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마그너스, '완성형' 동계스포츠 강국 향한 희망의 이름
지난 13일(한국시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낭보 하나가 날아들었다.
제2회 릴레함메르 동계청소년올림픽에 출전 중인 한국선수단의 스키 크로스컨트리 대표선수 김마그너스가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것.
김마그너스는 이날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대회 남자 크로스컨트리 크로스 프리 종목 결승에서 2분59초56으로 우승했다. 동계청소년올림픽뿐만 아니라 한국 설상 종목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이었다.
동계스포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들어봤을 가능성이 별로 없는 김마그너스라는 이름. 하지만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한국 스포츠계에서 김마그너스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희망인 이름이다.
노르웨이인 아버지 오게 뵈(58)씨와 한국인 어머니 김주현(55)씨 사이에서 태어난 ‘하프 코리언’인 김마그너스는 스키를 시작하기 전에 쇼트트랙 철인3종 윈드서핑 축구 등 다양한 종목을 섭렵했을 정도로 운동에 관한 기본적 자질이 뛰어나다.
공부를 잘하지도 좋아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김 마그너스가 운동에 소질이 있음을 일찌감치 간파한 그의 어머니가 김 마그너스를 억지도 보습 학원에 보내는 대신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한 덕분이다.
2010년 노르웨이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스키선수의 길로 들어선 김마그너스는 스키에 입문한 지 불과 5년여 만에 크로스 컨트리 강국 노르웨이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의 선수로 성장했다.
김 마그너스가 처음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작년 4월.
이미 작년 2월에 부산체육고등학교 소속 선수로서 동계체전에 참가해 크로스컨트리 고등부에서 4관왕(프리스타일 15㎞, 클래식 10㎞, 복합, 바이애슬론 개인경기 15㎞)에 등극, 국내에서 적수가 없음을 확인하며 태극마크도 일찌감치 받아 놓은 상황이었고, 또 다음달인 3월 노르웨이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스타크래프트컵 시즌 파이널 경기에서는 누적 점수 219점으로 종합 순위 1위에 올라 국제경쟁력까지 확인한 이후였던 작년 4월은 김 마그너스가 한 가지 선택을 해야 했던 시기였다.
선수가 국적을 변경해 국제대회에 출전할 경우 향후 3년 동안 IOC가 주관하는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르자면 작년 4월이 김마그너스에게는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국적을 정할 최종 시한인 셈이었다.
물론 한국 스포츠계 입장에서는 김 마그너스라는 선수가 한국 국적을 선택, 평창 동계올림픽에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해 줄 것을 바라는 입장이었겠지만 노르웨이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실력을 지니고 있는 김마그너스에게 노르웨이 바이애슬론연맹 역시 수 차례 좋은 제안을 던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사자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국 김 마그너스는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의 국적을 선택했다. 노르웨이 국적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스키 선수로서는 한국 대표로만 국제대회에 나서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다만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그는 바이애슬론을 포기하고 크로스컨트리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선택을 한 데 대해 김 마그너스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물론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올림픽이 평창에서 열리는 만큼 한국 선수로 나서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평창뿐만은 아닐 것이다.
현재 김 마그너스의 실력을 놓고 볼 때 한국 대표의 지위를 얻을 경우 향후 김 마그너스가 선수생활을 그만 둘 때까지 태극마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스키 강국 노르웨이의 두터운 선수층을 감안할 때 노르웨이에서는 한국에서만큼 독보적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김마그너스는 “평창에서 메달을 따려면 전체적으로 발전해야겠지만 특히 지구력이 강해져야 한다.”며 “한국 선수가 되기로 결정한 만큼 평창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한국에 스키붐이 일어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해인 2018년이 되면 그는 20세가 된다 청소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지 2년 만에 약관의 나이로 동계올림픽 메달에 도전하게 되는 것.
김 마그너스의 소속사인 브리온 스포츠 매니지먼트 그룹의 임우택 대표는 김 마그너스의 청소년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 직후 자신의 SNS에 “마그너스에겐 참 미안한 일이 많다. 마그너스는 어쩌면 노르웨이 국가대표로 성장했으면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평탄하게 잘 자랄 수 있는 선수였다.”며 “지금 마그너스는 노르웨이에서 홀로 태극마크를 달고 자기와의 싸움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마그너스는 어쩌면 한국 설상 종목에서 최초로 의미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대주”라며 이 한 명의 선수로 인해 한국의 스키 역사가 바뀔 수도 있다는 작은 기대를 해본다. 오늘이 그 시작의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그 동안 한국 동계스포츠가 올림픽 무대에서 쇼트트랙-스피드 스케이팅과 피겨 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의 선전 덕분에 소위 ‘강국’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지만 설상 종목은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는 점에서 ‘반쪽 짜리 동계 스포츠 강국’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봅슬레이, 스켈레톤 등과 같은 썰매 종목에서 월드컵 금메달이 나오는 등 새로운 희망이 열리고 있는 데 더해 스키 크로스컨트리의 김 마그너스의 등장으로 한국은 평창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완성형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공인 받을 수 있는 희망을 얻은 셈이다.
김 마그너스의 이름인 ‘마그너스(Magnus)’는 라틴어로 ‘위대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앞으로 2년. 앞으로 김 마그너스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은 한국 스키와 한국 스포츠에게 있어 위대한 도전의 역사가 될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그의 행보를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