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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평창' 1천억 후원 소식, 안쓰럽게 들리는 이유

JACK LIM 2015. 4. 8.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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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1천억 원을 후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펑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와 삼성그룹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후원사 협약식을 가졌다. 후원규모는 현금 800억원을 포함해 총 1천억 원에 이른다.

 

자세한 후원내용을 살펴보면 삼성은 올림픽이 개최되는 2018년까지 프린터와 복합기 등 IT 제품을 현물로 후원하고 성화봉송, 문화행사,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등은 현금으로 지원한다. 또한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도 현금 후원에 참여하며 제일모직은 대회 운영에 필요한 의류를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의 후원액수는 기업의 덩치만큼이나 상당한 규모다.

 

조직위는 운영 예산 가운데 41.5%를 스폰서 유치로 충당하게 돼 있다. 예상 수입원 가운데 마케팅으로 자체 해결해야 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조직위가 평창동계올림픽 전체 운영 예산으로 잡고 있는 2540억 원 가운데 국내 기업을 위주로 모집하는 로컬 스폰서 유치 목표액은 8530억 원이다.

 

조직위는 올해 말까지 기업 후원금 목표액인 8530억원의 70% 달성을 위해 그 동안 국내 여러 기업과 후원 협의를 진행해 왔지만 이번에 삼성과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후원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조양호 조직위원장이 총수로 있는 대한항공을 비롯, KT, 영원아웃도어, 파고다어학원, 삼일회계법인 등 5곳에 불과했고, 액수 역시 목표액에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을 만큼 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30%만 잡는다고 해도 8,530억원의 목표액 중 2,560억 원정도만 유치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삼성이 조직위가 설정한 전체 로컬 스폰서 유치 목표액의 약 12%에 해당하는 큰 금액을 후원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분명 조직위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는 낭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삼성의 1천억 원 규모의 스폰서는 조직위에게 체면치레를 시켜줬을 지는 몰라도 전체적인 평창동계올림픽 운영예산 조달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고도 볼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삼성이 1천억 원을 후원함에 따라 조직위의 로컬 스폰서 유치는 사실상 끝난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로컬 스폰서 계약 불가 논란을 빚었다가 IOC의 해석을 통해 계약이 가능해진 현대자동차그룹 정도를 제외하면 삼성의 이름을 제치고 동계올림픽을 통해 기업 이미지 제고와 브랜드 홍보를 위해 거금을 내놓을 만한 기업이 국내에 존재할 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위를 비롯한 대회 주최의 당사자들이 대회 예산 절감을 위해 필요했던 분산개최 가능성을 날려버림에 따라 혈세 낭비, 강원도의 재정파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데다 가리왕산 환경 훼손 문제까지 부각되면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한층 부정적으로 변한 지금 기업들이 평창동계올림픽에 큰 돈을 쓸 가능성을 더욱 더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최근 4차례 동계올림픽에서 로컬 스폰서로 참여한 기업의 수는 평균 50여개에 달했다. 현재 상황이라면 평창동계올림픽에 로컬 스폰서로 참여할 기업이 30개를 넘을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세 차례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이미 수 백억 원을 썼고, 알펜시아 리조트 조성에 따른 1조원에 달하는 적자와 매일 억대의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이자부담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의 손익계산은 이미 의미가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다 로컬 스폰서 유치까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당장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대회에 참가하는 세계 각국의 선수단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어떤 기상천외한 사건을 겪을지 알 수 없다.

 

작년 인천아시안게임 기간 중 선수들이 대회 예산 부족으로 식당에서 충분한 영양 식단을 제공받지 못하고 열악한 시설과 서비스에 고통 받았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평창이 이 부분도 인천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삼성의 1천억 원 스폰서 계약 소식이 다행스럽다기 보다 안쓰럽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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