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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후보와 강등후보가 선사한 축구의 색다른 묘미카테고리 없음 2012. 4. 3. 06:32반응형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놓고 맨체스터시티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블랙번 로버스를 제물로 리그 7연승을 이어가며 2위 맨시티와의 승점차를 5점차로 벌려 리그 우승에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맨유는 3일(한국시간) 이우드 파크에서 열린 블랙번과의 2011-2012 리그 31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36분과 41분 루이스 안토니오 발렌시아와 애슐리 영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 승점 3점을 얻었다.
이날 경기는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우승후보와 강등권 탈출을 위해 벼랑끝 승부를 이어가고 있는 강등후보간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양 팀 모두에게 절실한 의미가 담긴 경기였다.
언뜻 생각해 보건대 맨유의 입장에서는 이날 경기만 승리한다면 앞으로 남은 일정을 감안할 때 리그 우승을 사실상 예약해 놓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승점 3점이 절실했고, 리그 16위로 강등권 순위에 머물고 있는 블랙번의 입장에서는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위해 리그 최강 맨유를 상대로 일단 승점 1점이라도 따낸다면 강등권을 탈출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승점 3점을 따낸다면 그야말로 프리미어리그 잔류에 매우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는 점에서 집중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경기 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맨유의 전략은 일단 빠른 시간 안에 선제골을 뽑아낸 이후 여유를 가지고 경기를 펼치는 데 집중하는 것이었고, 블랙번은 일단 실점을 당하지 않고 경기를 이끌다가 간간이 포착되는 기회에 득점을 노리는 전략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실제로 경기의 양상은 그렇게 전개됐다.
맨유는 전반전 볼 점유율에서 7-3 정도로 우위를 가져가며 파상공세를 펼쳤고, 전반 한때 치차리토의 결정적인 슈팅이 거의 골 라인을 넘을 뻔 했다. 하지만 블랙번 수비진의 탄탄한 밀집수비와 골키퍼 폴 로빈슨의 선방은 전반 45동안 맨유의 득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맨유가 잇딴 파상공세에도 블랙번의 골문을 열지 못하는 사이 블랙번은 간간이 위협적인 역습으로 맨유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후반전 들어서자 블랙번이 오히려 맨유를 압박했다. 후반전 초반 블랙번의 나이지리아 출신 골잡이 야쿠부는 두 차례 맨유의 골문을 향해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다. 이외에도 블랙번의 날카로운 역습은 후반전 중반까지 맨유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반면 맨유의 공격은 답답했다. 측면에서 발렌시아가 부지런히 돌파와 크로스를 시도했고, 웨인 루니는 간간이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기는 했지만 맨유 공격진의 공격루트를 손금 들여다 보듯 하고 있던 블랙번의 수비진은 번번이 맨유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맨유의 벤치는 점점 심리적으로 조급해졌다.
퍼거슨 감독은 후반전 시작하면서 치차리토를 빼고 데니 웰벡을 투입시켰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자 비교적 이른 시간인 후반 15분을 전후해 라이언 긱스를, 후반 35분을 전후해 영을 투입시키며 승리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리고 그와 같은 퍼거슨 감독의 의지 표명은 경기 양상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퍼거슨 감독의 의지와 기대에 부응한 선수는 발렌시아.
후반 36분경 발렌시아는 오른쪽 측면에서 블랙번의 페널티 지역으로 파고들며 오른발 킥을 시도하려 했다. 이때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은 발렌시아가 반대편에 있는 동료들에게 크로스를 시도할 것이라는 것. 하지만 발렌시아는 그대로 오른발 아웃프론트 킥으로 먼 곳의 블랙번 골문으로 슈팅을 시도했고, 발렌시아의 발을 떠난 공은 그대로 블랙번의 왼쪽 골망을 흔들었다.
올 시즌 맨유의 리그 우승을 향한 행보에 가장 중요한 골이 터진 셈이다.
이후 터진 영의 추가골도 환상적이었다. 발렌시아의 선제골이 터진지 5분 만에 영은 블랙번 페널티 지역 중앙 부근에서 상대 수비진을 등진 상태에서 공을 받았고, 그대로 몸을 돌리며 오른발 터닝 슈팅을 시도했다. 영의 발을 떠난 공은 낮게 날아가다 블랙번의 오른쪽 골포스트 앞에서 한 차례 바운드 되더니 살짝 안쪽으로 휘며 골망을 흔들었다.
맨유를 상대로 최소한 승점을 얻기 위해 경고한 수비벽을 구축한 블랙번의 수비진을 허를 찌른 발렌시아와 영의 기막힌 슈팅 두 방이 맨유에게는 ‘우승 예약권’을 안겼고, 블랙번에게는 ‘강등 경고장’을 안겼다.
우승이라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는 맨유와 강등이라는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블랙번이 펼친 이날의 90간 공방전은 축구를 즐기는 색다른 묘미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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