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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플러들이여, 런던의 태극전사는 로마 검투사가 아니다
    카테고리 없음 2012. 8. 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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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런던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는 일부 선수들에 대한 누리꾼들의 악플이 도를 넘고 있다.

     

    당초 복싱에서 24년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충격의 16강 탈락의 아픔을 겪은 던 신종훈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악플러들의 악플에 고통을 받았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제가 죄지은 사람 같아요. 계속 방에만 있다가 오늘 나온 거예요. 사람이 잘 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는 건데…. ‘TV에 나와서 깐족거릴 때부터 알아봤다느니…. 댓글을 보니 너무 심하더라고요. 그 분들이 과연 제가 얼마나 열심히 훈련했는지 아시는지…. 얼마나 하루하루 긴장하고 피를 말렸는지를 아시는지…. 어제는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내가 왜 이렇게 떳떳하게 다니질 못하나. 내가 왜 눈치를 봐야 하나. 내가 왜 사람을 마주치기 싫어야하나….’”

     

    9일 태권도에서 은메달을 따낸 이대훈에게도 악플러들의 악플은 어김이 없었다.

     

    고딩 수준의 경기였다”, “맞기 싫으니까 도망이나 다니고 창피하다등등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내용의 악성 댓글이 인터넷 공간을 더럽혔다. 이들의 악플에 대해 다른 누리꾼들이 타이르기도 하고 핀잔을 주기도 하며 자제를 시켜봤지만 독버섯과 같은 악플은 여기저기서 그칠 줄을 몰랐다.

     



    이들의 경우는 그나마 약과다. 9일 저녁 사상 첫 리듬체조 결선에 도전하는 손연재에게는 집요하고도 조직적인 악플러 집단이 있다.

     

    이들은 손연재가 국제무대에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의 성과를 깎아 내리고 손연재가 현재 잘 나가는 CF 스타가 된 데 대해서도 운동선수가 운동은 안하고 CF만 찍어댄다거나 세계 무대에서 입상한 경력도 별로 없는 선수가 소속사의 언론 플레이 덕분에 떴다는 식의 악플을 생산하고 이런 악플이 댓글리스트 상단에 걸릴 수 있도록 서로 상부상조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오늘날의 손연재를 있게 해준 손연재의 어머니에게도 온갖 비아냥과 악플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악플러들에게는 런던올림픽에 출전중인 태극전사들이 런던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고통과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쯤은 무시된다. 그저 자신들의 눈앞에서 펼쳐진 경기 내용과 승패, 그리고 등수만이 중요할 뿐이다.

     

    물론 악플러들은 말 할 것이다. 본인들이 악플을 안보고 신경 안 쓰면 그 뿐 아니냐고

     

    하지만 악플러들이 마치 배설의 쾌감을 위해 쏟아내는 악플의 내용 가운데 다른 사람들이 보고 믿을 만한 허위사실이 적혀져 있다거나 개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내용들이 들어있고, 그런 내용들이 확산되고 확대 재생산되면서 결국 그 직간접적인 피해를 당사자인 선수들이 입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선수 본인이 아닌 선수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그와 같은 악플을 마주했을 때의 심경을 상상이나 해봤을지 의문이다.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로마제국 시대의 검투사들에 대해 접했을 것이다. 로마의 검투사들은 그저 하루 하루 다른 검투사 또는 맹수와 싸워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싸움에서 패하면 자신의 생사를 컴투장에 모인 관중들의 엄지손가락에 맡겨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검투사들의 생사를 결정하는 일을 심심풀이 놀이 정도로 여기는 관중들은 그들이 그날 죽이라고 결정한 검투사들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 할 필요성 조차 느끼지 못한다.

     

    지금 런던의 태극 전사들이 키보드를 두들기는 악플러들의 무감한 손놀림에 신음하고 죽어 나가고 있다.

     

    가슴에 태극 마크를 달고 개인의 성취는 물론 국가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이억만리 타국땅에서 혼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는 런던의 태극전사들을 그 옛날 로마제국 시대에 이름도 없이 사라져가야 했던 검투사들처럼 취급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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