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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0억짜리 괴물’ 천안야구장 탄생 불러온 ‘침묵의 카르텔’

JACK LIM 2015. 7. 2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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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0억 원짜리 맨땅 야구장 천안야구장에 대한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천연잔디는 고사하고 인조잔디도 깔려있지 않은 맨땅 구장. 비만 오면 진흙탕이 되어 경기가 취소되기 일쑤고 구장 곳곳에 고라니의 발자국과 배설물이 나뒹구는 야구장. 전광판이나 라이트 시설, 안전펜스 같은 것은 기대하기도 어려운 야구장이런 야구장이 780억 원이 들어갔다는 천안야구장의 모습이다.



인근 아산시의 한 야구장이 불과 18억여 원 정도의 시예산만을 들이고도 인조잔디에 전광판, 안전펜스와 같은 야구장이 갖추고 있어야 할 시설들을 완비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이렇다.

 

천안야구장은 2002년 당선된 성무용 전 천안시장의 공약사업으로 국비 지원을 받아 1200억원을 들여 프로야구를 할 수 있는 13천석 규모의 야구장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천안시는 2004 11월 지금의 야구장 용지를 체육시설용지로 전환했다.



 

이후 천안시는 중앙정부에 야구장 건설비용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천안이 대도시도 아니고 프로야구팀의 연고지도 아닌데 그런 거액을 들여 대규모 야구장을 지을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천안시는 사업비를 전액 천안시에서 부담하는 대신 중소규모의 야구장을 짓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사업비 규모도 780억원으로 축소했다. 문제는 사업비를 축소하고 건설항 야구장의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면 당연히 사들일 토지 규모(13만 제곱미터)도 축소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

 

이러다 보니 야구장 부지를 과도하게 사들이게 되면서 결국 780억 원의 총 사업비 가운데 540억 원이 토지보상비로 지출되는 기형적인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야구장 부지를 결정하기 직전에 천안시가 야구장 부지 주변 토지를 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토지로 용도변경이 이루어지면서 땅값이 폭등하고, 감정평가가 잘못 되면서 땅값이 더 부풀려졌고, 특히 540억 원의 토지보상비 가운데 340억원이 특정인에게 집중되면서 특혜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성무용 전 시장과 일부 지역 유지들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천안시가 야구장 건설을 이처럼 무리하게 추진한 배경이 결국 야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야구를 위한 사업을 가장한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성무용 전 시장은 이에 대해 펄쩍 뛰며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한 마디로 억울하다는 것. 야구장 부지 선정이나 주변 토지 용도 변경과 같은 문제는 그저 공교롭게 그렇게 된 일이지 자신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성 전 시장 입장에서는 공교로울 수도, 억울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한 가지 바뀔 수 없는 사실은 천안야구장이 순리를 거슬러 무리하게 추진됐고, 잘못된 결과물을 낳았다는 점이다.

 

진실이 무엇이건 간에 이제 이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국토부나 검찰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사안이 된 만큼 그 시시비비는 이제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밝혀질 수 있게 됐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천안야구장은 지난 2004년 추진이 시작되어 2013 11월 개장식을 가진 야구장으로 이미 2년 가까이 운영되어 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문제점과 의혹이 많은 천안야구장 문제가 지난 2년간 그토록 조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천안 지역의 일부 언론에서는 이와 관련된 문제제기를 했지만 크게 이슈가 되지 못하다가 최근 몇몇 지상파 방송사에서 관심을 갖고 취재에 나서고 이 문제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천안야구장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가 되기 훨씬 전인 작년 7월부터 관련 보도를 해온 지역 언론 금강일보의 김완주 기자는 지난 27일 보도에서 이렇게 글을 맺었다.

 

천안야구장에 대한 기사는 본보가 그 동안 세 차례나 기사로 다루어 왔지만 어느 누구도 관심도 갖지 않고 감사원이나 국토부 수사기관에서도 아무런 조처도 없었다가 이번에 중앙 방송사에서 보도하자마자 모든 부서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아마도 너무나 거대한 바위에 부딪치기에는 지방지 힘이 너무나 모자랐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천안에 자리 잡고 있는 모든 언론사가 눈 감고 있기 때문 이었을까?”

 

성무용 전 시장은 '아파트 분양가 상한선'을 만들어 2000년대 초반 건설업계의 아파트 고가 분양을 막기 위해 싸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6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선정하는 '올해의 경제정의 실천시민'으로 선정되기도 한 인물이다.



 

그는 12년간 천안시장으로 활약했다. 그 만큼 천안 지역에서는 거물이었고, 그가 시장으로 재임할 당시에는 누구도 섣불리 그가 하는 일에 제동을 걸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연히 지방자치단체와 공공연히 유무형의 유착관계를 갖는 지역 언론 역시 이 문제에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닫는 침묵의 카르텔을 유지해왔을 가능성이 높다.

 

성 전 시장이 재임하고 있는 기간이 아니라 다른 시장이 있는 상황이고,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천안야구장 문제가 불거진 것도 천안시의 정치적 역학구도가 달라진 데 따른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이유는 권력의 이동에 따라 카르텔의 대상을 갈아치우는 상당수 지방 언론의 생리 때문이기도 하다.

 

천안야구장과 같은 괴물이 태동하기 시작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지역 언론이 제 역할을 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언론이 언론의 본분을 스스로 망각하거나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애써 본분을 잊었을 때 어떤 재앙적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천안야구장이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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