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리우의 교훈 '올림픽 유치는 미친 짓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어느새 우리 돈으로 13조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당국은 21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서 리우 올림픽 예산이 종전보다 7천만 헤알 늘어난 387억 헤알(약 13조3천433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리우 시가 올림픽 개최 도시로 결정된 지난 2009년 2월 당시 책정됐던 예산 288억 헤알(약 9조 9천299억 원)보다 무려 26% 가까이 늘어난 액수로 작년 브라질 월드컵 예산(271억 헤알)과 비교해도 40% 이상 많은 액수다.
물론 앞선 런던 하계올림픽 예산보다는 7조원 이상 적은 예산이지만 단 17일 동안 치러지는 올림픽 경기를 위해 쏟아 부어야 할 돈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액수가 아닐 수 없다.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더 들어간 예산만큼 리우 지역민들의 세금 부담은 늘어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당연히 주민복지, 사회안전망 구축 등에 들어가야 할 재정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리우 시와 브라질올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리우 올림픽 인프라 공사는 현재 80%가량 진행된 상태로 현재 건설 중인 경기장 14개 가운데 골프장을 포함한 7개는 올해 연말까지 완공될 예정이며 내년 6월까지는 대부분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대단한 예산이 투입되는 올림픽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리우 해변에서 치러진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에서 우리나라의 국가대표 윈드서핑 선수가 요트 경기장 해수의 극심한 오염으로 인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한 사건은 세계 3대 미항으로 불리는 리우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을 뿐만 아니라 리우의 암담한 현실과 더욱 더 암담한 미래를 미리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리우의 바다가 갈색 하수로 뒤덮이고, 온갖 부유물들로 가득해져 코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심하고 방파제 위로 쥐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흉물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당국은 그저 배를 띄어 수면 위의 부유물들을 떠내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한심한 현실 속에 국제요트연맹에서도 선수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원인을 수질오염으로 단정 지울 수 없다는 미온적 태도와 함께 선수들이 지나치게 이 문제에 신경을 쓰는 것이 문제라는 식으로 강변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마냥 뻔뻔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의 태도도 깔려 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리우 시는 돈은 돈대로 쓰고 욕은 욕대로 얻어먹기 딱 좋은 상황이다. 무려 13조원이 투입되는 리우 올림픽의 초라한 자화상이다.
과거 2104 소치 동계 올림픽을 유치한 러시아가 이례적으로 많은 400억 달러를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지출했지만 러시아의 반 성적소수자 ‘선전선동금지법’, 이주 노동자 착취와 관련된 인권 탄압으로 비판 받으며 돈은 돈대로 쓰고 욕은 욕대로 먹은 사례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벌어지려고 하는 셈이다.
브라질은 물론이고 남미 대륙에서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미에서 치러지는 첫 올림픽이라는 점 때문에 리우 시민들이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있어 큰 열망을 가졌을 수도 있고, 열망까지는 아니더라도 크게 반대하고 싶지 않았던 심리도 있었겠지만 리우 올림픽 이후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경제적인 효과는 적은 반면 세부담이 늘어나고 복지혜택이 줄어드는 등의 현상이 발생될 경우 리우 시민들은 올림픽을 다시 유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이런 현상들은 형태와 규모만 다를 뿐 최근 열린 여러 올림픽에서 반복된 현상으로 앞으로도 크게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올림픽 운동이 사실상 위기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 보스턴 시의 올림픽 유치 추진 철회는 올림픽 운동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올림픽위원회(USOC)는 보스턴을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 후보도시로 선정한 앞서 결정을 번복, 미국 내 다른 도시를 올림픽 후보지로 검토할 계획이다.
보스턴 지역 라디오 방송인 ‘WBUR’이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올림픽 유치를 지지하는 의견은 39%에 불과한 반면, 49%의 설문 참가자들이 반대의사를 드러냈다.
올림픽 유치 반대 운동을 주도해 온 쇼우나 오코넬 주의원은 보스턴의 올림픽 유치 도전 철회 소식을 접한 뒤 “매사추세츠는 올림픽이 없이도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세금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며 이번 결정을 반겼다.
리우 시민들이 이와 같은 소식을 접하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보스턴의 올림픽 유치 도전 철회는 올림픽 유치를 고려 중인 세계 다른 도시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대로 생각이 박힌 도시라면 올림픽을 유치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와 같은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올림픽 대회는 저개발 국가들이나 국가 또는 도시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세계 변두리 국가와 도시를 전전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실제로 이와 같은 지적을 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물론 아직은 대한민국의 도시를 포함해 세계 유수의 도시들이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매번 엄청난 돈을 쓴다. 때문에 아직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유치 신청 도시가 없어서 고민에 빠질 일은 적어도 당분간은 없을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인한 여러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은폐하는 한편,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으로서 과거사에 대한 책임의식을 망각한 채 역사왜곡과 군비확장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의 도쿄같은 도시를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해주는 정상에서 한참 벗어난 IOC가 존재하는 한 올림픽의 불길을 향해 날아드는 불나방들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불나방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어느 시점에서 사라지는 시점까지의 시간이 예상보다 상당한 수준 짧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어쩌면 리우는 올림픽 유치를 꿈꾸는 다른 국가와 도시의 지역민들에게 여러 채널을 통해 일찌감치 ‘올림픽 유치는 미친 짓’이라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