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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여자프로농구 농락한 '먹튀'카이저의 판단착오
    카테고리 없음 2013. 2. 1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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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안산 신한은행과 청주 KB스타즈의 여자 프로농구 경기가 끝난 후 와동체육관 앞 주차장.

     

    승리팀 수훈선수 인터뷰를 마친 신한은행의 외국인 선수 애슐리 로빈슨이 자신의 통역과 함께 나타났다. 그리고 로빈슨의 옆에는 이날 상대팀이었던 KB스타즈의 외국인 선수 리네타 카이저였다.

     

    이들 두 선수는 로빈슨의 통역이 운전하는 SUV 차량을 타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경기 전 KB스타즈의 구병두 감독대행은 결장 소식을 전하며 작심한 듯 카이저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에 따르면 카이저는 전날 연습도중 다리에 통증을 호소했다. 통역의 말로는 발목이 밀렸다는 것이었다. 구 대행은 어떻게 다쳐야 밀리는부상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문제는 경기 당일인 이튿날 벌어졌다.

     

    오전에 발목 상태를 묻자 경기에 뛸 수 있다던 카이저는 오후에 에이전트와 통화후 태도가 돌변하면서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에이전트가 뛰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 카이저의 말이었다.

     

    경악스러운 일은 카이저가 한국 리그가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으며 다음 시즌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활약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다리를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졌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소식은 당시 인터뷰실에 있던 기자들을 통해 퍼져나갔고, 곧바로 기사화 되어 보도됐고현재도 관련 보도는 이어지고 있다.

     

    구병두 감독대행은 나머지 7라운드 경기를 카이저 없이 국내 선수들 만으로 치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경기에 리바운드에서 열세에 시달린 끝에 신한은행에 패했지만 구 대행은 오히려 담담했다. 카이저가 없었음에도 나름대로 선전을 펼친 것에 만족한다는 입장이었다.

     

    현재 포스트시즌 진출 커트라인 순위인 4위 자리를 위태롭게 지키고 있는 KB스타즈는 앞으로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경기를 전혀 못 치를 정도는 아니라고 여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KB스타즈는 다른 팀들이 외국인 선수들의 기여 속에 승수를 쌓아나갈 때 이미 카이저 없이 상당수의 경기를 치렀고, 그중 몇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카이저는 작년 1216일 용인 삼성생명과의 경기 도중 발목을 다친 이후 이달 1일 구리 KDB생명과의 경기에 복귀할 때까지 1개월 반 가량을 쉬었다. 이후 카이저는 당초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지난달 26일 부천 하나외환과의 경기부터 코트에 복귀했어야 하지만 부상 부위의 확실한 진단결과를 기다리겠다며 출전을 거부해 6라운드 2경기를 건너 뛴 다음에야 코트에 복귀했다.

     

    지난 전력과 이번 출전 거부 행태를 종합적으로 볼 때 이는 명백한 태업이다. 선수로서 본분을 망각했을 뿐만 아니라 프로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카이저는 지난 9일까지 WKBL에서 20경기를 뛰었어야 하지만 그 중에 고작 11경기만을 뛰었다. 그러면서 매월 3만 달러(우리 동 약 3300만원)의 월급은 고스란히 받아 챙겼다.

     

    카이저의 성적은 평균 18.55득점에 11.7리바운드. 국내 선수들과 비교하면 준수한 성적이지만 여자 프로농구 6개 구단들이 4개월간 억대의 연봉을 지출하면서 외국인 선수에게 기대하는 성적과는 거리가 있는 성적이다.

     

    카이저는 작년 12월 부상 이후 치료와 재활, 그리고 다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제반 준비를 했어야 하지만 그의 체중은 한참이나 불어있었다. 몸 관리를 제대로 안 했다는 소리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5년 만에 WKBL에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면서 몇몇 소수의 에이전트들의 말에 휘둘려 구단들로 하여금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서를 작성할 수 밖에 없게 만든 WKBL 측의 미숙한 일처리 때문이지만 어찌되었든 카이저와 같은 함량 미달의 선수가 한국을 대표하는 농구리그를 무시하면서 이처럼 제 멋대로 행동하는 것에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9 KB스타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던 신한은행의 임달식 감독은 카이저의 결장 소식에 다소 의아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잠시 후 외국인 선수들의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앞서 WKBL에서 단 3경기만을 뛰고 부상으로 미국으로 돌아가면서도 12만 달러의 시즌 연봉을 고스란히 챙긴 비키 바흐와 이번 카이저 문제로 촉발된 외국인 선수들의 불평등 계약 문제에 공감을 표시하는 한편 미국 무대에서도 그다지 뛰어난 수준이 아닌 선수들이 한국에 와서 스스로 대단히 우월한 선수인양 안하무인 격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 데 대해서도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날 경기에서 카이저는 벤치에서 자신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이 사력을 다해 경기를 치렀지만 자신의 부재로 인해 신한은행의 외국인 선수 로빈슨에게 골밑을 농락당하며 패하는 장면을 덤덤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이날 신한은행의 로빈슨은 카이저의 교묘한 조력 속에 29득점 2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리고 경기 후 로빈슨은 카이저를 자신의 통역이 운전하는 차량에 태워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카이저는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언론 보도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말을 남겼다.

     

    "코트 안팎에서의 모든 경험으로부터 만약 스스로 배운 것이 없다면 그것은 좋든 나쁘든 쓸모 없는 경험일 뿐이다."

     

    제법 폼을 잡았지만 결국 한국 농구의 수준이 낮음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치졸한 태업행위를 합리화 한 말에 불과하다.

     

    WNBA 역사상 개인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한 레전드로서 3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만년 꼴찌 춘천 우리은행을 정규리그 선두로 이끈 38세 대선배 티나 톰슨도 존중하는 한국 여자프로농구를 카이저 같은 WNBA 경력 자체가 일천한 23세의 풋나기가 이런 식으로 깔아뭉갠 데 대해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현재로서는 카이저와 같은 먹튀에게 어떤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길을 없다. WKBL의 허술한 외국인 선수 관련 규정 때문이다.

     

    하지만 카이저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이런 식의 언행이 국내 언론을 타고 세계 곳곳에 보도될 것이고, 이로 인해 카이저 스스로 자신의 활동반경을 상당한 수준 좁혀놓은 꼴이 됐다는 점이다.

     

    일단 WKBL에서 카이저와 같은 선수를 다시 쓸 구단은 없을 것이고, 카이저가 WNBA에서 기회를 못 얻어 다른 국가 리그에서 활약하려 할 때 한국에서의 이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행동은 카이저의 영입을 검토하는 구단들에게 훌륭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23세짜리 선수의 판단착오 치고는 상당히 치명적일 수 있는 판단착오인 셈이다.  

     

    한편, 이번 사태의 빌미를 제공한 WKBL은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 이번 카이저 태업 사태에 대해 확실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반성할 일이 있으면 반성해야 할 것이다. 그와 같은 사과와 반성은 팬들에게 뿐만 아니라 5개월여의 시즌을 위해 7개월이라는 시간을 피나는 노력으로 준비했을 여자 프로농구 6개 구단의 선수와 감독, 프론트에게도 전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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