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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일 만의 우승' 조윤지와 '156전157기'최운정이 보여준 '기다림의 미학'

JACK LIM 2015. 7. 2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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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의 후반기를 시작하는 7월도 중순을 넘어 하순으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한국여자골프는 두 명의 여자 선수가 감동의 우승 스토리를 엮어냈다.

 

그 두 주인공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무대에서 무려 1808일 만에 생애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조윤지(24.하이원리조트)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서 157개 대회에 도전한 끝에 통산 첫 승을 이뤄낸 최운정(25.볼빅).

 

조윤지는 19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장 하늘코스(72.6642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특급 신설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8개를 쓸어 담아코스레코드9언더파 63타를 기록,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김민선(20.CJ오쇼핑) 2타 차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날 우승으로 대회 초대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 조윤지는 우승 상금 3억원과 함께 고급 승용차를 부상으로 받았다.

 

조윤지의 KLPGA 투어 대회 우승은 무려 1808 만이다.

 

지난 2010KLPGA 정규투어에 데뷔한 조윤지는 그 해 86일 볼빅 라일앤스콧 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신고한 이후 이번 우승으로 통산 두 번째 우승을 거두기까지 411개월13(1808)을 기다려야 했다.

 

조윤지의 아버지 조창수(66) 씨는 야구 명문 경북고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으로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 코치를 거쳐 삼성 라이온즈 감독 대행을 지냈고, 그의 어머니는 한국 구기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인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획득의 주역으로 프로배구 사상 첫 여성 감독(GS칼텍스)으로 기록되어 있는 조혜정 씨다. 또 그의 언니 역시 전 프로골프 선수로 현재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이사로 활동하는 조윤희 씨.

 

조윤지가 그저 평범한 집안에서 혼자 골프를 익혀 선수가 된 케이스라면 5년여에 걸친 기다림 대해 스스로 그러려니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오랜 기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관성화 됐을 수 있었겠지만 그가 스포츠 명가의 일원이라는 점을 떠올릴 때 누가 뭐라고 하지 않더라도 조윤지 스스로 그 동안 겪었을 심적인 부담은 긴 설명이 필요 없을 터.



 

이날 조윤지의 우승을 지켜 본 어머니 조혜정 씨는 말 할 수 없이 기쁘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었지만 그 동안 조윤지가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고 실망할 때마다 “"네게 바라는 건 우승이 아니라 골프를 해서 행복한 모습"이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아버지 조창수 씨 역시 "우승 없어도 연습하는 모습만 봐도 뿌듯하다"고 말하곤 했다고 조윤지는 전했다.

 

자식이기 이전에 같은 자신들이 걸어왔던 스포츠 선수의 길을 지금 걸어가고 있는 딸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었을까1808일 만에 거둔 조윤지의 우승은 그런 의미에서 조윤지 혼자만의 영광이 아닌 그의 가족들의 우승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LPGA 데뷔 이후 무려 157대회에 출전한 끝에 첫 승을 신고한 최운정의 스토리 역시 눈물겹다.

 

최운정은 20일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이랜드 메도우스 골프클럽(71·6512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5타를 줄여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를 기록, 장하나(23·비씨카드)와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친 뒤 연장전에 돌입했고, 18번 홀(5)에서 열린 연장 첫 번째 홀에서 파를 지켜 보기에 그친 장하나를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225천 달러(우리 돈 약 25천만 원).



 

지난 2009년부터 LPGA 투어에서 활약한 최운정은 앞서 156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이 없었다. 지난해 2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등에서 거둔 준우승 세 차례가 개인 최고 성적이었다.

 

하지만 최운정은 157번째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림으로써 ‘156 157에 성공했다.

 

최운정의 아마투어 시절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LPGA 무대에서 첫 승을 거두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리라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최운정은 이미 중학교 3학년 시절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됐고,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07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단기 유학을 받기도 했다. 그 이듬해인 2008년 프로로 전향한 최운정은 2부투어 한 시즌 만에 LPGA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처럼 빠른 성장세가 독이 된 것이었는지 최운정은 LPGA 데뷔 시즌부터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루키 시즌 첫 4개 대회에서 연속 컷탈락하는 수모를 겪었고, 시즌 가장 좋은 성적이 공동 20(투어 챔피언십)였다.

 

이후 최운정은 그저그런선수로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그저그런시간이 지나가면서 최운정에게 남은 것은 그저 버티는 힘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중 최운정은 2012년 매뉴라이프 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후 '10'에만 4차례 들면서 최운정이라는 이름 석자를 미디어를 통해 알리기 시작했다. 잏에도 2013년 미즈노 클래식, 2014 ISPS 한다 호주오픈 등에서 연거푸 준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작 한해 최운정은 시즌 종료 후 LPGA투어 '모범선수상'격인 '윌리엄 앤 마우시 파웰상(William and Mousie Powell)'을 수상하는가 하면 상금랭킹에서도 전체 10, 한국선수 중 3위에 올라 한일 국가대항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우승은 없었지만 프로선수로서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던 시즌이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안정감은 최운정으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우승을 결정 지을 수 있는 마지막 순간 승리할 수 있는 뒷심을 가져다 줬다.

 

이번 우승으로 딸 최운정의 캐디로서 활동해 온 아버지 최지연(56) 씨는 기쁜 마음으로 캐디 생활을 은퇴할 수 있게 됐다. 경찰 출신으로 8년째 딸의 골프백을 메고 있던 그는 그 동안 “딸이 우승하는 날이 캐디를 그만 두는 날이라고 공언해왔고, 최운정 역시 “빨리 우승해 아버지에게 멋진 은퇴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말해 왔기 때문이다.

 

최운정도 그의 아버지도 그 기나긴 세월 서로를 믿으며 묵묵히 기회를 기다려 온 보람을 오늘에서야 찾을 셈이다


조윤지나 최운정이 이번에 거둔 우승으로 앞으로 남은 대회에서 계속 우승 행진을 이어갈지, 출전하는 대회마다 리더보드 상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릴지는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또 다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기까지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우승을 결정 짓는 마지막 순간 발휘한 승부근성은 다음 우승까지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기회를 노리고 기다릴 줄 아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다


조윤지와 최운정의 우승이 다른 선수들의 우승보다 빛나고 아름다운 이유는 그들이 오랜 기간 패배의 아픔을 견뎌내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기다린 끝에 비로소 원하던 결과를 얻어냄으로써 골프라는 스포츠가 지닌 기다림의 미학을 고스란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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