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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운의 신인투수에서 김기태의 황태자로...신동훈의 새옹지마
    카테고리 없음 2012. 9. 2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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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 1군 데뷔전을 마운드가 아닌 타석에서 치러야 했던 비운의 신인투수에서 감독의 관심을 받는 꿈나무로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신인투수 신동훈의 이야기다.

     

    지난 12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LG-SK 9회말.  LG 0-3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SK 투수 박희수는 아웃카운트 한 개를 잡고 마운드에서 내려왔고,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이재영.

     

    이재영에게 공을 넘겨주고 마운드를 내려오던 이만수 감독은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두 개만 잡으라'는 말을 건넸고, 이재영은 첫 타자 이진영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정성훈에게 2루타를 얻어맞아 2 2루 상황이 됐다. 그러자 이만수 감독은 곧바로 마무리 투수 정우람을 마운드에 올렸다.

     

    타석에는 박용택이 있었고, 대기 타자석에는 정의윤이 있었다. 두 선수 모두 한 방이 있는 타자들이었다. 하지만 LG 김기태 감독은 타석에 있던 박용택을 내리고 배팅 장갑도 착용하지 않은 채 배트 하나만 달랑 든 왜소한 체구의 선수 한 명을 타석에 세웠다. 신동훈이었다.

     



    2012 신인드래프트 2 6번으로 지명 받은 고졸 신인투수인 신동훈은 시즌 내내 2군에 있다가 엔트리가 확대된 94일 처음으로 1군에 이름을 올린 선수로 이날 들어선 타석이 프로 1군 무대 첫 출전이었다.

     

    신동훈은 무기력하게 4구만에 삼진아웃 당했고, 그 사이 김기태 감독은 다음 타석을 준비하고 있던 정의윤 마저 벤치로 불러들였다. 경기는 그대로 SK 승리로 마무리 됐다.

     

    여기까지가 지난주 야구판을 뜨겁게 달궜던 김기태 감독의 승부포기 사건의 과정이다. 그리고 여기까지가 신동훈이 프로 1군 데뷔전을 마운드에서가 아닌 타석에서 대타 노릇을 하는 것으로 허무하게 끝낸 사건의 결말이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신동훈은 그야말로 비운의 주인공이며, 김기태 감독은 신동훈을 불운한 신인투수로 만든 원흉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인생지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신동훈이 투수로서 김기태 감독의 관심을 받으며 불과 며칠 만에 비운의 신인투수에서 김기태의 황태자로 거듭나고 있다.

     

    신동훈은 지난 19일 넥센과의 홈경기에 팀이 2-7로 뒤진 8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동안 삼진 2개를 곁들이며 퍼펙트로 막아내더니 20일 한화와의 홈경기에서도 2회초 상대 타자 오재필의 강습 타구에 어깨 뒤쪽을 맞아 선발 벤자민 주키치가 조기 교체되자 3초 마운드에 올라 3번 최진행을 볼넷, 4번 김태균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후속타자 이대수와 오재필을 나란히 중견수 뜬공 처리한 뒤 타격감이 좋은 김경언을 8구만에 110km대 몸쪽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하는 깜짝 활약을 펼쳤다.

     

    직구 구속은 시속 130km 중반대에 머물렀으나 시속 90Km-110km의 낙차 큰 커브와 시속 120Km 안팎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았는데 성공한 것이 두 경기 연속 호투의 원동력이 됐다.

     

    특히 팀이 한 점차로 리드 당하고 있고 더 이상 점수를 허용하면 승산이 희박해지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상대팀 중심타선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는 피칭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스스로 극복한 신동훈의 배포와 위기관리 능력은 단연 돋보였다.




     

    신동훈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김기태 감독은 신동훈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놓고 표시했다. 무사 주자 1,2루 상황이 되자 불펜 투수들이 몸을 풀기 시작했는데 김 감독이 투수들에게 지금 몸을 풀 필요가 없으니 대기장소로 들어가라는 사인을 보낸 것.

     

    김 감독의 신뢰가 신동훈에게 전해졌던 것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신동훈은 김경언을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신동훈이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사이 김기태 감독과 조계현 수석코치는 신동훈의 피칭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기태 감독이 이틀 연속 신동훈에게 등판기회를 준 것을 굳이 신동훈에 대한 마음의 빚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신동훈은 감독의 등판지시에 따라 마운드에 올랐고,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고, 앞으로도 감독의 관심을 받을 만한 투수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낯선 타석에서 무기력하게 삼진을 먹던 그 왜소해 보이던 신인투수가 마운드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내면서 감독의 관심을 받게 됐으니 참으로 극적인 반전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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