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패 뒤 3연승' 두산, 확률상으로는 이미 KS 우승?
두산 베어스가 삼성 라이온스를 상대로 또 다시 ‘뒤집기쇼’를 연출하며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사실상 예약했다.
두산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노경은의 구원 역투와 ‘테이블세터’ 정수빈과 허경민의 맹활약에 힘입어 4-3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두산은 1차전 역전패 이후 내리 3연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1승 만을 남겨두게 됐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벌어진 33차례의 한국시리즈에서 3승1패(무승부 포함)의 양상으로 전개된 15차례의 한국시리즈에서 먼저 3승을 먼저 거둔 팀이 우승한 경우는 14차례로 93.7%의 우승 확률을 기록 중이다.
단 한 차례 예외의 주인공은 공교롭게도 2013년의 두산과 삼성으로 두산은 당시 삼성을 상대로 3승1패로 먼저 우세를 점했으나 이후 3경기를 내리 내주며 우승에 실패했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두산은 100%의 우승 확률을 가지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패배 후 2-4차전을 내리 승리한 경우는 총 3차례였는데 그 3차례 모두 1패후 3연승 한 팀이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이쯤 되면 확률상으로는 이미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두산은 이날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이현호가 기대보다 일찍 강판되며 힘겨운 승부를 펼치는것으로 보였으나 두 번째 투수 노경은이 사실상의 선발투수 역할을 수행해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은 이날 1회말 정수빈의 좌전 안타, 허경민의 유격수 방면 내야 안타 그리고 민병헌의 희생 번트로 만든 1사 2,3루 기회에서 김현수의 강습 타구를 처리하던 삼성 1루수 구자욱이 홈에 악송구를 범하는 사이 정수빈과 허경민 모두 홈을 밟아 2점을 선취했다.
하지만 두산의 리드는 오래 가지 못했다. 반격에 나선 삼성은 2회초 박석민의 내야 안타와 두산의 수비 실책, 그리고 이승엽의 안타로 무사 1,3루 기회를 만들었고, 이어진 이현호의 폭투를 틈타 박석민이 홈을 밟아 한 점을 만회했다. 이후 삼성은 박한이의 볼넷과 이지영의 희생 번트로 만든 2사 2,3루 기회에서 1회말 악송구로 두산에 2점을 헌납했던 구자욱이 우중간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때려 전세를 3-2로 뒤집었다.
그렇게 삼성이 승기를 잡나 싶었지만 삼성의 기세로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두산은 4회말 민병헌의 중전 안타와 김현수의 우전 안타로 만든 무사 1,3루 상황에서 양의지가 병살타를 쳤지만 민병헌이 홈을 밟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두산이 결승점을 뽑은 것은 5회말. 두산은 2사 이후 정수빈과 허경민의 연속 안타로 2사 1,2루 기회를 만들었고, 이때 삼성은 선발 알프레도 피가로 대신 차우찬을 투입, 이닝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하지만 차우찬의 첫 상대로 나선 민병헌이 차우찬의 4구째에 방망이를 냈다. 그리고 민병헌의 타구는 삼성 3루수 박석민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됐고, 이때 2루에 있던 주자 정수빈이 홈을 파고들어 4-3으로 전세를 재역전시켰다.
삼성은 6회초 무사 1,2루 기회, 7회초 2사 3루 기회, 그리고 9회초 1사 만루 득점 기회애서 번번이 기회를 허공에 날려버리며 끝내 4차전을 내주고 말았다.
두산 두 번째 투수 노경은은 선발 이현호(1⅔이닝 3실점)가 조기 강판된 뒤 2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5⅔이닝 무실점(2피안타 2볼넷 5탈삼진)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고, 공격에서는 테이블세터로 나선 정수빈과 허경민이 나란히 멀티히트를 쳐내며 3득점을 합작, 팀 승리를 견인했다.
삼성 선발 피가로는 1차전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4⅔이닝 7피안타 1볼넷 1탈삼진 4실점(3자책)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나바로-최형우-박석민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 또한 1안타를 합작하는데 그쳤다.
경기 직후 두산 김태형 감독은 “정말 귀중한 1승이다. 내일(5차전)은 유희관도 있고, 니퍼트 길게 봐서는 장원준까지 있어서 오늘이 정말 귀중한 1승”이라며 “내일은 총력전이다. 상황 봐서 니퍼트가 들어간다. 최대한 할 수 있는 대로 밀어붙이겠다.”고 밝혀 5차전에서 끝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이날 두 개의 안타를 추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23개의 안타를 기록하며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세운 허경민은 “이런 기록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주위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남은 경기에 짐을 덜고 임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가 나에겐 정말 특별한 한 해가 되고 있는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으면 한다”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바람도 전했다.
두산이 3승 1패로 한국시리즈를 향한 8부 능선을 넘은 가운데 두산과 삼성의 한국시리즈 5차전은 31일 오후 2시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두산은 유희관, 삼성은 장원삼을 선발투수로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