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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 결승] 11번의 페널티킥이 가른 드라마틱한 승부카테고리 없음 2012. 5. 20. 08:02반응형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첼시(잉글랜드)의 2011-201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린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는 뮌헨을 응원하기 위해 모여든 뮌헨 팬들이 입은 붉은 유니폼으로 인해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유럽 클럽대항전 가운데 최고의 가치를 갖는 대회의 결승전이 결승전의 주인공 가운데 한 팀의 홈구장에서 열리는 보기 드문 상황, 그리고 첼시의 주축 수비수블의 결장 등 경기 전 모든 분위기는 뮌헨으로 기울어 있었고, 실제 경기를 펼친 120분 동안 경기 분위기 역시 뮌헨이 주도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첼시쪽에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경기가 연장전으로 접어든 승부 막판에 가서야 자신의 심중을 드러냈다.
후반 37분 뮌헨의 토마스 뮬러가 선제골을 성공시켰고, 후반 43분 디디에 드록바의 동점골로 정규 90분의 경기시간을 1-1로 마친 양팀은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연장전과 승부차기로 이어지는 승부에서 두 팀의 희비는 열 한 번의 페널티킥으로 갈리고 말았다. 그 열 한 차례의 페널티킥 속에는 그 어디에서도 경험해 볼 수 없는 그야말로 각본없는 드라마가 숨어있었다.
승부가 연장전에 들어선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인 연장 전반 2분 30초경 드록바가 뮌헨에게 페널티킥 기회를 헌납했다. 경기 막판 고메즈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패색이 짙어지던 상황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팀을 패배의 벼랑끝에서 구해낸 드록바가 다시 역적으로 몰릴 위기에 처한 것..
이때 뮌헨의 키커로 나선 선수는 아르옌 로벤. 뮌헨이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공헌을 한 선수 가운데 한 명이며 가장 극적인 상황에서 골을 터뜨리는 것이 특기이다시피 한 로벤이 이번에도 뮌헨을 승리로 이끌 것으로 모든 이들이 기대 속에 지켜보던 그 때 로벤의 킥은 첼시 페트르 체흐 골키퍼의 정확한 예측에 걸리고 말았다.
결국 페널티킥을 허용한 드록바는 옐로우 카드 한 장을 받기는 했지만 팀을 패배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는 굴레를 벗었다.
그리고 이어진 승부차기.
승부차기에 관한 속설 중 ‘먼저 차는 팀이 유리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말은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먼저 골을 넣는 팀이 유리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먼저 페널티킥을 차게된 뮌헨에서 필립 람이 골을 성공시킴으로써 속설에 따를 때 뮌헨은 승리의 요건을 충분히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첼시의 후안 마타가 페널티킥을 실패하고, 뮌헨의 세 번째 키커로 나선 노이어 골키퍼가 상대 골키퍼인 체흐 골키퍼를 상대로 페널티킥을 꽂아 넣으면서 뮌헨의 우승 스토리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짜여지는 듯 했다.
특히 뮌헨의 골키퍼 노이어가 승부차기 키커로 나선 것은 매우 의미심장했다. 승부차기에 들어가기 전 연장전에서 페널티킥을 실패한 로벤이 노이어 돌키퍼에게 무슨 말을 하는 장면이 중계카메라에 잡혔는데 그것은 노니어가 키커로 나서기로 결정된 다음 상황이라는 점에서 로벤의 입장에서는 다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본다면 노이어가 체흐를 상대로 페널티킥을 성공시킴으로써 노이어 골키퍼가 로벤의 실책을 만회해 주면서 체흐에게 로벤의 복수를 대신 해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세 번째 키커까지 뮌헨의 승리가 굳어져가던 상황에서 극적인 반전은 첼시의 수호신 체흐의 손 끝에서 시작됐다. 뮌헨의 네 번째 키커로 나선 올리치의 킥을 체흐가 정확하게 막아낸 것. 체흐의 선방으로 승부차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승부차기의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승부의 기세는 이미 첼시 쪽으로 넘어온 상황. 그리고 운명의 다섯 번째 키커는 뮌헨의 슈바인슈타이거, 첼시의 드록바.
두 선수 모두 양 팀의 상징이랄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두 선수의 발끝에는 ‘빅이어’는 물론 양팀, 더 나아가 독일 분데스리가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자존심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먼저 키커로 나선 슈바인슈타이거가 찬 공은 체흐 골키퍼가 뻗은 손을 피하기는 했으나 골포스트를 피하지 못했다. 페널티킥 실패를 확인한 슈바인슈타이거는 그대로 유니폼으로 얼굴을 감쌌다.
앞서 슈바인슈타이거는 로벤이 페널티킥을 실축할 때 차마 그 장면을 지켜보지 못하고 노이어 골키퍼 앞에서 뒤돌아 선채 있다가 로벤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체흐 골키퍼가 곧바로 전방으로 길게 공을 연결, 첼시의 역습상황으로 연결되자 허겁지겁 수비에 나서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첼시의 마지막 키커 드록바가 찬 공은 덤덤하게 뮌헨의 골망을 흔들었다. 드록바가 이날 마지막 키커로 나서는 장면은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섰던 홍명보를 연상시켰다.
결국 0-1로 끌려가던 승부를 기막힌 헤딩골로 원점으로 돌려 놓은 드록바는 연장전 초반 상대팀에세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패배의 원흉으로 몰릴 뻔했다가 다시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팀의 창단 첫 유럽제패를 결정지었다.
열 한 번의 페널티킥이 가른 드라마틱한 승부는 이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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