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의 꿈, 말로는 '성공' 속내는 '먹튀'?
강원일보는 지난 10일자 ‘평창동계올림픽 법안 자동폐기 될 위기’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국가 대사인 2018평창동계올림픽 관련 법안들이 수년이 지나도록 국회에서 논의조차 안 돼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특히 평창동계올림픽은 국가적인 행사로 경기장 시설의 사후 활용 기관을 통합 관리 운영토록 하는 등 도와 지자체의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는 취지의 법안이 대부분이어서 시급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매체가 자동폐기 우려를 제기한 문제의 법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이런 보도가 나왔을까?
관련 법안 가운데 핵심, 즉 강원도가 가장 통과되기를 학수고대하는 법안은 새누리당 염동열(태백-영월-평창-정선) 국회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평창동계올림픽 시설의 사후 관리 기관을 현재 서울올림픽기념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 일원화하자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강원일보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듬해에 설립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서울올림픽 시설에 대한 관리 및 활용을 기금으로 운영하고 있어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후 활용을 고심 중인 강원도와 올림픽 개최도시의 재정 부담이 해소될 길이 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후 활용 계획을 확정 짓지 못한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은 정선 중봉 알파인 스키장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그리고 하키센터(주·보조) 등 4곳이다.
이들 경기장의 사후 관리 주체를 서울올림픽 관련 시설을 관리하고 운영하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 일원화 하자는 것이 염동렬 의원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의 골자다.
강원일보는 “사후 활용 주체가 빨리 결정되지 않으면 수천억 원이 투입된 경기장을 철거해야 하는 경우마저 발생할 수 있다.”고 협박성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 분산 개최 논란이 뜨겁던 지난 1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프로젝트 리뷰가 강원도에서 실시됐었을 당시 건설 중인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피겨장과 스피드스케이팅장의 사후 관리 계획을 묻는 질문에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또는 강원도) 관계자는 강원도가 경기장의 관리를 맡는 것으로 답변했다. 당초 계획이 이랬던 셈이다.
그런데 분산개최논란이 잦아들자 이제는 강원도와 지역 국회의원이 손을 잡고 연간 100억여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평창동계림올픽경기장 관리 비용을 정부와 국민들에게 떠넘기려는 ‘꼼수’를 조직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염동열 의원은 “국가가 유치한 하계·동계올림픽과 지자체가 추진한 국제경기대회를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통합 관리·운영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염 의원은 중요한 전제 하나를 빼먹고 있다.
국민체육공단의 기금이 어디에서 시작된 돈인지에 대한 언급이다. 그 기금은 88 서울올림픽으로 인해 조성된 기금이다. 사실상 서울올림픽을 통해 만들어진 혈세와 각종 수입으로 생긴 돈을 기금으로 만들어 불려온 것이라는 말이다.
강원도와 염동열의원은 지금 강원도가 올림픽이라는 도박에 베팅을 하는데 있어 그 도박 판돈도 국민 혈세로 충당하고 나중에 돈을 잃으면 그 잃은 돈과 그 이자까지 국민 혈세로 메워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염 의원은 분명히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 ‘지자체가 추진한 국제경기대회’라고 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있어 정부가 아닌 강원도가 추진하고 유치한 올림픽이라는 이야기다. 이것이 현재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강원도의 인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염 의원의 논리대로 만약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시설을 어떤 기금으로 운영되는 공단이나 재단에서 관리해야 한다면 그 공단이나 재단 그리고 기금이야말로 당연히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만들어진 돈으로 설립되고 조성해야 한다.
염동열 의원은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올림픽 예산이 8조원에서 13조원로 크게 증가했다는 일각에서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했다.
“당초 8조는 비드파일상 예산이다. 유치 이후 이미 진행 중이던 국가기반시설인 도로와 철도를 올림픽 예산이란 명목으로 만든 것이다. 13조원의 예산 중 조직위 운영예산을 빼면 실제 예산은 11조 430억원 규모다. 이 중 간접투자 및 이미 기본계획이 있었던 철도와 고속도로 등 SOC사업 예산을 제외하면 실제 경기장 건설예산은 6,993억원이고, 지방비 등을 제외한 순수 국비는 5,245억원에 불과하다”
평창동계올림픽 예산에서 SOC 사업 예산은 제외해야 하고, 그렇게 보면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는 데 국가지원은 8조 또는 13조가 아닌 5,245억 원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여기서 염 의원은 설명할 필요가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철도와 도로의 신규 건설 약속은 분명 포함돼 있었고, 그렇다면 이런 건설 비용이 왜 올림픽 예산에서 빠져야 하는지 말이다.
강원도와 강원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있어 평창동계올림픽의 혜택과 경제 효과의 문제를 이야기 할 때 평창동계올림픽은 대한민국의 올림픽이 아닌 강원도의 올림픽이 된다. 하지만 책임과 부담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평창동계올림픽은 강원도의 올림픽이 아닌 정부와 온 국민의 지원이 필요한 대한민국의 올림픽이다. 참으로 편리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앞으로는 ‘성공’과 ‘흑자’를 이야기 하면서 뒤로는 ‘먹튀’를 위한 잔머리를 굴리는 상황이 대회 개막을 무려 32개월이나 앞둔 지금부터 벌어지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