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로 가는 손연재, 모스크바에서 내디딘 의미 있는 첫 걸음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 메달 획득에 도전하고 있는 한국 리듬체조의 간판 손연재(연세대)가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올림픽 시즌의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손연재는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드루즈바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린 '2016 모스크바 그랑프리' 개인종합 둘째 날 곤봉 종목에서 18.366점을 받은 데 이어 리본 종목에서 18.166점을 얻어 전날 후프 연기 점수(18.066점)와 볼 연기 점수(18.366점)를 합산한 4종목 합계 점수에서 72.964점을 기록했다.
그 결과 손연재는 알렉산드라 솔다토바(74.066점·러시아)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메달은 손연재보다 0.282점 뒤진 72.682점을 기록한 러시아의 아리나 아베리나가 차지했다.
모스크바 그랑프리에서 손연재가 개인종합 메달을 따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메달의 색깔도 메달권에 턱걸이한 동메달이 아닌 은메달이라는 점에서 더욱 더 의미가 크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손연재가 받은 개인종합 총점(72.964점)은 지난해 8월 소피아 월드컵에서 기록한 72.800점을 뛰어넘은 손연재 개인 역대 최고 점수다. 또한 손연재가 이번 대회 볼과 곤봉에서 얻은 18.366점의 점수 역시 소피아 월드컵에서 기록한 볼(18.300점)과 곤봉(18.350점) 역대 최고 점수를 갈아 치운 점수다.
손연재의 선전은 종목별 결선에서도 이어졌다. 손연재는 앞서 개인종합 경기에서 후프(5위), 볼(3위), 곤봉(4위), 리본(3위) 등 4개 종목에서 모두 상위 8명이 진출할 수 있는 종목별 결선에 진출했다. 그리고 종복별 결선에서 손연재는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21일 열린 종목별 결선에 나선 손연재는 먼저 후프 결선에서 예선에서 받은 점수보다 0.217점 높은 18.283점을 획득, 러시아의 솔다토바(18.500점)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어진 볼 종목 결선에서 손연재는 18.383점의 높은 점수로 동메달을 따낸 데 이어 리본 종목 결선에서도 18.133점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손연재는 곤봉에서도 18.250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4위에 머무르며 메달을 놓쳐 이번 대회 개인종합 포함 전부문 메달 획득에 실패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결국 이번 모스크바 그랑프리에서 손연재는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올림픽 시즌을 시작하는 무대에서 거둔 성적으로는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성적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체조연맹이 주관하는 모스크바 그랑프리는 국가당 출전 선수의 수를 제한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세계선수권대회와는 달리 국가별로 출전선수의 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 탓에 그 어떤 A급 대회보다 치열한 순위경쟁이 펼쳐지는 대회로 알려져 있다.
그런 탓에 작년을 제외하고 2011년부터 매해 이 대회에 출전해온 손연재는 그 동안 종목별 결선에서만 메달을 따냈을 뿐이다.
개인종합에서는 첫 출전한 2011년에는 개인종합 19위를 기록했고, 2012년 18위, 2013년 10위, 2014년 6위를 차지했다. 매년 순위 면에서 계속 오름세를 지켜가고 있었지만 메달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종목별 결선에서는 2012년 대회에서 후프 동메달, 2013년 대회에서 곤봉 동메달, 2014년 대회에서 후프, 곤봉, 리본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한바 있다.
이번 대회에는 비록 세계선수권 3연패에 빛나는 러시아의 야나 쿠드랍체바와 올림픽 무대에서 손연재와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간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가 불참했지만 리우 올림픽에서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마르가리타 마문을 비롯해 알렉산드라 솔다토바, 아리나 아베리나, 디나 아베리나, 카리나 쿠즈넷소바, 이리나 아넨코바 등 리듬체조 최강국 러시아 대표 선수 6명이 출전했다.
여기에다 손연재 리자트디노바와 함께 리우올림픽에서 손연재와 메달을 다툴 라이벌인 벨라루스의 멜리티나 스타니우타까지 출전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에서 손연재가 선보인 프로그램들은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을 대비한 새 프로그램들로서 대외적으로 공개된 것도 앞서 국내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 이어 이번 대회가 두 번째 무대였다.
따라서 예년의 경우와 이번 대회 출전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볼 때 이번 대회에서도 손연재는 개인종합 메달보다는 종목별 결선에서 1-2개 정도의 메달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여졌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당초 기대했던 수준을 훌쩍 뛰어 넘는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됐다.
앞으로 6개월 가량 남은 리우 올림픽까지 손연재의 경쟁 선수들도 프로그램이 완성도를 높여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시즌 각종 대회에서 손연재가 감당해야 할 경쟁의 수위는 점점 더 치열해질 것이 분명하지만 ‘기선제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번 모스크바 그랑프리에서 거둔 손연재의 성적은 분명 높이 평가할 만한 성과다.
특히 리우 올림픽을 대비해 손연재가 종목별 프로그램에 모두 포함시킨 ‘필살기’ 포에테 피봇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난이도를 높인 프로그램의 수행 수준이 매우 안정적이었고, 단 1초의 공백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꽉 찬 프로그램 구성이 이전의 그 어떤 시즌보다 돋보인 점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정리하자면 손연재는 이번 모스크바 그랑프리에서 대회 촐전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둠으로써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이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니라는 기분 좋은 암시를 던져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