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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슈터'에서 '진짜 슈터'로...무엇이 박하나를 변하게 했나

JACK LIM 2014. 11. 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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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 25일 여자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박하나가 연봉 211백만원에 3년간 용인 삼성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여자프로농구 관계자들은 물론 언론과 팬들 가운데 상당수가 놀라움과 함께 의구심의 시선을 보낸 것이 사실이었다.


한국여자프로농구(WKBL) 무대에서 대표적인 미녀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박하나는 지난 시즌까지 부천 하나외환의 주축 슈터로 활약해오다 시즌 종료 직후 FA가 됐다.





이전 시즌 연봉이 75백만원이었던 박하나는 FA 1차 협상에서 8천 만원을 제시한 하나외환 구단에게 21천만원을 요구이견을 좁히지 못한 가운데 2차 협상에 나섰다당시 박하나의 요구액이 알려지면서 박하나의 의도가 도대체 무엇인지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외환의 팀 성적이 꼴찌였던 데다 박하나의 성적 역시 경기당 평균 득점 6.14(평균 출전시간 267), 3점슛 성공률 21.9%로 박하나가 WKBL의 유망주 가운데 한 명이고, FA라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2억원 이상의 연봉을 요구하기에는 여러 면에서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이 박하나에게 과감한 베팅을 하면서 박하나에게 새 둥지가 생겼다.

 

이와 관련일각에서는 박하나가 이 같은 거액에 삼성의 유니폼을 입게 된 과정에 특정 FA 선수가 직전 소속팀을 떠나 다른 팀에 가기 위해선 무조건 직전 소속팀에서 제시한 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해야 한다는 WKBL의 FA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고, ‘템퍼링(사전접촉)’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박하나는 농구전문매체 <점프볼>과의 인터뷰에서 템퍼링 의혹을 부인하는 한편 2차 협상에서 제시 금액을 낮췄을 경우 하나외환에서 자신을 다시 잡을지도 몰라 원래 제시 금액을 유지했다고 밝힌바 있다돈도 돈이지만 일단 다른 팀으로 이적하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는 의미.





어쨌든 대중들의 관심은 박하나의 연봉에 집중이 됐고, 그로 인해 박하나는 수직상승한 연봉 만큼이나 부담감도 수직상승한 상태에서 새 시즌을 준비해야 했다.


마침내 새 시즌이 개막했고박하나는 삼성의 유니폼을 입고 1라운드 5경기를 소화했다그 결과는 어떨까?

 

1라운드 5경기 전 경기 출전에 경기당 평균 출전시간 2933평균 득점 10.80, 3점슛 성공률 52.6%, 필드골 성공률 38.8%로 득점 12최다 3점슛(10부분 1, 3점슛 성공률 3위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에 비해 공격에 관한 모든 면에서 확연히 향상된 모습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자면 무늬만 슈터에서 진짜 슈터로 변신했다고 할 만하다.

아직 자신이 연봉의 무게를 완전히 극복한 모습이 아니고연봉에 어울리는 수준의 활약이라고 할 수도 없는 수치지만 단순한 숫자 이상의 그 무언가가 박하나에게 읽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감한 골밑 돌파와 자신감 있는 슈팅그리고 독기를 품은 듯 악착 같은 수비와 리바운드 가담 등 올 시즌 코트 위에서 박하나는 그야말로 눈빛이 살아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비시즌 박하나는 부상으로 코뼈 부상과 발목 부상으로 두 달 가량을 훈련을 하지 못했다팀에 합류한 지도 두 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충분한 시즌 준비를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시즌 1라운드를 누구보다 성공적으로 마쳤다.

 

도대체 박하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돈에 힘이 그 정도로 무서운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의구심 내지 냉소 섞인 시선에 오기가 발동을 한 것일까?

 

지난 15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청주 KB스타즈와의 경기 직후 박하나를 만났다.

 

이날 경기에서 삼성은 경기 후반 KB스타즈와 엎치락 뒤치락 하는 공방전을 펼치다 경기 종료 직전 KB스타즈의 비키 바흐에게 통한의 결승 골밑슛을 허용, 60-62로 아깝게 패했다. 하지만 박하나는 이날 3점슛 3개를 포함해 13득점으로 팀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박하나의 3점슛 성공률은 무려 75%였다.

 

다소 허무한 패배에 박하나의 얼굴에는 한 가득 아쉬움이 묻어났다.

 

박하나는 자신이 코트를 누비던 한 순간 한 순간을 떠올렸다. 자신이 전반전에 왜 부진했는지 후반전에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는 프로 바둑기사가 대국 후 자신의 대국을 복기하듯 차근차근 풀어 냈다.

 

이어 올 시즌 자신 스스로 가장 달라진 점과 그 이유에 대해 물어 봤다. 연봉에 대한 부분을 직접적으로 건들지는 않았으나 변화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연봉에 대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음을 박하나 스스로도 알았을 것이리라.

이 같은 질문에 박하나는 자신감이라는 한 단어로 자신의 답변을 정리했다.

 

박하나는 감독님께서 나를 많이 믿어주시는데 그 믿음에 보답하고자 해서 더 자신감 있게 뛰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 팀에 이미선 언니도 있고, ()계령 언니, ()윤자 언니도 있지만 젊은 선수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경기를 뛰다 보면 흥도 나고 재미도 있다. 그래서 플레이에도 활기를 띠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슛 성공률이 확연히 좋아진 이유에 대해서는 WKBL 최고 슈터 출신 박정은 코치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슛 연습 때 내가 알지 못했던 부분을 박 코치님께서 지적해 주신다. 내가 슈팅 연습을 하는 모습을 뒤에서 보시고 밸런스가 무너진 부분이 있으면 그때그때 알려주시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

 

자신을 믿어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코칭스태프와 코트에서 흥을 불어 넣어 주는 동료들이 많다는 사실이 박하나를 춤추게 하고 있는 셈이다.

 

박하나는 친정팀 하나외환이 시즌 초반 김정은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데 대해 착잡한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친정팀의 동료들이 현재의 어려움을 잘 극복해내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체육관을 나섰다.




 

박하나는 인터뷰 자세도 지난 시즌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음성에 뭔지 모를 힘이 느껴졌고, 강한 의지가 묻어났다. 어딘지 위축되어 보였던 지난 시즌과 분명 다른 모습이다. 프로 선수로서 연차가 더해져 성숙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의 말마따나 자신감이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박하나는 2009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에 입문했다. 박하나의 동기 가운데는 지난 시즌 춘천 우리은행의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박혜진이 있다.

 

현재 연봉 액수로만 놓고 보면 박혜진(2억원)보다 많은 액수의 연봉을 받는 박하나의 입장에서 보면 존재감 면에서 한참이나 앞서나가 있는 동기의 모습을 보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 마냥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박하나에게 박혜진을 의식할 만한 여유는 없다. 그 전에 자기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경기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1라운에서 보여준 박하나의 플레이에서 그런 의지가 충분히 읽혔다.

 

이제 박하나는 팀의 주축 슈터로서 스스로의 힘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고, 팀 순위를 좀 더 높은 곳에 올려 놓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원만한 팀 적응과 안정적 성장이 박하나에게 주어진 1단계 과제였다면 1단계 과제를 잘 수행해 낸 박하나에게 팀 승리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는 것은 2단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박하나의 성장과 변신이 삼성에게 어떤 긍정적 시너지를 가져올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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