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인천의 'AG 빚 1조원' 남의 일 아니다
작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인천광역시가 1조원이 훌쩍 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빚더미에 올라 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동아일보>와 <채널A>에 따르면 인천시는 올해 매일 이자만 11억 원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체 부채 규모는 1조2493억 원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는 흑자를 자신하고 있다.
한 조직위 관계자는 “3월 초에 결산 과정이 모두 끝나 봐야 알지만 흑자를 기록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며 “조직위는 그냥 시설을 위탁 받아 운영하는 태스크포스팀(TF)이라고 보면 된다. 적자는 경기장 시설 얘기”라고 말했다.
경기장 시설을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인천아시안게임 결산에는 포함되지 않는 비용이라는 말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는 셈이다.
매년 경기장 유지관리에 인천시민들의 귀중한 세금을 쏟아 부어야 할 판인데도 조직위원회는 여전히 ‘흑자 타령’이다.
조직위는 당초 신축한 아시안게임주경기장을 비롯해 4개 시설에 수익 사업을 유치하겠다던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재로선 어떤 구체적인 성과도 나오지 않았다. 조직위는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식의 의미 없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들 시설에 직접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손실분까지 포함해 인천시의 부채 규모는 한층 부풀어 오를 것이 자명하다.
이 같은 상황은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은 아니다. 이미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우선 인천시는 인천문학구장을 고쳐서 주경기장으로 사용하라는 정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인천 서구에 7만석 규모의 새로운 주경기장을 신축하는 등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2조5000억 원의 대회운영 예산의 대부분을 인천시민의 혈세로 충당해야 했고, 그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약 2조원을 경기장을 짓는데 쏟아 부었다.
물론 여기에는 반짝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해 표를 얻어 보려 했던 지역 정치인들과 그런 부동산 경기에 편승, 경제적 이익을 챙기려 했던 지역민들의 이기주의가 개입돼 있다.
결과적으로 그와 같은 부적절한 욕심이 인천을 부도 직전의 상황에 내몰고 말았다.
이 같은 상황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났을 때 강원도는 현재 인천시가 겪고 있는 빚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빚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2011년 동계올림픽 유치 당시 8조 8천억 원이었던 추정예산이 최근 13조 원으로 47%나 폭증했기 때문이다.
녹색연합은 작년 11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5년도 평창동계올림픽 관련한 국회 상임위원회의 예산심의과정을 분석한 결과, 유치 당시 재정규모가 8조 8천억이었던 것이 13조로 대폭 증가해, 강원도와 중앙정부의 재정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라며 “예산을 시급히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강원도의 재정 파산선고는 현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지난 10월 기획재정부의 평창동계올림픽 확정예산은 13조원으로, 이는 2011년 유치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에게 비드파일(유치신청서) 제출 당시 8조 8천억 원보다 약 4억 2천만 원 증가한 금액”이라며 “올림픽 관련 예산을 심의하는 해당 국회 상임위들이 사업의 타당성과 상관없이 사업예산을 마구잡이로 증액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대회운영 예산뿐만이 아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상징이랄 수 있는 알펜시아 리조트를 건립한 강원도개발공사는 현재 리조트 분양실적의 저조로 인해 조 단위의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 전 세계적인 경제 불안과 불황의 지속으로 한 채에 19억-37억원에 달하는 리조트 분양율이 좀처럼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역시 최고급 빌라를 분양해 리조트 건설비를 마련하겠다는 강원도의 주먹구구식 계산의 부작용이다.
평창은 이미 세 차례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을 치르는 데 확인된 액수만 수백 억 원에 이르는 유치비용을 썼다. 이 역시 어디에 어떻게 돈이 쓰였는지 불분명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창조직위는 최근까지 한-일 또는 남-북, 그리고 강원도 내 분산개최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조직위는 부인하겠지만 평창이 IOC로부터 대회 개최능력에 의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이 부분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어찌 되었든 단독개최를 지켜냈으니 자존심은 지켰을지 몰라도 경기장 건설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는 스스로 거부한 셈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스폰서 유치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벌 기업 총수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땅콩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이륙하려던 여객기를 돌려세우는 기상천외한 ‘갑질’을 저지른 철 없는 딸 덕분에 올림픽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인다.
아직 올림픽은 개막까지 3년이나 남았지만 상황은 ‘흑자’의 ‘흑’자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전히 누군가 평창동계올림픽을 흑자로 치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말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올림픽 개막이 임박하면 여기저기 티켓도 강매하고 리조트도 ‘반액세일’로 팔아 치우고 정부기관이 나서서 기업들을 압박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놓은 후원금을 받아 대회를 어찌어찌 치르겠지만 강원도가 올라 앉아 있는 빚더미의 높이를 낮추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강원지역 경제와 강원도민의 살림살이에 가해질 타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강원도나 조직위의 냉정한 현실인식이 무엇 보다 중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