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위 승차 10경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 문제 있다
2015시즌 프로야구 KBO리그 페넌트레이스가 팀 별로 5-8경기씩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가을야구로 가는 마지막 티켓을 잡기 위한 5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28일 현재 리그 5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팀들은 총 4팀으로 SK 와이번스(5위, 65승2무75패), 한화 이글스(공동 6위, 65승73패), 롯데 자이언츠(공동 6위, 65승1무73패), KIA 타이거즈(8위, 64승72패) 등이다.
이들 4팀 가운데 5위 경쟁에서 살아남는 한 팀은 올 시즌 리그 4위팀(두산 베어스 또는 넥센 히어로즈)과 4-5위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러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릴 수 있게 된다.
일단 리그 5위가 된 팀은 1패를 안고 와일드카드결정전에 진출한다.
이에 따라 5위 팀은 4위를 차지한 팀의 홈구장에서 두 차례 경기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그 두 차례의 와일드카드결정전에서 2연승을 거둬야만 준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얻을 수 있다. 만약 한 경기라도 지거나 비기면 탈락이다.
상당한 핸디캡이 있는 방식이지만 작년까지 가을야구 문턱에 발끝도 들이지 못했던 5위 팀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모든 것을 걸어 볼만한 기회다.
올 시즌부터 새로이 도입하게 된 와일드카드결정전은 미국 메이저리그의 리그별 디비젼시리즈에나갈 팀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종종 펼쳐지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힌트를 얻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1968년까지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1위팀 만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팀 수가 28개 팀으로 확대되고 1994년 각 리그가 3개 지구로 분할되자 와일드카드를 신설했다. 그리고 1998년 30개 팀이 되면서 2013년부터 각 리그에서 와일드카드 팀을 2개로 늘렸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와일드카드팀인 캔자스시티 로열즈가 월드시리즈에 올라 와일드카드 팀의 신기원을 이루기도 했다.
이처럼 와일드카드 제도와 같은 일종의 ‘패자부활전’ 제도는 스포츠를 즐기는 팬들에게 색다른 묘미와 감동을 전해주는 반면 리그를 운영하는 주최 측에는 짭짤한 부가 수익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와일드카드 제도가 처음 도입된 올해 KBO리그도 일단 리그 4위까지 순위가 어느 정도 굳어진 시즌 막판 5위팀에게도 가을야구의 실낱 같은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긴장감을 유지시키고 팬들의 흥미를 끝까지 끌어 모으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는 기대했던 효과가 나오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스포츠 자체적인 면에서 놓고 본다면 시즌이 끝난 이후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만약 4위 팀과 5위 팀의 격차가 2경기 이내로 상당히 근소한 차이가 났다면 팀단 144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페넌트레이스에서 어떤 전력적인 격차를 논하기 어려운 차이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는 데 있어 충분히 수긍이 가는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5위 팀을 상당한 격차로 앞선 채 리그를 마친 4위 팀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와 같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매우 불공평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경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4위와 5위의 격차가 10경기 가까이 벌어진 상황이라면 그렇다.
이렁 상황에서 4위 팀과 5위 팀 간 격차가 확연한 상황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나올 수 있다. 와일드카드 제도 도입 첫 해인 올해부터 사실 이와 같은 불공평의 문제가 거론될 소지가 크다.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 중 어느 팀이 4위가 되던 현재의 전력을 놓고 볼 때 5위를 차지할 팀과 최소 8경기 이상 차이로 4위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작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을 논의하면서 처음에는 승률 4위 팀과 5위 팀의 경기 차가 1.5경기 이내일 때 단판 승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기로 했으나, 결국 현행대로 경기 차에 관계없이 무조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행하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 팀에 1승의 어드밴티지를 주는 쪽으로 결정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성립 여부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대신 4위 팀이 준플레이오프에 오르는 데 있어 상당한 어드밴티지를 주는 방향을 택한 셈이다.
하지만 한국시리즈를 위해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는 하위 팀에게는 1-2 경기라도 경기를 치르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와 같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의 어드밴티지는 큰 이미가 없어 보인다. 특히 5위 팀과 10경기 가까운 격차로 4위를 차지한 팀의 입장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올 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어떤 팀들이 치르게 되던 불공정성 논란은 불거질 수 밖에 없고, KBO는 다시 한 번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제도의 순기능이 아무리 좋아도 스포츠로서 기본적인 형평성과 공정성은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