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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 프로농구 경기 중 벌어진 황당한 정전사고 ‘씁쓸’
    카테고리 없음 2013. 2. 2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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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안산 신한은행과 춘천 우리은행의 여자 프로농구 시즌 마지막 맞대결이 펼쳐진 안산 와동체육관.

     

    이미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우승이 결정된 상황이었지만 신한은행으로서는 시즌 상대전적 24패의 열세에서 1승이라도 더 만회해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날 것이 유력한 우리은행에 기세에서 이기고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우리은행 역시 마지막까지 정규리그 우승팀 다운 면모를 잃지 않기 위해 진지한 경기를 펼쳐갔다.

     

    그런데 신한은행이 리드하고 있던 3쿼터 종료 3 20여초 전 갑자기 공격제한시간을 표시하는 골대 위의 전광판이 갑자기 꺼지면서 먹통이 됐다. 공격제한시간 24초의 표시를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경기를 계속할 수 없었고, 그대로 경기는 중단이 됐다.

     

    홈팀인 신한은행 구단 관계자들과 여자프로농구연맹(WKBL) 측 관계자들이 급히 전광판이 꺼진 원인을 찾기 위해 바삐 움직였지만 경기는 좀처럼 재개되지 않았다.

     

    체육관 전광판의 전원이 들어온 상태에서 경기의 스코어가 잘못 표기되거나 남은 시간이 잘못 표시되거나 하는 전산장애 등 원인에 따른 경기중단이 아니라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빚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전기가 다시 들어오지 않는 이상 WKBL이나 신한은행 구단에서도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상황이 수습되는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잠시 체육관 밖 복도에서 관계자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러던 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이날 경기가 중단되기 전까지 안산 와동체육관 측의 시설관리 담당 직원이 단 한 명도 체육관에 근무하고 있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한 마디로 시설적인 면에서 이날 경기는 무방비 상태에서 치러지고 있었던 셈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외동체육관 측 시설관리 담당자가 비교적 이른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고, 시설관리 담당 직원이 체육관에 도착해 5분도 지나지 않아 경기는 속개됐다. 경기 중단 15분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만약 담당 직원이 체육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면 이날 경기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이자 과거 올림픽 여자농구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던 국가의 프로리그에서 정전으로 인해 정규리그 경기가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남자 프로농구에 비해 여자 프로농구는 여러 면에서 취약하고 열악하다. 흥행 면에서도 그렇지만 선수들이 활약하는 체육관도 프로리그 경기가 치러지는 경기라고 하기엔 민망한 수준의 경기장들이 대부분이다.


    작년 10월 21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경기도중 전광판 오작동으로 경기가 중단되고 있는 모습.

     

    청주 KB스타즈의 홈구장인 청주실내체육관이나 부천 하나외환의 홈구장인 부천실내체육관을 제외하고 나머지 4개 구장(춘천 호반체육관, 구리실내체육관, 안산 와동체육관, 용인실내체육관)은 시설 자체적인 측면으로 보나 위치와 접근성 등 흥행을 위한 요소의 측면에서 봐도 사실상 프로경기가 치러지기 어려운 수준의 시설인 것이 사실이다.

     

    이들 경기장에서는 올 시즌에도 수 차례 전광판 오작동 등 고장과 경기장 조명 문제 등으로 경기가 중단되는 상황이 여러 번 발생했다. 그러다 보니 아예 경기 중 전광판 고장에 대비해 보조전광판을 대기시켜 놓는 구단들도 있지만 이번 안산 와동체육관 정전 상황에서는 그나마 보조 전광판도 사용할 수 없었다.

     

    올림픽, 월드컵 등 세계 최대의 스포츠 행사를 두루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국가적으로 최첨단의 IT 기술을 자랑하는 현재의 우리나라에서 1970-80년대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 여자 프로농구 경기장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의 라커룸의 수준 역시 열악하기 그지없다. 선수들의 유니폼과 소지품을 정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라커룸을 홈구장에 보유하고 있는 구단은 사실상 KB스타즈가 유일해 보인다.

     

    말이 나온 김에 시설적이 부분뿐만 아니라 경기장 보안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할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의 신변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경기장마다 여러 명의 경호 요원들이 배치되고는 있으나 선수들의 라커룸이나 경기 전후 인터뷰를 진행하는 인터뷰룸으로 가는 여러 통로가 무방비상태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 현재 여자 프로농구 경기장의 모습이다.

     

    선수들이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는 라커룸 옆으로 일반 관중들이 활보를 하고 다녀도 이렇다 할 제지를 받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선수들의 안전에 심대한 위험요소로 하루 빨리 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번 2012-2013 시즌 여자 프로농구는 신임 최경환 총재의 부임과 함께 만년 꼴찌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우승, 외국인 선수들의 맹활약, 그리고 해체된 신세계 구단에 대한 하나외환의 인수 등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시즌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 한국 여자농구가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거두기만 한다면 분명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인기스포츠로 재도약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하기 이전에 그들이 땀을 흘리며 열정을 쏟는 체육관 등 시설적인 지원과 그들의 신변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구단과 WKBL 측의 세심한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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