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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크로캅, 자기와의 싸움 이겨낸 아름다운 승리

JACK LIM 2015. 4. 1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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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나이에 옥타곤으로 돌아온 미르코 크로캅(41)이 가브리엘 곤자가(36)를 상대로 8년 전 당한 패배를 설욕했다. 


크로캅은 12일(한국시간) 폴란드 크라크푸 타우론 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64‘ 메인이벤트 헤비급 매치에서 3라운드 들어 곤자가에게 소나기 파운딩 세례를 퍼부은 끝에 TKO승리를 거뒀다. 


3년6개월 만의 UFC 복귀전 승리이자 MMA 통산 역대 최고인 22번째 피니시 승리였다. 






이날 크로캅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른 부분을 차치한다고 하더라도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크로캅이 8년전 곤자가에게 당했던 패배는 너무나 뼈아프고 굴욕적인 패배였다. 


크로캅은 지난 2007년 4월 ’UFC 70‘에서 곤자가에게 1라운드 실신 KO패를 당했다. 


당시 K-1(입식 타격)과 프라이드(MMA) 무대를 오가며 최고의 명승부를 거듭하며 최고의 스타로 대접받았던 크로캅은 기세도 등등하게 UFC 옥타곤에 올랐지만 당시 20대 ‘신성’ 곤자가의 하이킥에 실신을 당하고 말았다. 다른 기술도 아닌 자신의 주무기였던 하이킥에 당한 실신 KO패라는 점에서 크로캅이 느껴야 했을 충격과 굴욕감은 엄청났을 것이다.



 


그런 탓이었을까 곤자가전 패배 이후 크로캅은 칙 콩고에도 패하면서 MMA에서 첫 2연패를 당했고,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격투 스포츠 무대에서 한 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선수가 다시 정상권으로 재도약한 사례를 보기는 어렵다. 기세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고, 나이도 나이고, 이미 많이 노출된 기량 때문에 상대적으로 젊은 도전자들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40대에 접어든 크로캅이 격투가로서 나름대로 원숙한 기량을 발휘하는 30대 중반 나이의 곤자가를 잡아냈다는 것은 그래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날 크로캅은 2라운드까지 곤자가에게 철저히 밀렸다. 5라운드 경기였지만 이미 1라운드에서 힘과 기량 모든 부분에서 곤자가에게 열세를 드러냈다. 2라운드에서는 눈 부근에 출혈도 보였다. 3라운드 정도에서는 곤자가가 크로캅의 탭아웃을 받아낼 수도 있어 보였다. 


그러나 크로캅은 마지막까지 찰나의 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곤자가와 클린치 하고 있던 상황에서 그 찰나의 틈을 발견, 엄청난 파워의 엘보우 공격으로 철옹성과 같던 곤자가를 흔들어 놓더니 연이은 펀치 공격으로 곤자가를 옥타곤 바닥에 눕게 만들었다. 


그리고 곤자가의 위에서 공격 기회를 잡은 크로캅은 몇 차례 엘보우 공격과 펀치 공격으로 곤자가를 몰아붙였고, 결정적인 엘보우 공격으로 곤자가의 눈가를 찢어놨다. 갑자기 엄청난 출혈이 곤자가의 안면에 발생했다. 그리고 크로캅의 무차별 파운딩이 이어졌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레프리는 곧바로 경기를 중단시켰다. 8년 만의 복수에 성공한 크로캅은 크게 기뻐하지도 않았다. 그저 너무나 버거웠던 상대를 극복해냈다는 안도의 표정과 온화한 미소가 교차할 뿐이었다. 





이 순간을 지켜본 누군가는 크로캅의 모습에서 영화 <록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록키발보아>가 떠올랐다고 했다. 그랬다. 이날 크로캅에게서 ‘록키’의 마지막 모습이 스쳤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올드보이’의 모습 그 자체였다. 


크로캅이 다음 행보가 어떻게 이어질 지는 알 수 없다. 더 강한 상대와 만날 수도 있을 것이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 결과 다시 승리를 맛볼 수도 있고, 또 한 차례 패배를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곤자가를 상대로 거둔 8년 만의 설욕이라는 성과는 앞으로 크로캅의 행보와는 관계 없이 세계의 격투기 팬들에게 감동의 명승부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이날의 승자 크로캅 역시 영원한 승자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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