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람 특별상 거부...오심 외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신아람(26ㆍ계룡시청)이 국제펜싱연맹(FIE)이 수여하기로 한 페어플레이상의 수상을 거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아람은 1일(한국시간) 2012 런던올림픽 펜싱 경기장인 영국 런던의 엑셀 런던 사우스아레나에서 가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특별 메달'에 대해 "그것은 올림픽 메달이 아니기 때문에 솔직히 마음이 편해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판정이 오심이라고 믿기에 (경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앞서 대한체육회 박용성 회장은 이날 2012 런던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FIE가 신아람의 페어플레이 정신을 높게 평가해 페어플레이상을 주겠다고 요청했다. 그래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또한 이 사건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지 않기로 하는 등 사안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의 사례로 미루어 볼 때 CAS 제소 등 다른 방식의 대응책이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그야말로 싸늘하다. 체육회가 FIE의 특별상 수여를 받아들이는 것은 FIE가 신아람의 페어플레이 정신을 높게 산다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워 FIE 스스로에게 주는 면죄부를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신아람이 FIE의 페어플레이상 수상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FIE는 물론 체육회의 입장도 난감하게 됐다. 사태의 해결을 위한 진솔하고 성의있는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은 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체육회 박용성 회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 가운데 신아람에 대한 또 다른 부당대우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신아람이 준결승전에서 패한 후 재심결과를 기다리다가 끝내 판정이 번복되지 않자 경기장 바닥에 앉아 눈물을 흘리다 경기진행요원들에 의해 경기장을 내려온 직후 불과 10분 후에 3-4위전을 치러야 했고, 결국 그 경기에서도 패해 ‘노메달’로 대회를 마쳐야 했는데 그것이 동메달 결정전 시간을 놓고 FIE가 신아람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경기를 진행시켰기 때문이라는 것.

 

박용성 회장에 따르면 현장에 있던 신아람의 준결승 판정에 대해 코치진은 거세게 항의했고, 규정상 재심 요구시 필요한 비용 80달러를 넣은 봉투에 심재신 코치가 불어로 항의서한을 적어 제출했다. 박 회장까지 직접 나서 재심을 요청했지만 심판진은 끝내 판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경기장에서 버티던 신아람이 내려오니 동메달 결정전을 10분 뒤 진행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말도 안 된다며 반발했지만 현장 팬들과 중계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며 "결국 15분 뒤 경기를 치렀는데 감정을 추스리지도 못한 상황에서 그 정도로 싸운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신아람을 칭찬했다.

 

결국 FIE는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부적절한 상황에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못하고 울부짖는 선수를 강제로 끌고 내려온 것도 모자라 선수가 스스로 감정을 추스르고 새로운 경기에 집중하는 시간을 확보해 주지도 않은 채 메달이 걸린 경기를 강행했던 셈이다.

 

만약 신아람이 준결승 직후 동메달 결정전을 위한 적정한 시간을 가졌다면 관중들도 충분히 상황에 대해 이해하는 만큼 양해해줬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신아람이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집중력을 가다듬어 경기에 임했다면 지금 그의 목에는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이 걸려있을 수도 있었다.

 

신아람이 FIE의 특별상이 올림픽 메달이 아님을 내세워 이처럼 즉각적으로 수상을 거부한 데는 그만한 또 다른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결국 FIE는 경기의 진행도 매끄럽지 못했고, 돌발적인 상황에서 운영의 묘도 살리지 못해 런던올림픽 전체의 명예를 실추시키는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웬만해서는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퇴출될 일이 없는 종목의 경기단체가 지니고 있는 매너리즘과 추악한 자화상을 FIE는 이번 런던올림픽을 통해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