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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외환 '명품조연' 허윤자, 팀 연승-탈꼴찌 주역되다
    카테고리 없음 2012. 12. 1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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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주연 배우의 역할과는 별도로 또는 주연 배우의 역할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조연 배우들 가운데 뛰어난 자기 연출과 연기력으로 극을 더욱 더 빛나게 하는 조연 배우들을 가리켜 명품 조연이라 부르곤 한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명품 조연배우들이 주연이 되어 극을 이끌어간 결과 예상치 못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경우가 있다.

     

    이를 팀 스포츠에 적용한다면 거의 매 경기 팀의 스타 플레이어의 뒤를 받치며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해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가끔은 이런 선수가 어려운 팀의 구세주로 등장, 보는 이들로 하여금 색다른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다.

     

    여자 프로농구 부천 하나외환의 센터 허윤자는 지난 13일 용인 삼성생명과의 원정경기에서 팀의 60-57 승리를 견인, 주역으로 등장하는 명품 조연의 모습을 보여주며 치열했던 승부를 더욱 더 빛나게 했다.

     

    하나외환의 간판 스타는 힘과 기술을 겸비한 포워드 김정은이다. 이날도 김정은은 팔목 부상 부위가 완전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19득점에 2리바운드를 기록했고, 팀이 58-57로 쫓긴 경기 종료 7초전 승부에 쐐기를 박는 자유투 두 개를 모두 성공시켜 팀의 간판 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하나외환의 간판은 허윤자였다.

     



    우선 이날 허윤자는 7개의 야투를 던져 7개를 모두 성공시켜 14득점하며 100% 야투 성공율을 기록했다. 리바운드도 공격 리바운드 4개를 포함해 모두 13개를 잡아냈다.

     

    팀 동료인 외국인 선수 나키아 샌포드(16득점 10리바운드), 삼성생명의 외국인 선수 앰버 해리스(17득점 15리바운드)를 제외하고 이날 경기에서 더블더블을 기록한 선수는 허윤자 단 한 명뿐이다. 또한 이날 4쿼터 40분 경기를 풀타임으로 뛴 선수는 삼성생명의 해리스와 허윤자 단 두 명이다.

     

    그렇다고 허윤자가 단순히 기록만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이날 허윤자가 기록한 골은 하나외환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몰려 있을 때 팀의 숨통을 터주는 득점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팀이 4쿼터 4-5분을 남긴 시점까지 삼성생명에게 3-5점차 리드를 지켜가다 삼성생명의 이미선에게 3점포를 얻어맞고 동점을 허용한 데 이어 이선화에게 자유투까지 허용, 전세가 한 점차로 뒤집힌 상황에서 허윤자가 공격 제한시간에 쫓겨 던진 슛이 그대로 림을 통과한 장면은 이날의 결승골 장면이기도 했지만 그 자체로 사람들을 무척이나 보는 흥분하게 만드는 골이었다.

     

    행운의 골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운도 실력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 같은 활약 덕분에 허윤자는 경기 공식 기록지에 팀 공헌도를 수치로 나타낸 점수에서 양팀 통틀어 최고점을 기록했다.

     

    당연히 경기가 끝난 직후 진행하는 수훈선수 인터뷰 자리도 이 날 만큼은 김정은의 것이 아닌 허윤자의 것이었다.



     

    삼성생명전 승리 직후 코트에 앉아 경기 전 부상 방지를 위해 온 몸에 붙여 놓았던 테이프를 떼며 수훈 선수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는 허윤자에게 기자가 다친데는 없어요?”라고 물으니 허윤자는 환한 미소와 함께 네 다친 데 없고 괜찮아요라고 대답하며 양손에 가득한 테이프 다발을 들고 인터뷰 장소로 자리를 이동했다.

     

    방금 전 골밑에서 전쟁과 같은 승부를 치른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고요함과 차분함이었다.

     

    김정은이 팀의 간판으로서 승리를 위해 보이는 곳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아버지역할을 하고 있다면 허윤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 승리의 밑거름을 제공하는 어머니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허윤자의 단점이 있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지나치게 어머니 같은이타적인 플레이.

     

    팀이 다소(?) 여유 있는 리드 상황에서 허윤자는 리바운드와 수비에 집중하며 궂은 일에 집중하고 공격에서도 자신이 직접 결정짓기 보다는 득점 기회를 찾는 패싱 플레이에 집중, 개인적인 능력으로 득점 기회를 맞아도 더 좋은 위치의 동료에게 패스를 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다 보니 팀이 위기에 처하고 어떤 형태로든 득점이 필요할 때가 되어서야 허윤자의 득점이 나온다. 상대 팀과의 점수차를 벌여 놓아야 할 때 허윤자의 득점이 터져 나온다면 하나외환이 매 경기 좀 더 쉽게 경기를 풀 수도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삼성생명을 원정경기에서 물리치며 이번 시즌 첫 연승과 함께 탈꼴찌에도 성공한 조동기 하나외환 감독은 경기 직후 기자들에게 이날 허윤자의 야투 성공율이 100% 였던 점을 거론하며 “()윤자 좀 혼내달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조 감독 역시 허윤자가 경기중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주 슈팅을 시도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이에 허윤자가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하나외환은 현재 주축 가드인 김지윤과 센터 강지우가 부상으로 빠져 있거나 출전을 해도 매우 짧은 시간 만을 소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팀의 간판 김정은과 외국인 선수 샌포드, 그리고 허윤자가 버팀목의 역할을 하고 있다.

     

    3라운드부터 가세한 샌포드 덕분에 리바운드에서 밀리지 않고, 새로운 득점루트를 확보하게 되면서 하나외환은 시즌 초반에 비해 한층 안정된 전력을 갖추게 됐다. 특히 수비가 안정되면서 승리의 기회가 더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허윤자에게도 앞으로 자주 주연으로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좀 더 자주 수훈선수 인터뷰 자리에 서는 허윤자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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