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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 '금메달 지상주의'에 경고장 날린 '용감한 녀석들'카테고리 없음 2012. 7. 23. 14:44반응형
매 주말 우리 사회 주요 이슈에 대해 소신 있는 ‘개념 발언’을 던져 큰 호응을 얻고 있는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인 '용감한 녀석들'의 정태호가 2012 런던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한국 언론의 '금메달 지상주의'에 대해 공개 경고장을 날렸다.
정태호는 22일 방영된 '개그콘서트-용감한 녀석들' 무대에서 "얼마 뒤면 2012년 런던 올림픽이 시작되지. 올림픽 기사 중 쓰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줄께"라고 말문을 뗐다.
이어 정태호는 런던올림픽 기간 중 '안타깝게 은메달에 그쳐', '아쉽게도 동메달에 그쳐'라는 내용의 기사를 기자들이 쓰지 말아야 할 기사 내용으로 지목했다.
이어 정태호는 "정말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금메달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일갈, 언론뿐만 아니라 금메달리스트만을 우대하고 기억하는 국내 스포츠 팬들의 모습에 대해서도 각성을 촉구, 객석의 관객들로부터 크나큰 환호를 이끌어냈다.
정태호의 이날 발언은 방송 이후에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냈고,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를 정도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올림픽을 앞두고 정태호가 국내 언론에 던진 소신 발언이 이처럼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그 동안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대회에 대한 국내 미디어들의 중계방송과 보도가 지나치게 금메달과 금메달리스트에 집중되는 태도를 보여온 데 대해 일반 국민들도 염증을 느껴왔다는 반증이다.
올림픽 참가 사실 자체를 놓고 꿈을 이뤘다고 생각하는 수 많은 국가들의 선수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선수들은 언제나 올림픽 무대에서 반드시 메달을 따야 한다고 여기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획득하면 마치 죄인이라도 된 양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숙인 모습을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 같은 태도는 기대했던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한데 대한 실망감의 표시겠지만 이들의 뇌리 속에는 금메달리스트가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인식을 형성하게 된 데는 사실상 미디어의 책임이 크다고 말 할 수 밖에 없다. 선수 개인의 성취를 보지 못하고 ‘메달’이라고 하는 정형화 된 성과에만 집착한 나머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금메달리스트에게만 집중시키는 국내 언론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최근 한 방송사는 런던올림픽 예고방송을 하면서 이번에 영입한 수영 해설위원이 박태환의 오랜 스승임을 내세웠고, 마치 이번 런던올림픽 수영 중계방송은 박태환의 경기만을 중계할 듯한 기세로 예고편을 찍어 내보냈다. 국내 미디어의 경박한 ‘금메달 지상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참기 힘든 경박함은 방송사뿐만 아니라 국내 대다수 언론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이다.
예상 외의 메달 소식에 그 색깔에 관계없이 ‘값진 메달’임을 알리는 정도가 이전 보다는 훨씬 나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국내 언론은 ‘아쉬운 은메달’ ‘동메달에 그쳤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사용한다. 분명 개선되어야 할 국내 언론의 나쁜 습관 내지 태도다.
‘용감한 녀석들’이 일찌감치 한국 언론에 날린 공개 경고장이 누리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고, 이 같은 이슈가 런던올림픽 기간 중 국내 스포츠 팬들이 관심 있게 지켜볼 이슈가 된 이상 런던올림픽을 취재하기 위해 런던에 머무르고 있는 기자들의 머릿속은 참으로 복잡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한국 언론의 ‘금메달 지상주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이에 대한 개선의 요구도 많았던 만큼 이번 런던올림픽이 국내 미디어들의 잘못된 관행과 보도태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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