 검거했으며, 111천만 원을 몰수·보전한 바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정부의 노력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광역수사대는 9일 인터넷 불법 스포츠 토토 등을 운영, 200억원 가까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도박개장 등)로 사이트 운영자 이모(52·)씨 등 3명을 구속했다.

     

    구속된 이씨 등은 지난 2011 1~6월 해외에 서버를 두고 불법 스포츠 토토 등 200여개 도박사이트를 운영, 회원 5만명을 모집한 뒤 도박 이익금 등 총 199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 이들은 필리핀, 중국 등에 거주하며 인터넷 스포츠 중계방송에 배너광고 등을 내 회원을 모집했다. 이른바 '대포통장' 954개를 도박자금 거래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운영자들은 부부 또는 자매로 국내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다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국외로 나가 사설 스포츠 토토를 개설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리고 지난 18일 서울강남경찰서는 외국에 서버를 두고 무려 6300억원대의 사설 스포츠 도박 사이트 14개를 운영한 일당을 적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운영한 사설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인터넷으로 모집한 회원들이 국내외 프로 스포츠 경기의 승패 결과에 최대 300만원까지 배팅하면, 결과를 맞힌 사람에게 배팅액의 600배까지 배당금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들은 2010 6월부터 최근까지 '뽀빠이', '페라리', '마징가', '놀러와', '블루문', '갤럭시' 등의 이름으로 사설 사이트 14개를 운영하면서 회원들로부터 총 6300억원 가량을 입금 받아 그 중 약 10%인 약 630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특히 경찰이 입수한 도박 사이트 회원수는 5700여명에 달했고 회원들이 입금한 금액이 월 평균 35억원이나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도의 성과라면 그 동안 전문가들이 지적한 대로 승부조작을 근절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정부나 수사당국이 찾아나가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승부조작 문제에 있어 누구보다 눈을 크게 뜨고 감시해야 할 국내 언론이 승부조작의 몸통격인 사설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적발 소식에는 잠잠한 반면 깃털에 불과한 감독이나 선수, 연예인의 승부조작 가담에 대해서는 한참을 시끄럽게 보도할 만큼의 열성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스포츠로 밥을 먹고 살아가는 스포츠 언론이 스포츠 선수와 감독의 승부조작 가담문제나 연예인의 스포츠 도박 가담에는 전사적인 역량을 동원해 취재에 열을 올리는 반면 불법 사설 스포츠도박 사이트 문제에 대해 거의 무관심에 가까운 태도를 나타내고 있는 점은 심히 유감이다.

     

    불법 사설 스포츠도박 사이트 운영과 관련, 이미 적발된 도박자금의 액수나 가담한 사람들의 규모가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상대로 어떤 사이트들에서 어떤 형태의 불법 스포츠 베팅이 이루어졌는지, 범죄조직이 연계가 되어 있는지 여부 등 보도할 꺼리가 무궁무진함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언론은 물로이거니와 다른 어떤 언론도 단신 처리 그 이상의 어떤 심층보도도 하지 않고 있는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앞서도 언급했듯 작년에만 76천억이 넘는 규모로 운영되는 불법 스포츠 도박 규모를 떠올려 본다면 최근 적발된 수준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불법 스포츠 도박의 문제는 한 국가의 스포츠 산업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승부조작이 만연한 국가에서 스포츠 산업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고, 발전할 수 있을 가능성은 단언컨대 제로(0)’에 가깝다.

     

    결국 국내 스포츠 언론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 문제와 승부조작 문제를 가십거리가 아닌 진지한 사회문제로 접근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스포츠 언론의 중요한 밥줄이랄 수 있는 스포츠 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고, 그것은 결국 스포츠 언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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