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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은행 ‘춘천 히딩크와 촌스런 아이들’ 코트를 평정하다
    카테고리 없음 2013. 3. 2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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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히딩크위성우 감독과 우리은행의 촌스런 아이들이 마침내 한국 여자프로농구를 평정했다.

     

    2012-2013 시즌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팀 춘천 우리은행은 지난 19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53선승제) 3차전에서 외국인 선수 티나 톰슨과 임영희의 활약을 앞세워 66-53으로 승리, 3연승으로 통합챔피언에 등극했다.

     

    우리은행은 이로써 7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우리은행이 통합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3겨울리그, 2005겨울리그, 2006겨울리그에 이은 4번째다.

     

    이번 시즌이 개막하기 전 우리은행의 우승을 점친 전문가는 전무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심지어 우리은행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직행,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만신창이가 된 채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온 삼성생명과 맞붙게 됐을 때도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우리은행의 우세보다는 삼성생명의 3연승 또는 31패 우승을 점쳤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이뤄내며 안목 없는 전문가들의 뒤통수에 제대로 된 펀치를 연거푸 날려줬다.




     

    한편으로 보면 지난 4시즌 동안 리그 꼴찌에 머물던 팀이 아무런 선수보강 없이 코칭 스태프의 교체 만으로 곧바로 리그 통합우승을 이룬 것은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를 통틀어봐도 전무하다시피 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전문가들의 틀린 예상도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한 구석이 있다.

     

    어쨌든 우리은행은 이번 우승으로 올 겨울 프로스포츠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히트상품이 됐다.

     

    그 중심에는 춘천 히딩크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 박성배 코치 등 우리은행의 코칭스태프들이 있다.

     

    안산 신한은행의 6년 연속 통합우승을 코치로서 또는 선수로서 경험한 위 감독과 전 코치는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나이만 많은그저 그런 선수였던 임영희를 관록을 겸비한’ WKBL 최고의 선수로 재탄생시켰고, 패배와 꼴찌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은행의 젊지만 활력 없던 선수들을 깨워 한국 여자농구를 이끌어갈 미래로 키워냈다.

     


    그 바탕에는 강력한 체력훈련이 있다.

     

    한국 축구는 기술은 좋은데 체력이 약하다고 했던 히딩크 감독이 강력한 파워 프로그램으로 세계 축구계에서 변방에 머물러 있던 한국 축구를 세계 4강에 올려놓았던 발상과 닮아있다.


    농구가 체력 만으로 되는 스포츠는 아니지만 체력이 달리면 슛이 짧아지고 수비도 할 수 없다. 다른 팀의 쟁쟁한 국가대표급 선수들과의 매치업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팀 선수들보다 한 발 더 뛸 수 있는 체력과 그와 같은 체력적인 우위에서 오는 자신감이 필수라는 점을 위 감독은 꿰뚫고 있었다.

     

    위 감독은 여기에다 신한은행의 우승 DNA’를 우리은행 선수들에게 이식했다. 승리의 맛을 알아야 이기는 농구에 대한 열망이 강해지고, 이기는 농구를 해야 우승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선수들의 몸에 체득시키는 데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매일 선수 이전에 인간으로서 한계에 도전해야 했던 선수들을 혹독하게 몰아세웠고 때로는 그와 같은 지도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적어도 올 시즌만큼은 위 감독의 리더십이 옳았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전주원 코치는 이 같은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언니 리더십을 발휘, 선수들의 피난처이자 카운셀러 역할을 하는 한편 위 감독이 심리적으로 고조됐을 때 이를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는 역할을 해냈다.

     

    여기에다 여고 농구팀 지도자로서 경험이 풍부한 박성배 코치 역시 여자선수들의 심리상태나 습성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위 감독을 보좌하는 한편 경기중 벤치에서 분위기 메이커로서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크나큰 기여를 해냈다.

     

    이 같은 우리은행 코칭 스태프의 절묘한 조화가 몇 년째 원석에 머물러 있던 우리은행의 젊은 선수들을 명품 다이아몬드로 만들어냈다.

     

    이들이 없었다면 박혜진, 이승아, 양지희, 배혜윤 등 우리은행의 젊은 유망주들은 만년 유망주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전주원 코치는 사석에서 우리은행 선수들을 촌스럽다고 했다. 선수들이 들었다면 서운해 할 만도 했을 법하지만 실제 훈련과정이나 숙소생활 과정에서 전 코치에게 들었을 법한 말이다.




     

    올 시즌 그야말로 벌떼와 같은 일사불란함으로 우승까지 차지했지만 선수 개개인은 아직도 기량이나 경험 면에서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를 촌스럽다는 한 마디로 정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농구를 알고 하기 보다는 아직은 지도자의 지적과 지도가 필요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 편으로는 지도자가 한 번 지시하면 내려진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올곧음을 가졌음을 나타내주는 말이 촌스럽다는 표현으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우리은행의 가드 이승아는 삼성생명과의 챔피언결정 1차전서 단 20여분만을 뛰고 5반칙으로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경기 직후 위 감독은 이승아에게 반칙이 많이 나와도 좋으니 반칙을 두려워 말고 이미선을 꽁꽁 묶으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래도 그렇지 팀의 주전 가드가 20분 만에 5반칙 퇴장이라니어쨌든 이승아는 이미선을 고립시켰고, 지치게 만들었다. 위 감독의 지시사항을 100% 수행한 셈이다.

     

    우리은행 선수들의 촌스러움을 단적으로 설명해 주는 장면이다. 이승아가 좀 더 경험과 요령이 있었다면 최대한 경기를 오래 뛰면서 감독의 지시사항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겠지만 아직 그 단계까지 바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위 감독의 생각이다. 이 부분은 전 코치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어쨌든 이와 같은 촌스러움은 오늘날 WKBL 통합우승을 이뤄낸 우리은행 선수들의 미덕이자 앞으로 우리은행의 왕좌 수성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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