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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쿼터의 공포' 몰아낸 춘천 우리은행 '공포의 팀' 변신중
    카테고리 없음 2012. 10. 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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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강원의 농구팬들은 남자 프로농구팀인 원주동부 외에 여자 프로농구팀인 춘천우리은행에게도 기대감 어린 시선을 보내도 좋을 듯 하다.

     

    만년 꼴찌의 팀이 여자 프로농구 판도를 뒤흔드는 최고의 다크호스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지난 4시즌 동안 여자 프로농구 최하위의 불명예를 떠안았던 춘천우리은행은 지난 12일 구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DB금융그룹 2012~2013시즌 여자프로농구 개막전에서 지난 시즌 준우승팀인 KDB생명에 65-56, 9점차 완승을 거두는 이변을 일으켰다.

     

    표면적으로는 이변이지만 이번 시즌을 준비해온 우리은행 선수들의 노력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결코 이날의 결과가 이변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시즌 팀 내부적으로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조혜진 감독대행이 시즌을 마무리 지은 우리은행은 새 시즌을 앞두고 신한은행의 6년 연속 여자 프로농구 통합우승을 이끈 주역 가운데 한 명인 위성운 전 신한은행 코치를 감독으로 영입했고, 그와 아울러 한국 여자농구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 출신 스타 전주원을 코치로 영입했다.

     

    그리고 얼마 후 한 우리은행이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해냈으며 연습경기에서도 보다는 이라는 글자가 더 많아졌다는 소식이 들여왔다. 급기야는 우리은행이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실제 경기 내용을 지켜보기 전까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연습경기는 그야말로 연습경기고, 우리은행 선수들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패배의식을 완전히 걷어내기란 그렇게 녹록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한 우리은행의 시즌 개막전.

     

    선수들이 달라져 있었고, 팀이 달라져 있었다. 특히 놀라웠던 부분은 우리은행에게서 공포의 4쿼터가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우리은행은 농구를 3쿼터까지만 하는 팀 같았다. 아무리 많은 점수를 이기고 있어도 4쿼터에만 들어가면 선수들의 발은 한 없이 무거워졌고, 슈팅은 번번이 림을 외면했다. 3쿼터까지의 팀과 4쿼터에서의 팀이 전혀 다른팀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날 KDB생명을 상대한 우리은행은 과거의 우리은행이 아니었다.

     

    3쿼터까지 꾸준히 KDB생명에 5-7점차 리드를 잡아나갔던 우리은행은 4쿼터 들어 3점차까지 쫓기기도 했지만 이내 원래의 점수차를 회복했고, 더 나아가 점수차를 11점차까지 벌려놓기도 했다


    과거 벌어놓은 점수를 까먹는 것도 모자라 역전을 허용하기 일쑤였던 팀이 이번 시즌에는 4쿼터에서 오히려 상대팀의 추격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줄 아는 팀으로 변모한 셈이다.




     

    이날 수치상으로는 임영희(19 5리바운드 4어시스트), 양지희(19 6리바운드), 박혜진(16 8리바운드) 등이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이날 우리은행의 승리는 몇몇 선수가 잘했다기 보다는 팀 전체가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한 결과였다.

     

    엄청난 체력훈련의 영향이었는지 4쿼터 막판이 되어서도 선수들의 발은 무거워지지 않았고, 그와 같은 체력적 우위를 바탕으로 KDB생명 선수들이 코트를 넘어서기 전부터 풀코트 프레싱에 가까운 강력한 압박을 가함으로써 KDB생명의 예봉을 꺾어놓았고, 실책을 연발하게 했다.

     

    공격에서 우리은행이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슛의 정확도가 아닌 리바운드였다. 특히 경기 막판 KD생명이 전세를 뒤집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자칫 기싸움에서 밀리면 속절없이 추격을 허용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우리은행은 공격상황에서 중요한 공격 리바운드를 잇따라 따내며 시간도 벌고 점수도 벌었다.

     

    이 같은 공격 리바운드가 가능했던 것도 체력적인 자신감으로부터 비롯됐다. 결국 상대 선수보다 한 발 더 뛰어 리바운드 볼을 잡을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 됐다는 말이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 KDB생명을 상대로 개막전 승리를 거둔 직후 우리은행 선수들이 언론들과 가진 인터뷰 내용은 상당한 화제가 됐다.

     

    박혜진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을 대비한 훈련 과정에 대해 "예전보다 10배는 힘들었던 것 같다. 말로 표현을 못할 정도다"라며 "훈련하면서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오죽하면 지나가는 개가 부러웠다. 개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양지희는 "위 감독에게 많이 혼났다. 욕을 많이 들어 정신적인 충격이 심했다. 오늘 경기 전까지 운동을 힘들게 했다. 오늘 뛰어 다닐 수나 있을까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기고 나니 그런 것이 승리의 밑거름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위성우 감독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개막전 승리 직후 위 감독은 "시즌 개막전에는 10연패를 하면 어쩔까 고민도 했다. 그런데 첫 승을 이렇게 빨리할 줄 몰랐다. 선수들은 나를 많이 미워했겠지만 그 동안 열심히 운동하고 집중했던 것이 승리의 요인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독과 선수들이 이처럼 드러내놓고 혹독했던 훈련과정에 대한 말을 했다는 부분에서도 그 동안 우리은행이 어떤 과정을 밟아왔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전주원 코치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전 코치는 KDB생명과의 개막전에서 언니 리더십준비된 지도자의 모습을 모두 보여줬다. 우리은행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펼친 뒤 작전지시를 받으러 벤치로 들어올 때마다 전 코치는 일일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눈빛으로 이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었고, 위감독에게는 작전지시를 위해 필요한 이런저런 정보를 챙겨줬다.

     

    위 감독과 전 코치는 신한은행 시절 코치와 선수로서 팀의 6년 연속 우승에 큰 역할을 한 주역이다. 이들은 훈련과 실전을 통해 이기는 농구를 위한 기량과 정신적 준비 모두를 우리은행 선수들에게 전수함으로써 팀을 변모시켜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쿼터의 공포를 몰아낸 우리은행이 다른 팀들에게 공포를 안겨주는 '공포의 팀'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올시즌 WKBL을 즐기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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