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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KBL]'소리 없이 강한 여자' 한채진의 요란했던 버저비터
    카테고리 없음 2012. 11. 2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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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종료 0.3초를 남기고 한채진의 손을 떠난 공이 백보드를 맞은 뒤 림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렸다.

     

    구리 KDB생명이 여자 프로농구 6년 연속 우승에 빛나는 '거함' 안산 신한은행을 격침시키는 버저비터가 성공되는 순간이었다.

     

    소리 없이 강한 여자한채진이 KDB생명을 5연패의 위기에서 구해내는 순간이기도 했다.

     

    KDB생명이 19일 안산와동체육관에서 열린 KDB금융그룹 2012~2013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한채진의 버저비터를 앞세워 신한은행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55-54로 승리, 최근 이어지던 4연패의 부진에서 탈출했다.

     

    이날 승부는 사실 4쿼터가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DB생명은 이날 트리플더블러신정자 (13득점 13리바운드)와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 비키바흐(14득점 20리바운드)를 앞세운 가운데 센터 강영숙이 무릎상태가 좋지 않아 결장한 가운데 경기에 나선 신한은행을 상대로 리바운드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며 경기 내내 7-10점차 리드를 이어갔다.

     

    하지만 4쿼터 막판 상황은 변했다. 4쿼터 중반 비키바흐와 이경은이 연이어 골밑슛을 성공시켜 10점차(51-41) 리드를 잡아 승기를 잡는가 했던 KDB생명은 이연화를 앞세워 속공을 펼친 신한은행에 거푸 실점하며 추격을 허용하더니 급기야는 경기종료 7초를 남기고 하은주에게 역전 골밑슛을 허용, 53-54로 뒤지며 순식간에 패배의 벼랑 끝에 몰리고 말았다.

     

    앞서 53-52로 리드하고 있던 상황에서 비키바흐가 신한은행의 파울로 얻어낸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친 것이 뼈아팠다. 비키바흐는 이 자유투 실패로 WKBL 데뷔 무대에서 패배의 원흉이 될 위기에 놓여있었다.

     

    이때 새 동료 비키바흐와 팀을 구한 것은 소리 없이 강한 여자한채진이었다.





    한채진은 짜릿한 역전승의 기대감에 들떠 우왕좌왕하는 신한은행의 수비수들을 뚫고 레이업슛을 시도했다. 한채진의 손에서 공이 떠날 때 아직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는 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한채진의 손에서 떠난 공이 림을 통과하는 순간 백보드에 불이 들어오며 경기종료 버저가 울렸다.

     

    KDB생명의 승리였다. 다시 느린 그림으로 보니 한채진의 손에서 공이 떠난 순간 남은 시간은 경기 종료 0.3초 정도를 남긴 상황이었다. 분명한 버저비터였다.

     

    한순간 패배의 원흉이 될 뻔했던 비키바흐는 한채진을 안아 들어올렸고, KDB생명 선수들은 한데 어울려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한채진은 이날 4쿼터동안 40분을 풀타임으로 뛰며 14득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한채진이 이날 3959.7초동안 기록했던 12득점 6리바운드도 물론 의미가 있었지만 마지막 0.3초를 남기고 터뜨린 버저비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막힌 위닝샷이었다.

     

    한채진은 곱상한 외모를 지닌 슈터로 언론에서는 흔히 미녀슈터로 표현하지만 사실 경기 중에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거의 찾아보기 힘든 차도녀스타일의 선수다.

     

    지난 시즌 3점슛 성공률, 3점 야투, 스틸 등 3개 부문의 개인상을 석권한 빼어난 실력을 지닌 선수지만 막상 경기에서는 눈에 두드러지는 쇼맨십을 보여주거나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선수가 아닌 그야말로 말 없이 자신의 역할을 묵묵하게 해내는 선수다.

     

    특히 팀이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을 때 가뭄 끝의 단비와도 같은 득점을 성공시킬 때 한채진은 남자 프로농구 무대에서 소리 없이 강한 남자로 통했던 추승균(현 전주KCC 코치)의 현역 시절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거함신한은행을 잡은 이날 만큼은 한채진에게 소리 없이 강한 여자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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